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효순(캘리포니아)모처럼 혼자만의 점심. 냉장고 안에 조금씩 남아 있던 것들, 멸치볶음. 콩나물을 꺼냈다. 전자레인지로 데운 밥을 큰 대접에 담고, 그 위에 잘게 썬 김치와 햄까지 덮었다. 그리고 참기름과 고추장, 김가루를 더해 마구 비볐다. 색깔과 냄새가 그럴 듯했다. 아침 햇님 같은 계란 후라이 하나 올렸다. 내가 생각했던 아무렇게나 때우려던 점심이 아님에 놀랐다. 귀한 사람을 대접해도 괜찮을 향과 격을 갖춘 비빔밥이 되었다.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우아하게 식탁에 앉았다. 마구 비빈 밥 속에 담겨 있는 품위는 전혀 의도되지 않은
왜 지금 링컨이 다시 필요한가? 대한민국에서도 미국에서도 ”리더십의 부재, 이것이 늘 우리의 문제이고 숙제”라고 저자는 강변한다. 링컨의 리더십을 다시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 지금까지 위대한 지도자로 추앙받는 건 ’강력한 소통의 리더십‘ 때문이고, 강력한 소통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갖은 역경을 이겨내며 나라를 하나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서문에서 설명한다. ’분열이 아니라 통합과 화합으로 나아가기 위해 링컨 같은 리더가 필요하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임을 인정한다면 국
최기훈 장로(한국)‘’왠지 불안하다. 이 불안은 마음이 편치 않다는 것이고 그만큼 내 삶에 허점이 많다는 뜻일 게다. 그렇다고 몸에 큰 질병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늙어짐을 느끼는 나이, 그 나이에 이르렀으니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현상이라고 스스로 풀었다. 일종의 자기 합리화다. 생각해보니 이 불안은 여유가 없는 막힌 여백인 듯하여 더욱 그렇게 여겨지는 것 같다. 내 장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지만 내겐 믿음이 있다. 이 믿음은 곧 평안이다.하루를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들면 기도를 한다. 시편 23편을 잠잠히 암송하고 하루 가운데
양념 병에 고춧가루를 담는다.시장에서 사 온고춧가루 세 숟가락그 위에새언니가 보내준고춧가루 한 숟가락잘 섞어지라고 병을 흔든다세 숟가락 또 한 숟가락긴~~~~우리의 세월도 같이 담긴다.잔주름 가득한 언니의 얼굴살포시 겹쳐지는하얀 면사포선한 웃음 담은수줍은 봄의 얼굴 나의 새언니흔들리는 고춧가루의가물가물한 손짓.지나간 세월이모두 퍼져 나와 순식간에 춤을 춘다.늙어도 곱디고운 나의 새언니고마워요! 미안해요!중얼거리다가혼자 웃는다.모든 것 뛰어넘는한 줄의 말 거기 있기에.가을 사랑 퍼트리는 솜씨한결같은 언니는 참 좋겠다.영원히 선한 마음
어느 시대에나 그리스도인은 똑같은 도전에 직면한다. 즉 의심, 낙심, 두려움, 죄책감, 분열, 거부, 소비지상주의와 영적 무관심을 마주치게 된다. 저자는 사복음서 중에서 베다니라는 작은 고을에 관련된 이야기를 찾아내 그곳에서 주님의 발자취를 따르며 우리가 지금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주님의 메시지를 전한다.“복음서는 예수님의 지상에서의 삶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 준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종종 놓치고 지나가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내 생각에 이 이야기야말로 한 번도 알려진 적 없는 가장 멋진 이야기, 즉 이야기 속의 이
조애영(캘리포니아)이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삶이 평온하길 원하네.이런저런 방법으로 몸과 마음의 평안을 찾으려고 노력하지.몸의 유익이나 유해를 생각해 보지도 않고 먹거나 마시며위험한지 알면서도 일시적인 기분의 즐거움을 위한 행동도.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위협적인 말과 행동을 하기도 하고미사여구(美辭麗句)로 사람들의 마음을 즐겁게 하려고 하네.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행해지는 이러한 말과 행동은주변 존재들의 통제와 자신의 안정과 평안을 갖기 위해서리.하지만 사도 바울은 “너희가 내 안에서 배우고 받고 듣고본 그것들을 행하라.
신양숙(일리노이)희생하는 자유드레스룸에서 나오는 줄리는 큰 체구가 힘에 겨운지 거칠어진 호흡 때문에 몸을 구부린 채 잠시 숨을 고른다. 곧 있을 딸의 결혼식에 입을 드레스를 수선하러 온 줄리는 큰 체구에 마스크까지 쓰고 있어 여간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2차 백신 접종까지 마친 상태라 너무 힘들어하는 줄리에게 잠시 마스크를 벗으라고 권했지만 손을 내저으며 괜찮다고 한다. 벌써 2년 가까이 코로나19 팬데믹이 계속되면서 백신 접종 후에도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다시 마스크를 쓰다보니 사람들의 피로도가 상당하다.줄리는 거친 숨을 고른 뒤
'내 탓' 내 탓입니다내 탓을 까맣게 잊고 살았습니다. 네 탓은상식이고 정의였습니다.하지만 양심이라는 거울에내 탓이 보입니다.환하게! (최기훈 장로)
저자는 30여 년간 정신과 의사로 활동하며 1만2천여 명의 속마음을 듣고 나누었다. 최근 15년은 정치인, 법조인, 기업 CEO와 임원 등 자타가 인정하는 성공한 이들의 속마음을 나누는 일을 했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트라우마 현장에서 피해자들과 함께했다.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재단 ‘진실의 힘’에서 집단상담을 이끌었고,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을 위해 심리 치유 공간 ‘와락’을 만들었다. 세월호 참사 직후 안산으로 이주해 ‘치유공간 이웃’을 만들어 피해자들의 치유에 힘썼다. 서울시와 함께하는 힐링프로젝
김홍준 장로(워싱턴 주)백향목 어린 순이 기록적으로 뜨거운 태양열에 화상을 입고 진한 갈색으로 타들어 가 불볕더위가 무엇인지 가르쳐 준 무덥고 긴 여름이 끝자락을 보이고, 하늘하늘하며 가을 바람에 일렁이는 예쁘디 예쁜 코스모스가 미소를 보내 주는 전원의 아침 햇살이 눈부시다.올해에도 들깨 모종을 많이 심어서 키웠다. 우리집 식구들은 깻잎을 좋아하여 장아찌를 담아 먹곤 했는데, 옛날 어렸을 적 시골에서 살 때는 장독대 커다란 항아리에 메주를 쒀서 만든 간장과 된장이 가득했다. 늦여름부터 깻잎을 수확하여 된장 속에 박아 놓으면 발효가
정상선 권사( Review & Negotiation Department)“오래 전 그러나 아주 멀지 않은 옛날에~ 마법의 책을 가진 소녀가 있었다.” 책을 펴자 마주한 이 문장에서 나는 또 하나의 소녀가 되어 버렸다. 1980년 이후에 태어나 침례교인으로 성장한 레이첼 헬드 에반스가 인터넷 세대의 젊은이답게 성경에 대한 궁금증들을 인상 깊게 적었다. 특히 구약의 우물 이야기, 전쟁 이야기는 우리와 동떨어진 문화의 배경에서 생각할 수 없는 영역을 솔직히 표현했다. 그녀의 솔직함은 이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매력이다.이 책을 다 읽고
박찬효(약물학 박사, MD)창조주 하나님은 빛을 창조하시되 어두움은 창조하지 않으셨다. 빛이 없는 곳이 곧 어두움이기 때문이다. 성경에는 종종 죄를 어두움으로 부르는데, 요한복음에는 유다가 예수를 팔려고 밖으로 나갈 때 “유다가 그 조각을 받고 곧 나가니 밤이러라”라는 의미심장한 말씀이 있다. 그런가 하면 4~5세기에 살았던 성 어거스틴은 어머니 모니카 여사의 오랜 기도로 방탕한 생활을 벗어나 빛의 사람이 되었다. 죄의 노예가 된 비참한 모습으로 심히 괴로워할 때 어린아이들의 노랫소리 “들고 읽어라, 들고 읽어라”를 듣고 성경을 펼
최종인 목사(예수교대한성결교회 평화교회 담임)의 『회색 코뿔소 앞에 선 다윗(도서출판 청우)』이 출간되었다. ‘회색 코뿔소’는 세계정책연구소(World Policy Institute) 대표이사 미셸 부커가 2013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발표한 개념으로 인간이 자주 놓치는 위험 혹은 보고도 못 본 척하는 위기를 가리킨다.개인도 사회도 이전의 모습을 기억하는 것이 무의미해진 혼돈의 시대 속에서 크리스천 기업가들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휘몰아치는 시대의 조류에 정신을 잃고 허덕이고 있는가? 저자는 방주에 올라타서 다윗처럼 회색
윤효순(캘리포니아)일 년에 두 번 하는 정기 검진. 늘 편하게 일상 이야기를 해가며 진단하던 의사가 이번엔 왼쪽 갑상선이 좀 부었다며 고개를 갸웃하곤 꼼꼼히 살폈다. 한참을 살피더니 초음파 검사를 해야겠다고 했다.생전 처음 하게 된 초음파검사! 충격이었다. 며칠 동안 내 몸 안에 필요하지 않은 뭔가가 있다! 혹 그 뭔가가 크게 나쁜 것이 될 수도 있다,라는 단정으로 마음이 어지러웠다. 두려움이 밀려오면 고개를 흔들어 털어내려 했다. 침착하고 싶어도 최악의 결과가 불쑥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방정맞음, 일손이 잡히지 않고 심란하기만 했다
조애영(캘리포니아)사람들은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말, 즉 언어(言語)를 배우고의사 전달하고 표현하면서 세상과 소통하며 살아가네.달콤한 말에 감동받고 씁쓸한 말에 상처받아 관계가 끝나기도.말, 적절한 언어(言語)의 사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할 수밖에.성경말씀에도 ‘경우에 합당한 말은 아로새긴 은 쟁반에 금 사과’(잠 25:11)라고 하며, 말 한 마디에 천 냥 빚 갚는다는 우리말 속담도있으니... 그렇게 온전하게 실수 없이 말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 야고보서 3장 2-3절에서는 “우리가 다 실수가 많으니만일 말에 실수가 없는
최기훈(민영 소망교도소 교도관)내게 40년이라는 숫자가 생경하게 다가왔다. 낯익지만 짐짓 뜨악한 친구처럼 말이다. 최근에 나는 묵은 자료들을 정리하다가 파일북에서 유독 눈에 띈 통지서를 발견했다. 1981년 5월 30일 자, 총무처장관이 발행한 ‘5급 을류 교정직 국가공무원 합격통지서’였다. 그해 7월 28일 우체부가 배달해 준 전보를 받고 부랴부랴 사진과 서류를 준비하여 영등포구치소를 찾아갔다. 시험을 보고 불과 석 달도 안 되어 법무연수원 교육도 받지 않은 채 곧바로 임용되었다. 7월 30일, 그날부터 교도관이 된 것이다. 그렇
김홍준 장로(워싱턴 주)내가 어렸을 적인 60~70년 전까지만 해도 신부의 집에서 결혼식을 하고 신부가 꽃가마 타고 시집가던 광경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가난한 시절이었기 때문에 신랑이 말 타고 장가가는 풍경은 보지 못했다.2명이나 4명이 가마를 메고 가면 날이 좋거나 더운 날에는 가마의 작은 창문을 열어놓고 가는 경우가 있는데, 개구쟁이들이 따라가며 연지곤지 찍은 신부를 구경하며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신부를 맞은 신랑 집에서는 동네 잔치가 벌어지고 초야에는 여인들이 모여들어 창호지 문에 손가락으로 침을 묻혀서 구멍을 내고 신방을
김향숙(조지아)오늘은 일기 예보가 적중. 2 주 동안 가뭄 상태로 비가 와주기를 소원했는데, 기도 모임이 끝나자마자 폭우가 쏟아지는 것이 아닌가! 반가우면서도 내 마음은 뒷마당 화분에 심은 레몬 나무가 걱정이 된다.폭우에 혹시 처음 달린 레몬이 떨어지지는 않았을까 조바심하면서 집에 오자마자 뒷 마당으로 달려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어제까지 달려 있던 주먹 만한 레몬이 증발~~~“어머! 어디 갔지? 어디 갔어?” 너무 서운한 마음에 맥이 다 빠진다. 그동안 얼마나 정성을 들여서 키웠는데......매년 어머니날에 꽃을 보내던 딸 아이가
최기훈(수필가, 민영 소망교도소 교도관)그는 왜 이십 년 전 수인(囚人)이었을 때 신었던 그 운동화를 다시 신고 싶어 했을까? 지금 수용자들이 신고 있는 하얀 운동화를 한 켤레 구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내게 조심스럽게 부탁했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하기야 수용자들이 신고 있는 운동화가 특정 지어진 건 아니다. 어차피 외부 공장에서 만들어 납품하는 것이다. 단지 끈이 없고 일명 찍찍이로 편리하게 붙이고 떼는 기능이 다를 뿐이다. 내게 운동화에 얽힌 추억은 짠하다. 학창 시절에 신었던 운동화는 검정 운동화였다. 품질과는 상관없
김홍준 장로(워싱턴 주)70여 성상을 지켜보았건만 여전히 계절의 변화의 경이로움과 정확함에 감탄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매연과 세파에 찌든 도심에서보다는 여백의 공간에서 자연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에게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다.입추를 맞은 하늘이 나날이 높아만 가고 살 속을 파고드는 따갑고 쾌청한 날씨가 각종 과일을 맛있게 익혀 주는 계절이 되었다. 아직 삼복 더위의 서슬이 퍼런데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빨간 고추잠자리가 푸른 하늘을 휘젓고 다니기 시작하면, 잠자리의 날갯짓을 타고 시원한 바람이 일어나 구름을 밀어내고 높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