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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아침, 꽁지가 긴 새는 뭔가를 단단히 결심한 듯했다. 뒷집의 지붕 끝에서 우리 감나무를 외면하고 앉아 있는 모습은 단호하고 비장해 보이기까지 했다.그런 몸짓을 한 이유를 난 금방 알아 낼 수 있었다. 우리 부부가 그 전날 두 시간을 들여서 감나무 여기저기에 흉하게도 굵고 하얀 실을 팽팽하게 잡아당겨 가며 줄을 쳐두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삼십 년 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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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순
2018.11.08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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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아프다고, 몹시 아프다고사람들은 꽃을 보내온다제 뿌리마저 버리고 얌전히 따라온 꽃들죽어서도 바쁜 그 꽃들을 보면마음이 조금은 현란해진다작은 슬픔 하나가 잽싸게 달려들더니큰 슬픔은 염치도 없이 와락 안긴다이 덩치 좀 봐, 떠밀어 낼 힘도 없는데막무가내로 날 껴안고 있네그가 아프다고, 오래 아프다고사람들은 간간히 꽃을 보내온다마음 구석구석, 집안 구석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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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순 시인
2018.10.05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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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지구촌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피조물들이 천사들입니다.우리 서로서로의 십자가의 짐을 나눠지며,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천사들입니다.단지 코드가 맞고, 안 맞고, 덜 맞고, 달라서일 뿐,이곳을 떠나 저곳으로 갈 때까지서로서로의 필요를 공급하고 채워주는 돕는 손길의 천사들입니다.옷 수선과 신발 수선을 해주시는 분도 천사요.음식을 만들고 서빙해 주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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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애영
2018.09.05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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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처럼 묘한 것도 없는 듯하다. 내 소유인 내 마음도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참 많다. 복잡한 문제를 제법 대범하게 처리하는가 하면, 하찮은 일 같은데 잠을 설치기도 한다, 상대방의 작은 눈짓 하나로 속을 절절 끓이기도 한다. 잘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갖고 있는 그 부분이 열등감의 발로이기도 하고, 앞선 생각을 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저만큼 뒤처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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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순
2018.08.18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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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사월은 봄이라는 이름의 핀셋이 되어 땅속에 들어 있는 새싹을 깜짝깜짝 삽시간에 뽑아 올린다.그 뒤를 푸른 하늘의 응원을 받으며 한층 따뜻해진 햇빛을 동원하여 쑥쑥 자라나게 하는 시기, 오월이 따라온다. 둘러보면 땅을 뚫고 올라온 모든 식물들이 곰실곰실 오월의 질서를 따르며 활기차고, 싱그럽게 푸르러간다.푸른 오월! 푸른 오월 속에는 보드라운 설렘으로 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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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순
2018.07.13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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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내가 소통(疏通)할 수 없었던 것은.......서로가 다르고 자라온 환경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리라.당신과 내가 소통(疏通)할 수 있었던 것은.......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임의 지혜(智慧) 은총이리라.지혜(智慧)의 말씀을 깨달을 수 있다면,깨닫고, 그 말씀대로 삶 속에 적용하며 살아갈 능력이 있다면우리는 서로 소통할 수 있으리.우리가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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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애영
2018.07.04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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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자존심이 없는 여자인가보다고 의심할 때가 있다. 깔끔하게 각과 날을 세워서 콧대 높은 여자가 되고 싶지만, 작은 것 하나에도 여지없이 무너져 버리곤 한다.블루베리 스콘 앞에서 그렇다.블루베리 스콘은 참 부드럽고, 적당히 달콤하다. 버터의 고소한 맛, 소금이 들어 있는지 없는지 느끼지 못할 정도의 알맞은 간이 일품이 아닐 수 없다. 또 조심스럽게 퍼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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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순
2018.03.10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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