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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커피 한 잔씩 들고 연휴의 여유를 즐기며 나이도 잊은 채 우리들의 마음은 마냥 설렜다. 6시간 이상 운전하면서 못 다한 정담도 나누고 간식도 나누다 보니 입도 마음도 즐거워졌다. 초행길이 아닌데도 초행길 같은 길을 달려갔다. 방주를 향해!벌써 가을 옷을 갈아입을 준비를 하는지 바깥 풍경의 일부가 울긋불긋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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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양숙
2017.09.20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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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서편 하늘로 기우는 반달동그랗던 몸 반으로 여위었네온 몸 불살라 캄캄한 하늘 길 밝혀준 기쁨에사뿐사뿐 서산을 넘는아름다운 하얀 반달무더운 여름 하늘에낮게 드리운 검은 먹구름시원한 소나기 펑펑 쏟아 낸 후에야비로소 파란 하늘에 높이 피어오르는갓 핀 목화송이보다 더 아름다운하얀 뭉게구름한평생 자녀 위해고운정 미운정 온갖 정성가이없는 사랑 주며 살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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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y Kim
2017.09.20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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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너 있다’라는 달달한 말이 있다. 시청률 50%를 달성했다는 전무후무한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나오는 대사라고 하는데, 파리의 연인을 직접 본 적이 없어서 언제 어느 배우가 어느 배우에게 한 대사인지는 잘 모르겠다. 시험 볼 것도 아니니 알 이유도 없다.오래 전 미국에 온 어느 한국목사에게 미국사람이 너네 나라는 개고기를 먹는 나라라고 비아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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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긍병
2017.07.20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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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저 세도남에게 저런 소탈한 부분이 있다니!’ 잘 생긴 얼굴은 내가 좋아하는 배우 지진희보다 다정하게 생겼다. 날씬하고 훤칠한데다가 고등학생이라기에는 어른스러울 정도로 예의 바르고, 조용하고, 점잖은 행동거지와 항상 단정한 옷차림의 그에게는 세도남(세련된 도시남자)이라는 이름이 맞는 듯했다. 그런 아이가 거침없이 교회 주방에 와서는 밥통 안의 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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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순
2017.07.13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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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할머니 집사님께서 너를 위해 늘 기도하시는 것 잘 알지?”주일 예배를 마친 후 친교실로 가던 내 발걸음이 멈춰졌다. 중고등부 교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귀가 솔깃해진 것이다.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몹시 궁금해 빠끔히 열린 문으로 살짝 들여다봤다. 우리 교회의 연세 지긋하신 집사님 앞에 젊은 엄마와 중학생 남자아이가 서 있었다.젊은 엄마의 목소리가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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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순
2017.06.24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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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면 길이 된다니걷자사랑하면 삶이 된다니사랑하자어제 걸어간 길을오늘 또 걷고오늘 걸어간 길을내일 또 걷는다면길이 되지 않고는견디지 못하리어제 사랑한 사람을오늘 또 사랑하고오늘 사랑한 사람을내일 또 사랑한다면아름다운 삶이 되지 않고는배기지 못하리내가 가는 그 길은길이 익고내가 사는 그 삶은사랑이 익는 달콤한 오솔길함께 손잡고 가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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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긍병
2017.06.21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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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꾸 질질 끌려 다니느냐며 핀잔을 주는 남편 때문에 속이 상한다. 변명하고 싶은 마음이 목까지 차오르지만 지금은 참아야 한다.취향이 비슷한 것도 아니고 교감이 잘 되는 친구도 아니어서, 남편이 보기에는 내가 K에게 끌려다니며 원치 않는 만남을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지금은 이혼이 평범해 보이는 세상이 되었지만, K가 이혼했을 당시, 남편이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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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양숙
2017.06.15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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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불편한 시어머니 앞에 앉아 있던 YS가 입맛 없어 겨우 식사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시어머니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 쓰다듬으며 “아이구, 어머니!”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가슴 찌릿하게 예쁘던지 안아 주고 싶었다. 문득 100세를 넘긴 뒤, 그렇게 가기 싫어했던 양로원에 들어가셔야 했던 시어머님이 생각났다. 곧 이어 병원에 입원하시고 일주일만에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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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양숙
2017.05.16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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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새벽 3시쯤 됐나? 잠에서 깬 후 다시 잠이 오지 않았다. 2시간 정도 눈이 말똥말똥했다. 그러던 중에 한 가지 생각이 밀려왔다. 제자양육을 말씀하시며 그 제자의 사진을 올려놓으신 아프리카 선교사님의 페이스북 사진에 대한 생각이었다. 그 사진만 집요하게 생각나서 주님께 기도했다. '주님, 하겠습니다. 눈 뜨면 그 선교사님께 연락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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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연
2017.04.27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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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유혹은 휘파람 소리보다도 맑고 시원했다. 유리창을 통해 나를 불러내려는 파란 하늘과 포근한 햇빛의 눈짓이 보였다. 나뭇가지를 쓰다듬듯 연하게 부는 바람까지 합세했다. 가슴을 간질이기에 충분했다.난 오전 내내 하늘과 햇빛에게 슬금슬금 곁눈질로 응대했다. 마치 흠모하는 사람의 동선을 따라 움직이는 눈길같이 은근하고 끈끈하기까지 했다. 점심 후 한참이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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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순
2017.04.19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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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공사를 할 때에는 집사람이 도시락을 싸주지만, 조수를 데리고 일을 할 때에는 주로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멕시코 사람인 조수가 차이니스 뷔페를 엄청 좋아해서 가끔 뷔페 식당도 들르지만, 대충 맥도날드에서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어느 날 맥도날드에 들러 주문대 앞에 섰는데 주문을 받으려던 작고 예쁜 흑인 아주머니가 내 얼굴을 보더니 반갑게 알은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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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긍병
2017.04.18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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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거기까지 이야기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 몇 사람이 모여서 성품이 좀 별나다고 생각되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다. 나도 아는 사람이었기에 귀가 번쩍 띄었다. 그 사람의 얼굴을 본 적이 십년도 훨씬 넘었으니 무슨 할 말이 있을까만, 무엇을 안다고, 옛날의 일들을 열심히 더듬어가며 한 마디라도 더 장단을 맞출 요량으로 아는 체했다.인품이 어떠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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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순
2017.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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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2년 정도 아프셨던 것 같다. 그때 우리 집 종교는 남묘호랭개교였다. 아버지가 아프시면서 8촌 되시는 친척분들이 몇 번 도와 준 기억이 있는데 엄마는 그게 고마워서 그들이 믿는 그 종교를 믿게 되셨다. 아버지도 살고 싶으셔서 우리까지 강제로 꿇어 앉히시고 시간만 있으면 그 말을 반복적으로 외우게 하셨다. 그때 우리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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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연
2017.03.09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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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벅! 저벅! 저벅!서쪽으로 기울어져가는 이른 겨울의 햇빛을 받으며 서 있는 길 건너 식품점. 그 주차장에 정복을 입은 건장한 경찰관 네 명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 중 두 명은 오른쪽 허리 근처, 권총이 놓일 만한 자리에 손을 고정시켰다. 왼팔을 크게 흔들며 성큼성큼 큰 보폭은 거침이 없어 보였다. 왼쪽 허리띠 근처에 무언가가 막대기처럼 흔들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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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순
2017.03.09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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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라인데 갈 수가 없다.내 집, 내 부모가 계신데 갈 수가 없다.내 아버지께서 이 세상을 떠나셨는데 갈 수가 없다.어찌한단 말인가.고통과 한스러움이 가슴 가득할 그를 생각하니 하루 종일 내 맘 속에 돌덩이 하나가 들어앉은 듯했다. 4년간 병석에 누우셔서 오기만을 기다리던 아들을 끝내 보지 못하고 가셨다. 끊임없이 드렸던 우리들의 기도와 간구도 이제 끝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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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연
2017.02.23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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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달러 98센트입니다.”빌(Bill)은 22달러와 함께 인보이스를 내밀었다. 옷을 내주고 안부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런데 무슨 할 말이 있는지 빌은 머뭇거리며 가게에서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빌은 10년 넘게 찾아오는 단골손님인지라, 웬만한 집안 사정이며, 대인관계 공포증으로 쉽게 타인과 관계를 맺지 못하는 그의 성격까지 잘 알고 지내온 터라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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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양숙
2017.02.22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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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에 메시지가 들어왔다는 신호가 보였다. 두 돌을 막 넘긴 손자와 사랑에 푹 빠진 언니가 아이 노는 모습을 보내온 것이었다.자기가 보기엔 한 순간 한순간 기특하고 신기한 행동을 하는 손자인지라 만나는 사람마다 붙들고 자랑하고 싶어진다고 했다. 까딱하다간 푼수가 될까 삼간다고도 했다. 대신 아직 손주가 없는 나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찍어서 보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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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순
2017.02.16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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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음직스러운 돼지 불고기와 새파란 상추와 싱싱한 오이가 허기진 배를 유혹한다. 아이들이 다 커서인지 모처럼 같이하는 저녁 식탁이 너무 좁다. 식구들이 식탁의 제자리를 찾아 앉고, 순서에 따라 둘째의 식사 기도가 끝나기 무섭게 젓가락질이 바쁘다.결혼해서 지금까지 나름 가족 밥상을 신경 쓴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종일토록 가족을 위해 애쓰는 남편을 위해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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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양숙
2016.12.21 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