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훈 장로(민영 소망교도소 교도관, 수필가)모자를 벗었다. 참 무거운 모자였다. 입때껏 모자 쓰는 인생을 살았다. 초등학생 때만 모자를 쓰지 않았지, 중고등학교는 물론 곧바로 입대하여 3년 가까이 군모를 썼다. 그러다가 채 일 년도 되지 않아 교도관이라는 제복 공무원이 되고 보니 지금까지 모자와 결별하지 못한 꼴이다. 거의 50년 동안 모자를 쓴 셈이다. 교도관이 썼던 80년대 모자가 제일 무거웠다. 금속제 커다란 모표까지 달았으니 오죽할까. 순회 점검 때는 그 모표가 반짝반짝 빛나도록 닦았다. 격일 근무를 하던 그 시절, 새벽
조애영(캘리포니아)산과 같이 굳건한 믿음 주소서땅과 같이 인내의 믿음 주소서바다처럼 깊고 넓은 믿음 주소서하늘의 높고 청명한 믿음 주소서별처럼 밝게 빛나는 믿음 주소서달처럼 길을 밝히는 믿음 주소서햇볕처럼 따뜻이 비추는 믿음 주소서아름답게 주님과 합한 마음이 되도록.
최기훈 장로(민영 소망교정시설 교도관)지난 금요일 네 차례에 걸쳐 진행된 소망공동체 제17기 두란노아버지학교가 끝났다. 잔잔하면서도 뜨거운 은혜의 잔치였다. 사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모든 교화 프로그램을 중단하게 만들었다. 점차 완화되어 신입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조심스럽게 시작한 프로그램이 이번 아버지학교였다. 나 역시 진행자로 나섰지만 여러모로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잘 훈련된 스태프도 없었다. 개설팀의 김병용 계장이 모든 일을 도맡았다. 하지만 이미 준비된 수용자 형제들의 자발적인 섬김이 있어서 가능했다. 조장팀
보통사람을 위한 팡파르이문재 시인아직 못 배웠다화내지 않고 화내는 법번 것보다 적게 쓰는 법도여태껏 몸에 익히지 못했다아버지가 물려주신 선산 땅을결국 지키지 못했고 몇몇 벗에게진 빚도 몇 년째 갚지 못하고 있다친한 치과의사도 없고한밤중에 연락할 수 있는 변호사도 없다나는 집값을 누가 어떻게 정하는지주식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무엇인지정치와 정치인 국민과 국가 사이가왜 그토록 멀기만 한 것인지인간과 인류 인류와 천지자연 사이가왜 이토록 아득해졌는지 잘 모르겠다하지만 곰곰 되짚어보면선물처럼 받은 은혜가 없지 않다일일이 따져보지 않아도
김홍준 장로(WA)내가 사는 곳은 워싱턴 주 서부 태평양 연안에서 25마일 떨어진 울창한 송림이 우거진 산골이다. 비가 하도 많이 오고 흐린 날이 많아서인지 카운티 이름도 Grays harbor이다. 이 지역은 많은 비와 비옥한 땅이 어우러져 양질의 목재가 많이 생산되는 곳이어서 옛날에는 수많은 원목 운반선들이 북적이고 시애틀이나 포틀랜드보다 거대한 항구 도시였다. 열대우림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보았어도 온대우림이라는 말은 생소한데, 세계적으로 5곳이 있는 중에 이곳에도 있다. 이 지역을 들어오는 입구에는 “Lumber Capitol
최기훈 장로(민영 소망교정시설 교도관)내 집으로 이사했다. 내 집을 고대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십 년이 지났다. 언덕배기 동산에 내 집이 세워지고 점점 층수가 올라가던 새 아파트를 바라보면 뿌듯한 기분이 들곤 하였다. 집은 그렇게 내 마음에도 지어졌다. 참 애틋한 우리 가족의 보금자리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 내 나라 내 기쁨 길이 쉴 곳도/ 꽃 피고 새 우는 집 내 집뿐이리/ 오 사랑 나의 집 즐거운 나의 벗 내 집뿐이리.’학창 시절 음악 시간에 흥얼거리던 '즐거운 나의
조애영(캘리포니아)하나님의 뜻 안에서 분별의 능력 주어지기를 원한다면영과 혼과 육신이 조화롭고 균형 있게 건강해야 되리.건강해야 말씀의 뜻도 하나님의 뜻 안에서 이해될 수 있고건강할수록 말씀을 읽고, 듣고, 묵상할 때 잘 분별하게 되리.세상 안에 살면서 생존경쟁의 스트레스로 지치고 병든 몸치유와 회복을 위해서 시간과 하나님의 도우심이 절실하듯분별 능력이 생기고 자라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리.건강할수록 육신의 정욕,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도 덜 하게 되며 안 갖게 되리(요일 2:16-17).오히려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고
신양숙(일리노이)빈 둥지(Empty Nest)가 실감나는 추수감사절 아침이다. 아이들이 떠난 자리가 오늘 새삼 더 텅 빈 느낌이다. 매년 새벽같이 일어나 굽던 터키도 먹을 식구들이 없어 굽지 않기로 했다. 세 아들 각자가 건강한 독립군으로서 세상의 한 자리가 되어 독립국가를 건설하는 중이다.느긋하게 커피 한 잔을 즐기고 큰아들 내외와의 브런치 약속을 위해 단장하는데, 오랜만에 반가운 A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다. 날씨만큼이나 우울한 목소리가 불안하다. 브런치를 하고 돌아와 A와 오랜만에 긴 얘기를 나눴다.“언니! 사는 게
최기훈 장로(민영 소망교정시설 교도관)올 가을에는 은근히 뿌듯한 기분이 이어지고 있다. 자기 만족이다. 여름에도 틈틈이 책을 읽었지만 서늘한 가을 기운이 스며들 무렵, 책 읽는 재미가 한층 더했다. 한 달에 두 권을 읽어야지, 목표로 삼았던 게 그 배는 되지 싶다. 몇 년 전부터 나는 새해가 되면 생활 목표를 기록하여 수첩 표지 안쪽에 꽂아 놓고 있다. 제목이 그럴 듯하다. 〈0000년, 성숙한 그리스도인의 삶을 위하여〉이다.그 밑에 구체적인 생활 목표와 성경 구절도 써 놓았다. 예닐곱 개나 되는 생활 목표 가운데 ‘성경 2독(개정
조애영(캘리포니아)하나님께서는 극도로 패역한 이스라엘 백성을 용서하시려고구약성경 예레미야서 5장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고 계시네.너희는 예루살렘 거리를 이리저리 다니며 그 넓은 거리에서정의를 행하며 진리를 구하는 자를 찾아보라고 말씀하시네.한 사람이라도 발견할 수 있거나 거기에 그런 자가 있다면하나님께서 예루살렘을 용서하시겠다고 말씀하시네(렘 5:1).그러나 그 한 사람을 발견할 수 없었고 찾아보아도 없었네.그 한 사람은 세상적으로 성공하거나 유명 인사도 아니며,학식이 높거나 덕망이 있거나 부(富)한 사람도 결코 아니네.하나님께서
윤효순(캘리포니아)모처럼 혼자만의 점심. 냉장고 안에 조금씩 남아 있던 것들, 멸치볶음. 콩나물을 꺼냈다. 전자레인지로 데운 밥을 큰 대접에 담고, 그 위에 잘게 썬 김치와 햄까지 덮었다. 그리고 참기름과 고추장, 김가루를 더해 마구 비볐다. 색깔과 냄새가 그럴 듯했다. 아침 햇님 같은 계란 후라이 하나 올렸다. 내가 생각했던 아무렇게나 때우려던 점심이 아님에 놀랐다. 귀한 사람을 대접해도 괜찮을 향과 격을 갖춘 비빔밥이 되었다.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우아하게 식탁에 앉았다. 마구 비빈 밥 속에 담겨 있는 품위는 전혀 의도되지 않은
최기훈 장로(한국)‘’왠지 불안하다. 이 불안은 마음이 편치 않다는 것이고 그만큼 내 삶에 허점이 많다는 뜻일 게다. 그렇다고 몸에 큰 질병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늙어짐을 느끼는 나이, 그 나이에 이르렀으니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현상이라고 스스로 풀었다. 일종의 자기 합리화다. 생각해보니 이 불안은 여유가 없는 막힌 여백인 듯하여 더욱 그렇게 여겨지는 것 같다. 내 장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지만 내겐 믿음이 있다. 이 믿음은 곧 평안이다.하루를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들면 기도를 한다. 시편 23편을 잠잠히 암송하고 하루 가운데
양념 병에 고춧가루를 담는다.시장에서 사 온고춧가루 세 숟가락그 위에새언니가 보내준고춧가루 한 숟가락잘 섞어지라고 병을 흔든다세 숟가락 또 한 숟가락긴~~~~우리의 세월도 같이 담긴다.잔주름 가득한 언니의 얼굴살포시 겹쳐지는하얀 면사포선한 웃음 담은수줍은 봄의 얼굴 나의 새언니흔들리는 고춧가루의가물가물한 손짓.지나간 세월이모두 퍼져 나와 순식간에 춤을 춘다.늙어도 곱디고운 나의 새언니고마워요! 미안해요!중얼거리다가혼자 웃는다.모든 것 뛰어넘는한 줄의 말 거기 있기에.가을 사랑 퍼트리는 솜씨한결같은 언니는 참 좋겠다.영원히 선한 마음
조애영(캘리포니아)이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삶이 평온하길 원하네.이런저런 방법으로 몸과 마음의 평안을 찾으려고 노력하지.몸의 유익이나 유해를 생각해 보지도 않고 먹거나 마시며위험한지 알면서도 일시적인 기분의 즐거움을 위한 행동도.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위협적인 말과 행동을 하기도 하고미사여구(美辭麗句)로 사람들의 마음을 즐겁게 하려고 하네.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행해지는 이러한 말과 행동은주변 존재들의 통제와 자신의 안정과 평안을 갖기 위해서리.하지만 사도 바울은 “너희가 내 안에서 배우고 받고 듣고본 그것들을 행하라.
신양숙(일리노이)희생하는 자유드레스룸에서 나오는 줄리는 큰 체구가 힘에 겨운지 거칠어진 호흡 때문에 몸을 구부린 채 잠시 숨을 고른다. 곧 있을 딸의 결혼식에 입을 드레스를 수선하러 온 줄리는 큰 체구에 마스크까지 쓰고 있어 여간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2차 백신 접종까지 마친 상태라 너무 힘들어하는 줄리에게 잠시 마스크를 벗으라고 권했지만 손을 내저으며 괜찮다고 한다. 벌써 2년 가까이 코로나19 팬데믹이 계속되면서 백신 접종 후에도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다시 마스크를 쓰다보니 사람들의 피로도가 상당하다.줄리는 거친 숨을 고른 뒤
'내 탓' 내 탓입니다내 탓을 까맣게 잊고 살았습니다. 네 탓은상식이고 정의였습니다.하지만 양심이라는 거울에내 탓이 보입니다.환하게! (최기훈 장로)
김홍준 장로(워싱턴 주)백향목 어린 순이 기록적으로 뜨거운 태양열에 화상을 입고 진한 갈색으로 타들어 가 불볕더위가 무엇인지 가르쳐 준 무덥고 긴 여름이 끝자락을 보이고, 하늘하늘하며 가을 바람에 일렁이는 예쁘디 예쁜 코스모스가 미소를 보내 주는 전원의 아침 햇살이 눈부시다.올해에도 들깨 모종을 많이 심어서 키웠다. 우리집 식구들은 깻잎을 좋아하여 장아찌를 담아 먹곤 했는데, 옛날 어렸을 적 시골에서 살 때는 장독대 커다란 항아리에 메주를 쒀서 만든 간장과 된장이 가득했다. 늦여름부터 깻잎을 수확하여 된장 속에 박아 놓으면 발효가
윤효순(캘리포니아)일 년에 두 번 하는 정기 검진. 늘 편하게 일상 이야기를 해가며 진단하던 의사가 이번엔 왼쪽 갑상선이 좀 부었다며 고개를 갸웃하곤 꼼꼼히 살폈다. 한참을 살피더니 초음파 검사를 해야겠다고 했다.생전 처음 하게 된 초음파검사! 충격이었다. 며칠 동안 내 몸 안에 필요하지 않은 뭔가가 있다! 혹 그 뭔가가 크게 나쁜 것이 될 수도 있다,라는 단정으로 마음이 어지러웠다. 두려움이 밀려오면 고개를 흔들어 털어내려 했다. 침착하고 싶어도 최악의 결과가 불쑥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방정맞음, 일손이 잡히지 않고 심란하기만 했다
조애영(캘리포니아)사람들은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말, 즉 언어(言語)를 배우고의사 전달하고 표현하면서 세상과 소통하며 살아가네.달콤한 말에 감동받고 씁쓸한 말에 상처받아 관계가 끝나기도.말, 적절한 언어(言語)의 사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할 수밖에.성경말씀에도 ‘경우에 합당한 말은 아로새긴 은 쟁반에 금 사과’(잠 25:11)라고 하며, 말 한 마디에 천 냥 빚 갚는다는 우리말 속담도있으니... 그렇게 온전하게 실수 없이 말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 야고보서 3장 2-3절에서는 “우리가 다 실수가 많으니만일 말에 실수가 없는
최기훈(민영 소망교도소 교도관)내게 40년이라는 숫자가 생경하게 다가왔다. 낯익지만 짐짓 뜨악한 친구처럼 말이다. 최근에 나는 묵은 자료들을 정리하다가 파일북에서 유독 눈에 띈 통지서를 발견했다. 1981년 5월 30일 자, 총무처장관이 발행한 ‘5급 을류 교정직 국가공무원 합격통지서’였다. 그해 7월 28일 우체부가 배달해 준 전보를 받고 부랴부랴 사진과 서류를 준비하여 영등포구치소를 찾아갔다. 시험을 보고 불과 석 달도 안 되어 법무연수원 교육도 받지 않은 채 곧바로 임용되었다. 7월 30일, 그날부터 교도관이 된 것이다. 그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