전혀 그럴 것 같지 않던 장로님 부부가 손주를 본 후로는 얼굴색이 달라졌습니다. 애 낳아도 베이비시터 노릇은 절대 안 할 거라던 권사님은 힘들다 툴툴거리긴 해도 주 3일은 만사를 제쳐놓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소리는 자기 사전에 없지 싶었는데, 이제는 “하비” 부르는 앳된 목소리를 듣지 못하면 잠이 안 올 정도라며, 장로님은 며느리에게 영상 전화를 걸며 손주 바꾸라고 재촉합니다. 한국 정치와 60년대 감성 콘텐츠를 공유하던 또래분들의 단톡방에는 손주 동영상을 올리며 외모의 우수성과 천재성을 자랑합니다. 이에 맞장구 쳐 주시는 친구분
단일종목으로 세계 최대의 스포츠는 축구일 것입니다. “축구가 종교다”란 말이 나올 정도이고 축구 경기가 세계 평화유지와 전쟁 가능성을 낮추는 데에도 기여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에 축구가 들어온 것은 1882년 고종 때부터라고 합니다. 1954년에 아시아 축구 연맹 정식 회원국이 되었다고 하는군요. 현재까지 국제 대회 최고의 성적은 2002 한일 월드컵 4강입니다.축구 실력은 국력과 경제력에 비례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축국를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 나라가 대부분 유럽 국가들이기에 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 유럽 국가들에 프로리그가
2024년은 선택의 해로 불릴 만합니다. 대만은 1월, 러시아는 3월, 한국은 4월, 영국과 일본은 9월, 미국은 11월에 총선 또는 대통령 선거가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는 약 40개 국가에서 선거를 치른다고 합니다. 연말부터 한국의 주요 정치 뉴스는 다가오는 4월 총선에 누가, 어디에서 나오는가를 분석하는 기사로 가득합니다. 여야 지도부는 승기를 잡기 위해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올해는 특히 새로운 인물, 세력의 등장에 목말라하는 것 같습니다. 그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며 새로운 지도자 자리에 오를 사람이 있을지, 있다면
시작의 시간입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복된 선물 중 시간만큼 공평하고 값진 것이 어디 있을까요?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선에 서 봅니다. 멀리 새해의 목표 지점이 보이는지요? 먼저 간 선조들이 깃발을 들고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가슴을 뛰게 합니다. 좌우에 몸을 풀고 있는 다른 선수들도 보이는지요? 당신과 때론 경쟁을 하고 때론 도움도 주고받아야 할 사람들입니다. 지난해도 그렇듯이 새해도 만만치 않은 경주가 될 것입니다. 누가 결승선을 통과하게 될지 또 어떤 성적으로 통과하게 될지 미리 알고 싶은가요? 모르는 게 좋다는 것이, 주최
닭을 기르며 경험한 일입니다. 우리를 보수하기 위해 작업을 하던 중 울타리에 세워 놓았던 6피트 정도의 2x2각 목이 쓰러지면서 최근에 들어온 닭을 덮쳤습니다. 녀석은 동물적 감각으로 날쌔게 피하긴 했지만, 막대기는 꼬리 부분에 닿았고 닭은 푸드덕거리며 비명을 지르고 저 멀리 도망쳤습니다. 큰일 날뻔했다는 미안한 마음과 함께 도망치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기까지 해 헛웃음을 짓고는 나머지 작업을 끝냈습니다. 이상을 발견한 것은 그다음부터의 일이었습니다. 먹이를 주러 가면 녀석이 내 눈치를 보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어쩌다 손에 막대기 비슷
서울을 방문중입니다. 몇 년 만에 와보는 서울은 빠른 도시답게 그 사이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관광객들이 많다는 것이 그 중 하나. 관광하기 좋은 계절인데다 한류의 영향 때문인지 외국인들이 참 많았습니다. 고궁에서 만난 여행객들에게 사진 찍는걸 도와주는 일도 재미있었고, 시내에서 길 안내를 해주는 일도 기분 좋은 일이었습니다. 그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한국에 대한 바른 이해와 좋은 이미지를 갖고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가끔은 의아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왜 이런 곳에서 서성거리나’ 싶은 외국인을 볼 때
코로나19로 인해 한국 사회가 불안하고 예민했던 2020년 2월, 한국 언론의 헤드라인은 대구에 있는 신천지 모임이었다. 확진자가 집단으로 발생한 대구 신천지부는 사회 전체로부터 연일 비난을 받았다. 총회장이라 불리는 교주는 방역 방해 혐의로 고소되었고 교인 명부와 집회 및 위장 시설이 공개되면서 최대의 위기를 맞는다. 신천지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폐해를 알리던 기독교 교단들은 그들의 세력 약화를 기대했다. 어떤 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해 하나님께서 신천지를 드러내시고 궤멸시키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22
뚝! 나만 들을 수 있었던 짧지만 분명한 소리. 그다음 내 입에서 나오는 것은 고통스러운 신음이었다. 으~읔. 일주일에 한 번씩 수년간 동료 목회자들과 하던 축구 경기는 나의 유일한 운동이었고 동종 업계 종사자들과 편하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시간이었다. 비 올 때에도 눈이 올 때도 심지어 코로나19 기간에도 쉬지 않았던 아침 운동. 축구는 부상으로 끝난다고 누가 말했던가. 볼을 가지려 몸싸움을 하던 중 상대 선수가 넘어지면서 내 오른쪽 다리를 짓눌렀는데 그 후 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얼음찜질로도 부기가 가라앉지 않았다. 왼발로
올해 처음 연방 법정 공휴일이 된 날이 있다. 준틴스데이 6월 19일이다. 링컨 대통령이 1863년 노예해방을 선언했지만, 그로부터 2년이 지난 1865년 6월 19일 텍사스주가 노예 해방을 선언했는데 이것을 기념한 날이다. 어렸을 적 보았던 외화 “뿌리”가 생각난다. 그들이 얼마나 자유와 해방을 갈망했을까? 15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도 “Black Lives Matter”라는 구호를 외쳐야 하는 현실을 보면 진정한 해방은 절대 쉽지 않은 일인 듯하다. 7월에도 우리는 또 쉰다. 미국의 독립을 기념하면서, 유대 종교력으로는 유
곽성환 목사(PMI 바울사역원 대표)음주가무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는 ‘놀이’에 무엇이 있을까? 올해 요즘 세대들은 잘 하지 않는 놀이를 많이 했다. 바로 윷놀이다. 한 청년의 제안을 받았을 땐 시큰둥했는데 일단 시작하니 경쟁심과 승부욕이 작용하며 빠져들었다. 분위기 메이커가 던지는 가벼운 말과 맞장구치는 반응들이 재미를 살렸고 의지나 실력과는 상관없이 나오는 결과에 따른 긴장과 안도감, 그래서 더 중요한 말쓰기를 놓고 벌이는 두뇌 게임, 잡고 잡히는 일, 패색이 짙다가도 사리를 몇 번 하여 판세가 바뀌는 역전의 묘미
곽성환 목사(PMI 바울사역원 대표)B.C. 8세기경 남유다는 사면초가, 풍전등화의 위기 속에 있었다. 남북 분열의 시대 또 다른 야곱이 후손이었던 북이스라엘은 시리아와 손잡고 남유다를 공격하려 했다. 혼자만의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웠던 남유다는 외교 전략을 총동원해 이 위기를 극복하려 했다. 얼마 후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새로운 절대강자로 떠오른 앗수르가 서진 정책을 펼쳤고 시리아와 두로와 시돈을 차례로 점령했다. 이어서 기수를 남쪽으로 돌린 앗수르는 북이스라엘의 수도 사마리아를 함락시키고(B.C. 722년) 이집트까지 진군하려고 했
곽성환 목사(PMI 바울사역원 대표)친구 목사님 두 명과 함께 가을 소풍을 다녀왔다. 유난히 덥고 지루했던 여름과 작별식을 하고 싶었다. 산마루에서부터 시작될 나뭇잎들의 변화에 남보다 먼저 인사할 겸 찾아간 곳은 오리건에서 가장 높은 후드 산, 해발 3.500미터나 되는 고산이라 한여름에도 꼭대기에는 눈이 남아 있다. 산중턱에는 계곡을 따라 흘러내린 물이 고여 만들어진 커다란 호수(트릴리움 레이크)가 있는데, 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물이 맑고 발을 담그기 어려울 정도로 차갑다. 피크닉 테이블에 앉아 구워 먹는 삼겹살과 입가심이
곽성환 목사(PMI 바울사역원 대표)커피 내리는 물 온도를 86도로 하느냐 90도로 하느냐를 놓고 언쟁을 벌이다가 커피 클래스를 탈퇴했다는 어떤 이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1도가 뭐 그리 중요한가 싶지만, 어느 순간 어느 현장에서는 그게 절대적으로까지 느껴지는 경우가 있나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별 일 아닌데 당시엔 왜 그렇게 죽기 살기로 싸웠나 후회되는 일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사소한 일에 목숨 걸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새삼 다가옵니다. 사소하다, 작다는 말은 크기가 아니라 의미와 중요도의 문제일 것입니다. 때문에
곽성환 목사(PMI 바울사역원 대표)어느 나라 식당에서든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육류 메뉴 세 가지는 소고기, 돼지고기 그리고 닭고기다. 그 중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육되고 도축되는 동물이 닭이라고 한다. 동양에선 십이간지 중 유일한 조류가 닭이다. B.C. 1500년 경부터 가축화되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성경에서 베드로는 새벽 닭의 울음소리를 듣고 자신의 연약함과 잘못을 발견하고 통한의 눈물을 흘린다. 닭은 생각보다 오래 산다. 약 15년 정도까지. 인간을 위해서 너무 일찍 희생당하는 대표적인 동물이다. 옆집에 자극을 받아 닭
곽성환 목사(PMI 바울사역원 대표)“에고~ 어쩌지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사장님은 내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더니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도색 작업을 마친 자동차 범퍼 부분에 내가 들고 있던 드라이버 끝이 닿아 1피트 정도의 선이 그어졌습니다. 다 된 밥에 코 빠뜨린 격이 되었으니 정말 김이 샐 노릇입니다. 나는 나대로 가슴이 철렁했고 사장님은 사장님대로 기가 막힌 듯했습니다. 순간적으로 화가 올라오는 것과 그것을 애써 짓누르는 모습이 선명하게 다가왔습니다. 이내 한숨을 길게 쉬더니 긁힌 곳의 상태를 자세히 보
곽성환 목사(PMI 바울사역원 대표)대부분의 지역이 마찬가지겠지만 오리건 주의 봄도 씨 뿌리는 계절입니다. 대형 마트에는 텃밭 농사꾼들과 관상가들을 위한 종묘 시장이 특별 오픈합니다. 다년생 또는 일년생 화초들로 채워진 화분들이 즐비하고, 식구들의 먹을 거리가 될 채소의 모종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뭔가를 심거나 사다가 창가에 놓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조바심이 들 정도입니다. 홈가드닝의 전문가란 소릴 들을 수 있다는 설레임이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올해에도 상추며 들깨며 쑥갓 등의 씨앗을 사다가 물 뿌
곽성환 목사(PMI 바울사역원 대표)요즘 사람들을 만나면“날씨가 예전하고 다르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4월 11일, 내가 사는 포틀랜드에 눈이 왔다. 5월이 되었는데 어떤 날은 밤 기온이 40도까지 내려간다. 봄철 채소 종자를 뿌렸거나 모종을 사서 텃밭에 심었던 사람들이 추운 날씨로 인해 싹이 나지 않았다거나 막 올라온 싹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우리집 화단의 튤립도 몸고생을 심하게 했다. 몇일 화창한 날씨를 믿고 활짝 피었다가 갑자기 내려간 기온 탓에 풀이 죽어 흐느적거리더니 끝내 목을 떨구고 말았다. 피해를 입지 않는 방
얼마 전에 치른 한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를 놓고 미국인들이 논쟁을 벌이다가 싸움 일보 직전까지 가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이재명과 윤석열이라는 두 후보에 대해서 아는 것들이 많았고, 한국의 정치 현실과 미래에 대해서 평론가 수준의 관심과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생각에 대한 신념도 확고했다. 신념은 중요하지만 커뮤니케이션에서는 큰 장애가 되기도 한다. 말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경청하거나 공감하는 걸 패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신념이 강한 사람들끼리 만나면 싸움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두 사람은 같은 교회에 다니고 있었고 같은
곽성환 목사(PMI 바울사역원 대표)온 동네 떠나갈 듯 울음을 터트리며 인생은 시작됩니다. 신동 소리까지 들으며 영아기를 보낸 아이는 부모에 대한 절대 의존의 시기를 지나면서 점차 바깥세상을 경험합니다. 비슷하게 생긴 타생명체를 접하며 반가움을 느끼지만, ‘특별한 사람’이 자신만이 아니라는 것도 깨닫게 됩니다. 게다가 ‘삶’이란 저절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죽음과 싸워 이긴 자에게 주어지는 상품(賞品) 같은 것이라는 것, 때로는 제한된 기회를 놓고 같은 종족과 치열하게 경쟁해서 이긴 자들에게만 주어지는 전리품 같은 것이라는 냉엄한
곽성환 목사(PMI 바울사역원 대표)중학교 때의 일입니다. 학교 친구들이 돌려보던 도색잡지의 그림을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어깨 너머의 일이었지만 그런 세계의 첫 경험이었습니다. 속이 메스꺼웠고 불결, 타락, 죄, 말세 등의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친구들을 벌레 보듯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로부터 얼마 후 그런 그림 몇 장이 집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찢겨진 채 태워지기 직전의 상태로요. 어찌된 일이냐구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리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던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들로부터 몇 장의 사진을 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