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천(치과 의사, 수필가)마리아가 로베르토 품에 안겨 묻는다. "키스할 때 코는 어느 쪽에 두어야 하죠?" 잉그리드 버그먼과 게리 쿠퍼가 주연한 영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에서 널리 회자된 유명한 대사이다. 스페인 내전(1936~1939)을 배경으로 쓴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장편소설의 이 제목은 영국 시인 존 던(John Donne)의 시(詩)에서 따온 것이다.존 던이 살았던 17세기 영국 런던에서는 마을에서 사람이 죽으면 교회의 종을 치는 풍습이 있었다. 그런데 종소리가 들리면
곽성환 목사(PMI 바울사역원 대표)온 동네 떠나갈 듯 울음을 터트리며 인생은 시작됩니다. 신동 소리까지 들으며 영아기를 보낸 아이는 부모에 대한 절대 의존의 시기를 지나면서 점차 바깥세상을 경험합니다. 비슷하게 생긴 타생명체를 접하며 반가움을 느끼지만, ‘특별한 사람’이 자신만이 아니라는 것도 깨닫게 됩니다. 게다가 ‘삶’이란 저절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죽음과 싸워 이긴 자에게 주어지는 상품(賞品) 같은 것이라는 것, 때로는 제한된 기회를 놓고 같은 종족과 치열하게 경쟁해서 이긴 자들에게만 주어지는 전리품 같은 것이라는 냉엄한
김광섭 목사(샴버그침례교회 담임)인생을 멋지게 살고 싶은 마음처럼, 신앙 생활도 멋지게 하고 싶은 생각이 우리의 마음 안에 있다. 세속 문화의 산물인 나도 책에서 읽은 그럴싸한 문구를 차용해 피상적인 이해만을 가진 채, 소위 ‘멋있는’ 신앙 생활을 하려는 겉멋이 들곤 한다. 내 카톡의 이름은 Kingdom Builder이다.10여 년 전에 그런 삶을 살고자 하는 나의 바람을 담아 적었던 것이다. 그리스도의 제자, 교회 일꾼 등 비교적 흔한 표현보다는 당시의 나에게는 적어도 신식 표현이었고, 전형적인 ‘겉멋’이었다. 사실 조금만 진지
김학천(치과 의사, 수필가)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때 이탈리아의 한 마을에 독일군이 진주한다는 소식에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마을을 지켜야 할지 몰라 패닉에 빠졌다. 점령군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포도주 때문이었다. 독일군이 들어오면 그들의 생계 수단인 100만 병의 포도주를 모조리 빼앗길 것이기 때문이었다.마침 시청 회의실에서는 마을 의원들이 무솔리니 정권이 무너지면서 물러난 시장 후임으로 누구를 새로 뽑아야 할지 골몰하던 중이었다. 별다른 대책이 없었던 그들은 엉뚱하게도 보잘 것 없지만 인기있는 술주정뱅이 봄보리니
김학천(치과 의사, 수필가)독일의 전설 속 인물이며, 마술사이자 연금술사인 파우스트(Faust) 이야기는 여러 작가들의 작품 소재가 되었다. 그 중 대문호 괴테가 전 생애에 걸쳐 쓴 역작 『파우스트』의 주인공으로 재각색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모든 지식을 다 갖춘 학자 파우스트는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세상에 대한 환멸과 우울로 생을 마감하려 한다. 이때 악마 메피스토펠레스(Mephistopheles)가 나타나 젊음을 되찾아줄 테니 대신에 영혼을 팔지 않겠느냐고 유혹한다.이에 파우스트는 무한한 지식과 세속적인 쾌락을 자신의 영혼과 교환
흔히 ‘노블레스 오블리주 (Noblesse Oblige)’라고 하면 예외 없이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프랑스 북부 항구 도시 칼레의 시청 광장에 있는 ‘칼레의 시민’이란 로뎅의 유명한 조각상에 대한 이야기다.칼레(Calais)는 14세기 백년전쟁 당시 도버 해협을 사이에 두고 영국과 마주보고 있었기 때문에 이곳을 차지하는 것이 프랑스군과 영국(잉글랜드)군 모두에게 중요했다. 영국군에 포위된 칼레는 1년여 간 맹렬히 저항했지만 결국 투항하게 된다.그럼에도 이들을 몰살하려 했던 영국 왕(에드워드 3세)은 신하들의 간청에 의해 모든 시민
김학천(치과 의사, 수필가)진시황이 최초로 중국을 통일한 진(秦)나라는 불과 3대 만에 무너지고 초한전(楚漢戰) 끝에 유방이 한(漢)나라를 세웠다. 그러나 후한(後漢) 말년에 이르러 외척과 대립한 환관들의 ‘십상시의 난(十常侍亂)’과 황건적의 난으로 어지러운 틈을 타 전국에서 일어난 군웅들의 패권 다툼이 세 나라, 손권의 오(吳)나라, 유비의 촉(蜀)나라 그리고 조조의 위(魏)나라로 정립되었다. 그러다가 유비, 손권, 조조가 사망함으로써 사실상 천하 삼분의 삼국 천하 쟁패는 막을 내렸다. 이후 위나라는 조조의 책사였던 사마의(司馬懿
허영진 목사예수님은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 길로 가는 사람이 많다”(마 7:14)고 말씀하셨습니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인간의 이런 형편을 'Heimatlosigkeit,' 즉 '고향 상실'이라고 불렀습니다. 인간에게는 돌아가야 할 고향이 있는데 길을 잃어버리고 방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고독의 시인 헤르만 헤세의 ‘그 어디엔가’라는 시 가운데 이런 아름다운 구절이 있습니다. 인생의 사막을 지나전신을 불태우며 나는 헤맨다.그러나 거의 잊어버린 그 어디엔가서늘한 나무 그늘 아래꽃이 피는 동산이 있음을 나는 알고
곽성환 목사(PMI 바울사역원 대표)중학교 때의 일입니다. 학교 친구들이 돌려보던 도색잡지의 그림을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어깨 너머의 일이었지만 그런 세계의 첫 경험이었습니다. 속이 메스꺼웠고 불결, 타락, 죄, 말세 등의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친구들을 벌레 보듯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로부터 얼마 후 그런 그림 몇 장이 집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찢겨진 채 태워지기 직전의 상태로요. 어찌된 일이냐구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리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던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들로부터 몇 장의 사진을 얻
김학천(치과 의사, 수필가)축구는 단연 세계 최고의 스포츠라 할 수 있다. 그 어떤 스포츠도 축구만큼이나 전 지구촌의 열광과 영향력을 따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축구는 전쟁의 속성과 닮았으며 또 정치색이 짙은 스포츠이기도 하다.그래서 『축구 전쟁의 역사』의 저자인 사이먼 쿠퍼는 축구를 ‘국가간 대리 전쟁’이라고까지 했다. 일례로 네덜란드가 독일과의 경기에 목숨을 거는 것은 나치 치하에 처했던 과거사를 설욕하려는 무의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관계에 의한 감정처럼 각 나라마다 앙숙도 많아 경기를
김광섭 목사(샴버그침례교회 담임)우리는 남에게 지는 것을 수치스러워하고, 넘어진 삶을 부끄러워한다. 심지어 숱하게 넘어지면서도 괜찮은 척, 심하게 넘어졌으면서도 아프지 않은 척하기도 한다. 이 세상은 넘어진 사람을 실패한 사람이라 부르기에 넘어져서 아픈 것보다 아파하는 우리를 비참하게 보는 세상으로부터 더 큰 상처를 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앙생활은 넘어짐을, 할 수 없음을, 방식이 잘못되었음을 인식하고 고백하는 데서 시작된다. 복음은 자주 한계에 부딪히고, 넘어지고, 죄를 짓는 우리를 다시는 안 넘어지게 하거나 초자연적
김학천(치과 의사, 수필가)퇴역장교 프랭크 대령은 군복무 중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은 후 딸네 집 뒤쪽에 홀로 얹혀 살면서 삶의 무의미함을 이기지 못해 식구들에게도 불같은 성질을 부리며 술로 지새운다. 땡스기빙데이가 되자 딸 가족이 모두 떠난 집에 혼자 남겨진 그는 인생의 마지막 여행을 준비한다. 리무진을 타고 뉴욕으로 가서 최고급 호텔과 식당에서 머물고 즐기며 아름다운 여인과 하룻밤을 지낸 후 생을 마감하려는 계획이다.어느 날 저녁 그는 고급식당 안에서 한 젊은 여인에게서 풍기는 냄새에 이끌려 다가가 그녀가 사용하는 향수의 이름
첫 우리말 성경은 도대체 누가 언제 어떻게 만든 것일까요?1870년대 초 우리나라 북쪽의 의주 지방에는 중국을 드나드는 상인들이 있었습니다. 그중에 이응찬이란 사람이 한약재를 배에 가득 싣고 압록강을 건너다가 배가 파선되어 장사할 물건을 모두 잃고 목숨만 겨우 건졌습니다. 타국에서 오갈 데 없는 노숙자 신세가 된 이응찬을 구해준 사람이 선교사 존 로스 목사였습니다. 로스 선교사는 이응찬을 어학 선생으로 채용했습니다. 또 다른 상인 서상륜은 인삼 장사차 만주에 갔다가 장티푸스에 걸려 죽게 되었는데, 선교사 존 매킨타이어 목사가 치료해
김학천(치과 의사, 수필가)19 세기 말, 프랑스 파리의 한 오페라 극장에선 유령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그리고 언제나 5번 박스석엔 괴신사가 자리한다. 그는 천상의 목소리를 타고 난 음악가이면서 마법 등 많은 재능에도 불구하고 흉측한 얼굴 때문에 세상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안고 극장 지하 호수에 있는 미궁에 숨어 산다. 대중 앞에는 항상 반쪽 흰 가면을 쓰고 나타난다.그러던 중 그는 무명 여가수 크리스틴이 노래하는 음성을 접하면서 그녀의 사랑을 얻어낼 속셈으로 그녀의 꿈 속으로 찾아가 노래 레슨을 해주며
김학천(치과 의사, 수필가)"내로남불"‘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어떤 자리에 앉으면 거기에 걸맞게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인데 왜 회사에서는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낮은 지위의 사람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는 걸까? 이 물음에 대해 과학자들은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이른바 ‘알파벳 E 실험’이다. 2007년 노스웨스턴 대학의 갤린스키 심리학 교수는 일정 대상 집단을 권력 그룹과 비권력 그룹으로 나눴다. 그리고 권력자 그룹에겐 남에게 명령했던 기억을
우리는 성탄절 인사와 새해 인사를 함께 합니다.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거나 자정 불꽃놀이를 한 지 열흘하고도 수일이 지났습니다. 새 마음으로 새해를 잘 시작하셨는지요? 마음 먹은 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뜻대로 되지 않아도 낙심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 새해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음력으로 시간을 계산하는 문화권의 사람들이지요. 우리가 설날이라고 부르는 그날이 올해는 2월 1일입니다. 또 한 번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문자들이 카톡방을 요란하게 만들겠지요? 유대인들의 새해 명절 로쉬 하샤냐(Rosh HaShana
김광섭 목사(샴버그침례교회 담임)이따금 첫사랑 회복에 대한 기도 요청을 하는 성도들이 있다. 나 또한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일곱 개 교회 중 첫 번째 교회인 에베소 교회에 하신 말씀을 따라 ‘첫사랑’을 회복하게 해달라고 기도해 왔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렇게 기도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야 만나다 보면 그 사람에게 실망해 사랑이 시들해질 수 있다지만, 예수님과는 시간을 들여 알면 알수록 더 감사하고 그 교제 속에서 생명이 흐르는 것이 정상이 아닐까?시간이 갈수록 예수님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더 깊
김학천(치과 의사, 수필가)서양에 오페라가 있다면 우리에겐 판소리가 있다. 오페라가 무대와 객석이 차단된 채 일방 전달인 것에 반해, 판소리는 소리꾼과 청중들 간에 열린 양방 소통 대화의 장(場)이랄 수 있다. 이는 오페라의 아리아(Aria)와 레시타티브(Recitativo)에 상응하는 소리와 아니리 외에도 판소리는 추임새(얼쑤~ 등)뿐 아니라 청중들이 예기치 않게 던지는 말에도 즉흥적으로 화답해 내는 재치와 예지를 겸한 소리꾼과 민중의 어울림 때문이다.또한 오페라가 한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인 것과 달리, 판소리는 오랜 세월을
김학천(치과 의사, 수필가)서산대사의 것으로 알려진 ‘눈밭을 걷다(답설야:踏雪野)’라는 시(詩)가 있다. ‘눈 덮인 들길을 걸어갈 때 발걸음을 어지럽게 하지 마라. 오늘 남긴 내 발자국이 뒤에 오는 사람의 길이 될 것이니’.나의 행위가 남의 이정표가 될 수 있으므로 항상 올바른 자세로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동시에 이는 뒤에 오는 이가 다른 사람 아닌 내가 될 수도 있음 또한 명심하고 잘못을 거듭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말하고 있다. (여러 인사들도 종종 인용하는 이 시(詩)는 후에 조선 후기 시인 이양언의 ‘야설(野雪)
김학천(치과 의사, 수필가)쥐는 사주에서 ‘자천귀(子天貴)’라 하여 귀하게 태어남을 말하고 다산과 풍요의 덕을 갖고 있는 외에도 그 긍정적인 면 또한 적지 않다. 선천적으로 눈치가 빠르고 어려운 여건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는 습성이 있는가하면 쥐의 수염을 모아 만든 서수필(鼠鬚筆)은 서예가들에게 대단히 인기가 높다.그럼에도 일반적으로 ‘쥐’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배신이나 기회주의 같은 주로 부정적인 것들이다. 어느 시인은 ‘쥐와 인간의 소중한 계획은 너무 자주 뒤틀려 버리곤 한다. 그리하여 약속된 기쁨 대신 슬픔과 고통에 찬 덧없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