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anne Kim 교수 (트리니티 대학 & 대학원 리더십 학과 교수) 지난 두 글에서 나누었던 영어 듣기공부에 대한 의미와 방법에 이어, 앞으로는 듣기 공부를 통해 배운 내용을 말하기에 적용시켜 공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이에 앞서 이번 글에서는 한인 이민 1세들의 말하기에 대한 전반적인 경향을 살펴보고, 다음 글에서는 구체적인 말하기 학습 방법에 대해 논해 보도록 하겠습니다.다수의 한인 1세 이민자들은 스스로 듣기, 쓰기에 비해 말하기가 취약하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모인 영어 수업
최기훈 장로(수필가, 한국)올가을은 나에게 참 의미있게 다가왔다.나이 탓인지는 몰라도 허허로운 느낌이 유별나다. 게다가 사십 년 넘게 얽매였던 직장과 일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여유 아닌 ‘자유’를 누릴 법한데, 미처 그럴 준비를 하지 못했다. 또 한층 헐거워진 가족공동체를 실감하고 있다. 두 아들도 처자를 거느린 어엿한 가장이 되어 딴 살림을 차렸으니 졸지에 손주 넷을 짝사랑하며 둘만사는 군색한 할아버지, 할머니 신세가 된 것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부지런히 운동하는 넉넉한 생활인 듯싶지만 그게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챙이 커다란 모자를 쓴 아이가 제 동화책 속에서 걸어나와 검정 에나멜 구두로 땅을 두드린다 최초의 사람인 듯 최초의 걸음인 듯 갸우뚱 갸우뚱 질문을 던지며 걸어다니다 집을 나와 다시는 돌아가지 못한 봄의 부랑자들, 길바닥에 떨어져 누운 꽃점들을 두고 차마 지나치지 못하여 한참을 서 있다가 바르비종 마을의 여인처럼 가만 무릎을 꿇는다 이삭 줍듯 경건하게 주워 올려 본래의 둥지 나무 가까이에 도로 놓아준다 방생하듯 봄날의 바다에 꽃의 흰 꼬리를 풀어 놓아준다 꽃 줍는 아가야, 환한 백낮에 길 잃은 한 점 한 점을 무슨 수로 네가 다 거
저자의 첫 저서인 『영혼의 밤을 지날 때』는 우울증을 안고 살았던 기독교 역사 속 주요 인물 7인의 삶을 새로운 관점에서 조명한 약사(略史)이다. 종교개혁의 기수 마르틴 루터, ‘설교의 황태자’로 불리는 찰스 스펄전, ‘캘커타의 성녀’ 마더 테레사, 흑인 민권 운동을 주도한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 한나 앨런, 데이비드 브레이너드, 윌리엄 쿠퍼 7인의 삶을 바라보며 오늘날 우울증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될 만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오래 우울증을 앓았던 저자 자신의 경험을 덧붙이면서, 저자는 영혼의 어두운 밤을 걷
신양숙(일리노이) 아들 셋이 하나 둘 독립하면서 빈 둥지가 된 지 몇 년이나 지났는데도, Y는 여전히 음식양을 조절하는 데 실패한다. 30년 넘게 남편을 포함해 식성 좋은 네 남자의 음식을 만들다보니 둘만의 식사량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지나야 둘만의 음식을 제대로 만들게 될지...가을비가 스산하게 내리는 날, 뜨끈한 순두부찌개가 생각나서 재료를 꺼내다가, 순두부찌개에 코를 박고 한 사발 뚝딱 해치우던 아들놈들이 생각나 넉넉히 끓여서 나눠 주고 싶어서 몸이 힘든데도 또 판을 벌인다. 스스로를 못 말리겠다 하
최기훈 장로(수필가, 한국)그냥 먹먹했다. 감동적인 한 권의 책을 읽은 양 이렇게 단순히 뜨거운 느낌으로 가득 차 오르기는 처음이다. 사실 나는 심사위원이 되기에 여러모로 자격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나를 불러 그 일을 맡긴 것은 순전히 경험을 높이 산 까닭인 듯하다. ‘갇힌 이웃’들과 오랫동안 함께 했다는 한 가지 이유에다가 ‘민들레편지’라는 쪽지를 만들어 15년 동안이나 무기수를 비롯한 장기수 형제들에게 복음을 심고 주님의 사랑을 나누고자 애썼던 열정을 헤아려 주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 편지 사역을 지속하지 못하는 데도 말이다.
“쉬지 말고 기도하라”는 데살로니가전서 5장 16절 말씀이다. 그러나 쉬지 말고 기도하는 것이 어떻게 하는 기도냐고 묻거나, 실생활에서 정말 쉬지 않고 기도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쉽게 대답할 수 없다. 1880년대 후반, 러시아의 한 시골 청년이 쓴 것으로 알려진 이 책은 ‘쉬지 않고 기도하는’ 삶이 어떤 삶인지를 보여 준다. 책의 주인공은 어느 날 “쉬지 말고 기도하라”는 성경 말씀을 읽고 그 방법을 찾기 위해 순례의 길을 떠나며, 큰 스승을 만나 “예수의 기도(주예수 그리스도, 제게 자비를 베푸소서)"를 배우고, 하루에 3,0
일요일 밤 늦게까지 티브이 영화에 몰입했다. 다음날이 메모리얼 데이여서 안심한데다, 몇마디 말에 사로잡혀 15분마다 튀어나오는 광고도 열심히 참았다. Don't pay it back? 돌려받을 생각 말라고? Pay it forward? 장차 다른 사람에게 갚으라고? 영화가 끝난 시각은 대충 밤 1시. 슬픔에 이어 감동의 눈물이 마지막 순간에 주르륵 흘러내렸다. 최루성 멜로물의 화살에 명중된 탓이랴? 그보다는 한동안 뇌리에 남아 양심을 슬슬 건드리는 영화 제목 때문이었던 것 같다.사랑 나누기라고도 불리는 ‘Pay It Forward'
최기훈 장로(수필가, 한국)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 4일 오후 10시 30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돌아가셨다. 향년 94세. 신문기사에 난 이력을 보니, 1928년 평안남도 맹산에서 태어나 1946년 월남하여 연세대 영문과에 재학하며 함석헌 선생 등과 교류했다. 미국 보스턴대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받고 연세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1972년 박정희 정부의 유신 이후 민주화운동에 투신하여 민청학련 사건으로 징역 15년을 선고 받았으나 얼마 뒤 석방됐다. 이후 대학에서 해직됐다가 복직하였지만 전두환 정권에서 ‘김대중 내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폭풍과 같은 세상 속에서의 나날들에 정신과 마음이 지쳐 갈 때면 망설일 것 없이 시카고 미술관으로 향한다. 작가의 이름은 잘 몰라도 살면서 한 번쯤 본 적이 있는 그림들과 예술 작품들에 둘러싸여 있을 때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 작가가 살았던 시대로 여행을 떠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특별할 것 없는 우리의 일상을 작가의 시각으로 구현해 낸 작품 속 순간의 모습들과 그 아름다움을 온전히 감상하며 잠시나마 휴식을 취해 본다.시카고 미술관에 전시된 약 300,000여 점의 다양한 미술 작품 중에서 오늘 이야기할
조애영(캘리포니아)신앙(faith)은 어떠한 상황, 환경, 관계의 변화 가운데에서도믿음을 잃지 않고, 믿음 안에 거하며, 믿음을 지켜나가는 것.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구주로 영접한 후에는기쁨과 감격, 설렘으로일들이 만사형통할 것 같은 기대감으로 살아가다가갑작스런 환난을 겪게 되면 예수님을 믿는데 왜 이런 일이?어린 아이들처럼 보호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살아가다가시련과 환난이 닥치면 믿음을 놓아버리는 사람들도 있네.사도 바울은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알기에그 중에도 즐거워한다고 하시네(롬 5:3-4
이 책은 매우 예민한 일본의 정신과 의사가 예민한 사람의 장점인 섬세함은 살리고, 일과 생활을 방해하는 괴로움은 없애는 습관을 소개한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매우 예민한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이 있는데, 첫째, 생각이 복잡하고 사려가 깊다. 둘째,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타인과 세상의 자극에 쉽게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셋째, 감정 이입과 공감성이 뛰어나다. 예술을 사랑하고 타인에게 세심하게 신경 쓰고 배려가 넘친다. 넷째, 오감이 예민하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특정 자극을 힘들어 한다.저자는 임상에서 실천해 온 방법들을 소개하
최기훈 장로(수필가) 외식(外飾)이라는 말이 있다.외식의 순 우리 말은 ‘면치레’다. 물론 면(面)은 한자다. 겉 혹은 바깥을 장식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의미를 생각하면 이 말의 주어(主語)는 아무래도 사람이다. 나는 이렇게 ‘드러냄’을 외식과 관련짓고 싶다.우선 ‘드러내다’와 ‘드러나다’의 차이를 설명해야겠다. 드러내다,는 타동사다. 그러니까 ‘무엇을’이라는 목적어를 앞에 두어야 한다. 목적에 따라 결국 ‘드러내려는 속셈’이 ‘드러내다’에 함축되어 있다.한편 드러나다,는 자동사다. 드러나다,는 목적어가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주인
Joanne Kim 교수 (Trinity International University & Trinity Graduate School) 지난 시간에는 영어 학습의 네 가지 영역(듣기, 말하기, 쓰기, 읽기) 중 듣기의 중요성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지난 호에 나누었던 듣기 공부의 연속으로 듣기의 구체적인 학습 방법에 대해서 알아 보고자 합니다. 사람마다 실력의 차이가 있고 또 그에 맞는 공부 방법이 있겠지만, 이번 글에서는 어느 정도 기본 영어는 되지만 좀 더 원어민과 원만한 대화를 하기 원하는 중급(Intermedi
김향숙(시인, 애틀랜타여성문학회 회원)긴 초록색 꿈에서 깨어나아름다운 색으로 다가온 가을파란 하늘은 나를 보고가을 편지를 쓰라고 한다무슨 사연을 적을까무작정 그립다고 할까세월 속에 차곡차곡 묻어 둔 것이 있다면그것은 그리움뿐그리움에 지치기 전에 모든 것 다 떨쳐 버리고오늘은 그대를 맞이하고 싶다그대는 갈바람이 되어 오고 나는 한 송이 들꽃이 되어 만난다면이 가을은 조금 덜 외롭겠지무작정 가을 편지 띄워 본다
신양숙(일리노이)‘옛 시인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앨범을 뒤적이다가 발견한 사진 한 장이 H의 시선을 고정시킨다. 오래된 고등학교 동문회의 색바랜 사진 속에 그리운 얼굴이 있다.고등학교 2년 선배인 현순 선배는 처음 만날 때부터 유독 친절하게 H를 이끌어 주던 학생회장 선배였다. 예나 지금이나 취업이 걱정인 졸업생들에게 그 시절 은행원은 인기 있는 직업 일순위였는데, 그중에 투자신탁 은행은 좀 더 대우가 좋았던 걸로 기억된다. 현순 선배는 자신이 일하고 있는 투자신탁에 이력서를 내보라며 적극 추천하고 나섰다.자신은 없었지만 일단 이력
최기훈 장로(수필가, 한국)아버지는 내 이름을 자주 부르지 않았다. 어김없이 새벽에 일어나시면 쇠죽을 끓여 놓고 논배미 서너 곳을 둘러 보았다. 그치지 않고 논둑에 무성한 풀을 베어 외양간 앞에 한 짐 쇠꼴 지게를 받쳐 놓았다. 나는 그때까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이윽고 아버지가 나를 불렀다. ‘기훈아, 여태 자니?’ 아버지의 목소리에 깊은 한숨과 지극한 애정이 스며 있었다.잠을 깨우는 아버지의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어도 이제는 들을 수 없다. 생각할수록 그리운 아버지다. 동네 어른들은 아버지 앞에 맏이인 내 이름을 꼭 넣어 불
본지 크리스찬저널의 발행인이며 로고스선교회 회장인 박도원 목사의 신간이 지난 8월에 출간되었다.1집 『엘로이 엘로이』 와 2집『너희도 가려느냐』에 이은 세 번째 책이다. 1981년부터 지금까지 크리스찬저널에 저자가 게재해 온 퍼스펙티브와 기도문은 3,000여 편에 달한다. 그 중에서 선별한 114편의 글들이 3부로 나뉘어 신간에 수록되어 있다. 책 제목 '엘로이'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매달리신 채 호소하셨던 '나의 하나님'이란 의미로, 헬라어 성경 마가복음 15장 34절에서 인용했다고 설명한 저자는 "이 책을 내는 필자의 마음은 '
최기훈 장로(수필가)코로나에 걸린 줄 몰랐다.나와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은 아주 먼 거리에 있다고 생각했다. 불과 두 달 전까지 직장에 다니면서 나는 관리자로서 솔선하지 않으면 아니 되었다. 방역수칙을 세심하게 지키며 스무 번도 넘는 진단 검사에서도 넉넉히 이상 없음이 확인되었다. 세 차례나 백신 접종도 마쳤다. 그런 내가 코로나에 걸리다니. 스스로 납득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다중이 모인 곳에 가지도 않았고 고작해야 교회 새벽기도회와 공원 둘레길을 몇 차례 산책한 것밖에 없었다. 벌써 한 달 넘은 지난 일이 되고 말았지만 기억을 더
최기훈 장로(수필가, 한국) 집 앞에 못 보던 가게 하나가 생겼다. 간판을 보니 무인셀프편의점이다. 가게 이름이 앙증맞고 예쁘다. ‘까까주까 24’, 낯익은 말이다. 어릴 적 우는 아가에게 울음을 그치게 하는 마력이 깃든, 엄마와 할머니의 사랑이 담뿍 스민 말이다.이 나이에 서리에 대한 추억이 없을 리 없다. 배고픈 시절이었다. 고향 마을 냇둑 건너 이웃 마을은 원두골이라 불렀다. 높다란 원두막도 몇 개 눈에 띄었다. 한여름이면 마냥 부럽게 바라보던 원두막에서 간혹 주인 할아버지의 헛기침 소리도 들렸다. 원두막 밑에 달콤한 냄새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