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성탄절 인사와 새해 인사를 함께 합니다.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거나 자정 불꽃놀이를 한 지 열흘하고도 수일이 지났습니다. 새 마음으로 새해를 잘 시작하셨는지요? 마음 먹은 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뜻대로 되지 않아도 낙심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 새해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음력으로 시간을 계산하는 문화권의 사람들이지요. 우리가 설날이라고 부르는 그날이 올해는 2월 1일입니다. 또 한 번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문자들이 카톡방을 요란하게 만들겠지요? 유대인들의 새해 명절 로쉬 하샤냐(Rosh HaShana
곽성환 목사(PMI 바울 사역원)빨리 가야 한다는 생각에 어느 계산대의 대기자가 가장 적은가 하고 두리번거렸다. ‘옳거니.’ 적당한 곳이 눈에 띄자 재빠르게 다가갔다. 앞사람의 계산이 끝나서 한 발자국 앞으로 나가려는데 직원이 단호하게 말했다. “줄을 서세요” 아차, 마음이 급해서 앞만 보고 가느라 옆에 선 세 명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부끄러움은 온전히 나의 몫. 질서는 편하고 빠르고 아름다운 것이라던 공익광고 문구가 떠올랐다.한국은 대통령 선거의 계절이다. 각 진영마다 준비팀이 구성되고, 전략을 세우고,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온
곽성환 목사(PMI 바울사역원 대표)11월하고도 중순, 10월 마지막 날에 쏜살같은 시간의 흐름을 논하며 남은 두달을 의미있게 보내자고 지인들과 다짐했다. 하지만 지난 보름여의 시간 속에서 어떤 의미와 어떤 열매가 있었는지 손에 잡히는 것은 없다. 이러다 올해도 훌쩍 가버리겠구나 하는 생각뿐이다. 가을이 지나가고 있다. 차가운 공기에서 느낄 수 있고 나무와 숲의 변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나둘씩 떨어지던 형형색색의 나뭇잎들은 바람이 불자 우수수 날아 내려 앉고, 숨어 있던 가지들은 끝에서부터 맨살을 드러내고 있다. 내가 사는 지역
곽성환 목사(PMI 바울사역원 대표)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있었던 나는 휴대폰 진동 소리에 전화기를 들여다보았다. 모르는 번호였다. 여러분이라면 받겠는가? 나는 이름이 저장되지 않은 번호의 전화는 받지 않는다. 열에 아홉은 스팸 전화이기 때문이다. 잘못 걸려온 전화인 경우도 많다. 꼭 필요한 전화인 경우도 있지 않겠느냐고? 그런 경우에는 메시지를 남겨 놓기에, 나중에 리턴콜을 하는 방식으로 소통한다. 그런데 그날은 괜히, 그냥 괜히 전화를 받았다. 지금도 의아하다. 전화기를 귀에 갖다 댔지만 입은 한 박자 늦게 열렸다. 헤엘~로우?
곽성환 목사(PMI 바울사역원 대표)그는 중동 사람답게(?) 턱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마른 체격이었지만 이목구비만으로도 충분히 출신 지역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함께 온 아내는 히잡을 쓰고 있었다. 난민이나 이주 근로자 가족이 아니라 공부하러 온 유학생인데도 여전히 히잡을 쓰고 생활하는 것을 보니 전통 의식과 종교성이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서 살면서 꼭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내가 이들과 정말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을까?’ 의지만으로 다가가기에는 정서적 이질감과 선입견이 큰 장애물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곽성환 목사(PMI 바울 선교원)가족간의 성범죄, 정확하게 말한다면 이복 오빠가 여동생을 강제로 추행, 강간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원치 않는 관계를 갖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직후에 모욕적인 말과 함께 버림받은 여동생은 충격과 아픔에 그저 울기만 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친오빠는 분개했지만 그 역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힘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았습니다. 기가 막힌 것은 내막을 알게 된 아버지가 잠시 역정을 냈을 뿐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남편의 바람을
“아직도요? 저런!” 주일 예배 설교부탁을 받으며 대화하던 중에, 주차장에서 예배하고 있다는 설명에 안타까운 마음과 대단하다는 마음 두 가지가 동시에 떠올랐습니다. 몇 개월 전 방문했을 때 받은 감동이 다시 올라왔습니다. 미국 교회 건물을 빌려서 예배 드리고 있던 이 교회도 코로나 사태로 인해 그 동안 건물 실내를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대면예배를 드릴 수
하나, 집 근처의 커뮤니티 파크에서 아침마다 산책을 한다. 나처럼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하는 사람, 달리기나 조기 축구 등 운동을 하는 사람, 잔디를 깎는 사람 등 이른 시간이지만 늘 사람들이 있다. 파크에 나가는 시간대가 비슷해 거의 매일 보게 되는 사람이 있다. 백팩을 멘 중년의 백인 남자인데 간편한 옷차림에 멋진 저먼 셰퍼드와 함께 나타난다. 그런데
제가 뒷마당으로 나가면 옹기종기 모여 있던 닭들이 뒤뚱거리며 우르르 달려옵니다. 나 때문이 아니라 먹이 때문이라는 것을 알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습니다. 굳이 둘을 구분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일할 때에는 깃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와서 어슬렁거립니다. 손을 내밀면 한참 생각하다가 두 팔사이로 슬금슬금 들어옵니다. 품에 안고 몸을 쓰다듬으면 “사람 품에 안긴 어
팬데믹 때문에 미국에서 애완견을 기르는 가정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통계까지는 모르겠고 아침 저녁으로 개 데리고 산책하는 주민들이 부쩍 많아졌음을 느낍니다. 개 공원에는 하루종일 사람과 개가 들락날락합니다. 비교적 대형견을 기르는 견주들이 옵니다. 소형견들은 뒷마당이나 동네 산책으로 어느 정도 해결이 되니까요. 그곳에서는 온갖 종류의 개들을 볼 수 있습니다.
우여곡절끝에 강아지를 입양해 가족으로 지낸 지 한 달이 되었다. 유기견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어서였는지 ‘잘 보살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유독 많았다. 번거로움과 귀찮음을 이겨내며 돌봄에 정성을 기울였다. 그런데 앞발을 치켜세우고 꼬리치며 달려드는 동작과 간절함을 담은 똘망한 눈빛을 본 적이 있는가? 적당한 무게감으로 내 몸을 누르며 다리 사이에서 세상 편하
지난 해 이맘때쯤 나는 올해 가기로 결정한 터키·그리스·로마 성지탐방의 여행사를 결정하고 참가자를 모집하는 일로 여기저기 연락 중이었다. 비용을 절감하면서 성지답사의 목적에 맞게 일정을 조정하는 일은 많은 조사와 협의가 필요했다. 한 지역 한 공동체에서가 아니라 미국의 여러 주와 한국에서 참가자를 모집하는 일도 효과적인 홍보와 준비가 있어야만 했다. 그럼에
하나, 모두 여섯 마리의 닭이 있다. 닭들의 활동 공간은 계사(Coop), 우리, 마당 이렇게 세 공간이다. 밤에는 계사에서 보내고 아침이 되면 밖으로 나와 우리 안에서 보낸다. 그런데 한 녀석이 2미터 높이의 철망을 넘어 마당으로 나오더니 다른 닭들도 하나둘 울타리를 나오기 시작했다. 닭장 안에는 들여올 때부터 성계였던 두 마리의 흰 닭들만 있다. 녀석들
나 같은 사람까지 나서서 지도자론을 이야기한다는 게 쑥스럽다. 다가오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염두에 두고 쓰는 글은 아니다. 나는 선거권도 없는 사람이다. 한국의 지도자를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는 것도 분수에 안 맞아 보인다. 게다가 한국 떠나 살고 있는 입장에서, 한국에 세금도 안 내는 사람이 단지 내 마음에 안 맞는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흥분하고 훈수를
내가 사는 오리건 주는 면적이 미국에서 아홉 번째이다. 캘리포니아 주의 면적에 비하면 3/5 정도이지만, 인구는 캘리포니아 주의 1/10 수준이다. 오리건 주에는 산과 나무가 많다. 주요 산업도 임가공업이다. 나무는 크게 침엽수와 활엽수로 나뉜다. 중학 시절 심훈의 「상록수」를 읽고 감동을 받아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깊이 고민했던 적이 있다. 김민기의
전원주택을 짓고 텃밭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가는 것이 현대 도시생활에 지친 은퇴자들의 꿈이라고들 합니다. 미국은 땅이 넓어서 아파트가 아니라면 집마다 자그만한 잔디밭이나 텃밭을 만들 정도의 땅이 있습니다. 몇 백 야드의 정원을 가지고 계신 분들도 있구요. 그런데 정원 관리나 텃밭 농사를 해보면 일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에 놀랍니다. 바쁘고 힘들다는 것도 깨닫게
생애 처음 카드 놀이를 했습니다. 내게 카드는 도박과 동의어였고 결코 가까이 해서는 안 되는 물건이었기에, 놀이는 물론 카드와 관련된 영화도 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집에 와 있는 아이들이 함께할 수 있는 오락을 찾다가 첫째 녀석이 제안했습니다. 카드의 그림도 구별 못하고 놀이의 룰도 몰랐지만 가장 쉬운 걸로 하면 된다는 말에 얼떨결에 시작했
저희 집에 있는 수족관을 본 사람들이 놀라곤 합니다. 열대어와 민물고기가 같은 어항에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도 가끔 갈아 줍니다. 길러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종류에 따라 같은 어항에 넣어도 되는 종들이 있고 수온을 달리 해주어야 하는 종들이 있습니다. 생존환경이 다르므로 종류에 맞는 생태계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가령 골드피쉬(금붕어)와 열대어는 같이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팬데믹 현상으로 나타나게 되자 지구의 종말에 대해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익숙한 이름인 노스트라다무스가 소환되고 있고, 계시록을 공부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성경을 조금 안다는 사람들은 마지막 대접 재앙의 첫번째 징조로 보기도 하고, 출애굽기의 다섯 번째 재앙이나 여섯 번째 재앙 이야기를 코로나 사태와 연결짓기도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16년 3월, 한국에서는 천재 바둑기사로 알려진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 있었습니다. 결과는 4대 1로 알파고의 승리. 그 결과에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고, 미래의 세계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컴퓨터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젊은이들은 앞으로 10년 안에 없어질 직업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면서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