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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접시 위에 진녹색 송편 네 개가 놓여 있다. 투박한 반달 모양의 주먹만하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모싯잎 송편이다. 한 입 베어 물면 과연 어머니께서 쪄주셨던 그 모싯잎 냄새가 묻어날까? 얌전한 새색시 입술처럼 앙다문 끝부분, 그 아래 도톰한 뱃속에 굵직한 통 돈부 몇 알이 고물로 들어 있을까? 차지면서도 쫄깃하고 부드럽게 씹히는 맛이 날까? 지나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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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순
2013.09.17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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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도 없었던 실없는 말이 나올 때가 있다. 이야기를 듣는 상대가 있었다면 생각이 깊지 못한 내가 실언을 했노라고 잊어 주기를 부탁할 수도 있다. 부부 싸움을 할 경우, 분노에 찬 마음 때문에 말이 되지도 않는 소리들을 쏟아내기도 한다. 싸움이 한창이던 어느 순간 문득 내뱉은 내 말들이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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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순
2013.08.1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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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거리, 입을 거리, 덮을 거리, 잠잘 거리, 놀 거리, 일거리 등의 우리말은 재미있고 참 좋은 말인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좋은 ‘거리’들을 제게 허락해 주셨습니다.금년 1월부터 Job Agent의 내 담당자에게 일거리를 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했습니다. 그는 고용 회사에서 곧 일을 줄 것이라고 응답할 뿐이었습니다. 나는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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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표
2013.08.17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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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날처럼 향수병을 들었다. 고개 숙이면 턱이 닿는 부분에서 아래로 손가락 한 매듭쯤. 칙~ 하고 뿌렸다. 짧은 줄의 목걸이가 내려 앉을 만한 바로 그 자리에 콩알 크기의 젖은 자국이 보이면서 산뜻하고 단정한 냄새가 콧속을 파고들었다. 하루 종일 고개만 숙이면 이 냄새가 나를 즐겁게 해줄 것이다. 오직 한 사람, 나만을 위한 향내이다. 세상을 채우고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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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순
2013.08.0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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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가꾸기에서 중요한 일은 물 주기와 잡초를 뽑아 주는 일이다. 물 주기야 호스로 시원하게 물을 뿌려 주면 물 주는 사람의 기분 또한 시원하고 상쾌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누구나 좋아하는 일이지만. 잡초를 제거하는 일은 쉽지 않다. 사전에서는 ‘잡초’를 경작지에서 재배하는 식물 이외의 것으로 경작지, 도로, 그밖의 빈터에서 자라며, 생활에 큰 도움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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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호남
2013.07.27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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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스러움이란 말이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긴 생머리, 날렵하고도 하얀 손, 손톱을 연분홍색으로 물들인 손가락, 긴 치마 밑으로 사뿐히 내려 밟는 반듯한 발걸음, 조곤조곤 속삭이는 목소리, 긴박한 상항 속에서도 숨 한 번 고르면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침착성, 봄바람 같은 보드라운 향기, 꽃봉오리를 터트리려고 간지럽히는 햇살 같은 애교, 적절한 시간에 보석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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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순
2013.07.20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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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 1인치의 종이 위에 오직 선만을 사용해 100개의 각각 다른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보통 사람들도 몇 장쯤 그릴 수 있으리라. 또 특출한 재주가 있어 10장 혹은 20장의 서로 다른 그림을 그리는 사람 을 보며 우리는 감탄할 것이다. 얼마 전에 지문에 대한 글을 읽다가 놀라운 사실을 접했다. 사람의 손가락 끝 매듭에 있는 땀샘 입구가 융기한 선을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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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순
2013.07.04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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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부 어린이들이 부활절 예배의 특별 순서를 맡게 되었습니다. 한 줄로 나란히 서서 2층 본당 예배실로 올라갔습니다. 올망졸망한 아홉 명이 나란히 강단 위에 섰습니다. 그 동안 배운 것을 부모님들께 보여드리게 되어 자랑스럽지만 긴장되기도 했을 텐데 모두들 의젓했습니다. 먼저 성경 구절을 암송하는 순서가 시작되었습니다. 한 명씩 차례대로 자신들이 외운 말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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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y Kim
2013.06.25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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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아들과 같이 보낸 9개월이 한순간처럼 느껴졌다. 지난 가을, 오랫동안 자신을 힘들게 하던 주체할 수 없는 피로감 때문에 의사를 찾았다. 검사 결과, 몸속에 들어 있는 물혹을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청천벽력이었다. 고등학생이었던 아들을 데리고 이곳에 정착한 후 밤낮으로 일을 했다. 이제는 노심초사했던 사업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고, 대학을 마친 아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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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순
2013.06.25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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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꿈에 그리던 텃밭을 가지게 되었다. 허리케인 샌디로 인해 뒷마당에 서 있던 아름드리 나무 두 그루가 넘어지는 바람에 옆에 있던 두 그루마저 베어내고, 나무뿌리를 제거하는 대공사를 끝냈다 그리고 땅이 움푹 패인 곳을 메우느라 정원용 흙을 한 트럭이나 채워넣고 그 위에 유기농 원예용 흙을 뿌려 주었다.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서 텃밭을 가지게 되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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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호남
2013.06.25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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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헤어 공항 검색대의 늘어진 줄은 장난이 아니었다. 평소에도 검색대 통과하기가 유쾌하지는 않다. 외투와 신발을 벗어서 네모난 플라스틱 통에 담고, 컴퓨터도 꺼내고, 모든 소지품과 금속이 달린 허리띠, 시계나 전화기는 물론 주머니 속의 동전까지 모두 꺼내어 투시되는 검사대를 통과해야 한다. 2001년 9월 11일 이전 까지는 형식에 불과했던 수속이 이렇게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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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순
2013.06.25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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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으면 새벽이 머지않다고 한다. 그러나 밤새 무슨 일이 일어날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어렸을 적 충청도에서 어른들을 만나면 “안녕히 주무셨슈?”하거나 “진지 잡수셨슈?”하고 인사했다. 가난했던 농부들이었기에 좋은 의술의 혜택을 받을 기회가 없어서 전염병이 돌면 이집 저집에서 통곡소리와 함께 아침이 찾아오기도 했다. 일제 식민지 시절과 육이오를 거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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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준
2013.06.25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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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동녘은 보라빛 커튼 같은 하늘 밑으로 멀리 펼쳐진 산맥을 따라 땅과 하늘의 경계를 붉은 펜으로 그린 듯하며 해가 솟아오른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희망찬 아침 하늘의 환영을 받으면서 토요일새벽에 서는 벼룩시장에 가는 길이었다.북쪽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도시, 이곳 스톡턴(Stockton)을 가운데 두고 남쪽과 북쪽을 잇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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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순
2013.06.25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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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를 사러 단골 마켓에 갔다. 그곳에선 여러 가지 종류의 견과류들을 원하는 만큼만 저울에 달아서 살 수 있다. 고객의 편의를 위해 봉투와 종이 태그(꼬리표) 그리고 품목 번호를 적을 수 있는 볼펜이 준비되어 있다. 한 파운드 이상 사면 할인해 주기도 한다. 요즘 들어 많은 사람들이 건강에 좋다고 먹는 견과류들 중에서 깨끗해 보이는 호박씨와 호두를 각각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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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y Kim
2013.06.25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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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뒤뜰 한쪽 옆에 심긴 작은 배나무에 꽃이 만발했다. 휘어질 듯 하얀 꽃을 매단 가지들로 인해 일 년 중 가장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배나무가 차지한 두어 평 남짓한 맨땅에는 겨울 동안 내렸던 비에 웃자란 검푸른 잡초가 발목을 덮을 듯했다. 같은 키로 자란 풀은 잡초라기보다는 평화로운 초원의 풍경, 바로 그것이었다. 울타리를 타고 올라간 재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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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순
2013.06.24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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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질 듯 풍만한 가슴이 살포시 열리는 자목련의 묵직한 자태가 봄바람을 타고 거침이 없다. 지난 겨울이 별로 춥지 않고 대충대충 지나가더니 춘삼월 아름다운 향연이 절정을 향해 달음질친다. 예년의 서북미 날씨에 비하여 1-2주 빠른 것 같다. 이곳의 날씨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무렵에 제일 춥다. 1월 중순경에 새해의 전령 산수유가 고고성을 울리면, 2월부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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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준
2013.06.24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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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혜(미시간 주)간절히 기다리는내 님의 발자국 소리이 어두운 밤이 지나고먼동이 틀 때면님이 오시려나!꿈속에 그려 보는사랑의 눈동자잠에서 깰지라도사라지지 않으리!솜처럼 따스한 오른손으로두 뺨에 흘러내린 눈물가만히 닦아 주시는내 님의 따스한 손이제는 만지려나!열두 보석 반짝이는 성에나를 위해 예비하신 그 집내 님과 거할 그날이제는 오려는가!손에 손을 잡고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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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혜
2013.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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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감기 휴유증이라 생각한 몸살기가 너무 오래 간다. 밥맛도 없고, 아침에는 눈꺼풀이 무거워 눈을 뜨기도 힘들다. 물에 젖은 솜처럼 온몸이 무겁고, 삭신이 쑤신다. 그렇다고 관절염이나 골다공증을 앓는 것도 아닌데, 죽을 병이라도 걸렸나 싶어 인터넷을 검색했더니 황혼육아 우울증이란다. 자녀들 다 키워놓고 취미생활이나 하면서 편안하게 여생을 보내야 하는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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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호남
2013.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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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인의 이름 뒤에 반드시 칭호를 붙이는 것이 우리 한인 교회의 특징이다. 목사님, 장로님, 집사님, 권사님 등 꼭 칭호를 붙여서 부르고 있다. 이는 한국의 유교적인 계층 사회의 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 평등 사상의 기독교 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존칭을 붙이는 관습을 버리기가 그리 쉽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 교인 형제 자매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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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화
2013.03.15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