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천(치과 의사, 수필가)미 중부 캔자스 주 드넓은 평원 외딴집에 도로시라는 소녀가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도로시는 강한 회오리 바람에 휩쓸려 강아지 토토와 함께 ‘오즈(Oz)’라는 마법의 나라로 날아갔다. 이때 도로시의 집이 무너져 내리면서 ‘오즈’라는 나라의 나쁜 동쪽 마녀가 깔려 죽자, 착한 북쪽 마녀가 고맙다며 죽은 마녀가 신고 있던 은구두를 도로시에게 건네 주었다. 그러면서 마법사를 찾아가면 집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알려줄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도로시는 마법사가 산다는 에메랄드 시(市)를 찾아가는 도중에 세 친구를
곽성환 목사(PMI 바울 사역원)빨리 가야 한다는 생각에 어느 계산대의 대기자가 가장 적은가 하고 두리번거렸다. ‘옳거니.’ 적당한 곳이 눈에 띄자 재빠르게 다가갔다. 앞사람의 계산이 끝나서 한 발자국 앞으로 나가려는데 직원이 단호하게 말했다. “줄을 서세요” 아차, 마음이 급해서 앞만 보고 가느라 옆에 선 세 명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부끄러움은 온전히 나의 몫. 질서는 편하고 빠르고 아름다운 것이라던 공익광고 문구가 떠올랐다.한국은 대통령 선거의 계절이다. 각 진영마다 준비팀이 구성되고, 전략을 세우고,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온
김광섭 목사(샴버그침례교회 담임)백화점이나 상점의 마케팅 전략 중에 ‘Buy one Get one Free’가 있다. 이를 줄여 BOGO라고 하는데, 한국식으로는 원 플러스 원(1+1), 혹은 덤이나 끼워 팔기 등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한국 가게나 시장에서 물건을 샀을 때, 상술 좋은 주인은 잘 안 팔리거나 곧 상할 물건들을 단골들에게 선심 쓰듯 끼워 줄 때가 많이 있었다. 가령 동네 구멍가게에 엄마 심부름으로 물건을 사러 갔을 때 아직 상하지는 않았지만 신선하지 않은 두부 한 모를 봉지에 싸주시면서 “얘, 엄마한테 이거 오늘 해
김학천(치과 의사, 수필가)성서에 “신(神)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말라”는 계명이 있다. 이에 따라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신(神)을 표기할 때 모음 없이 네 개의 자음만 사용해 ‘YHWH(YHVH)’로 적고, 이를 읽어야 할 때는 건너뛰거나 주님이라는 뜻의 ‘아도나이 (Adonai)’로 대체해서 읽었다.이 때문에 오랜 세월이 흐른 후 그 원래의 발음을 알 수 없게 되자 네 자음에 아도나이의 모음을 조합해 ‘야훼(야웨)’ 혹은 ‘여호와’라고 유추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는 절대 창조주와 유한한 인간을 구별짓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신(神
김학천(치과 의사, 수필가)글라디올러스(Gladiolus)에 대해 이런 이야기가 있다.옛날 어느 나라의 잔혹한 왕에게 예쁘고 마음씨 고운 딸이 하나 있었는데 병약해서 그만 젊은 나이에 죽고 말았다. 딸은 살아 생전에 아버지에게 옥(玉)으로 만든 향수병 2개를 주면서 "절대로 열지 보지 말고 무덤 곁에 같이 묻어 달라"고 했다.왕은 향수병 2개를 딸의 시녀에게 주며 "딸의 소원대로 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호기심이 많은 그 시녀는 향수병 하나의 뚜껑을 열고 말았다. 그러자 그 병의 향수가 모두 날아가 버렸다. 놀란 시녀는 아무도 모
허영진 목사(revhuh@gmail.com)새해를 맞이합니다. 왜 새해입니까? 왜 첫날입니까? 사실은 새해 첫날도 묵은해의 마지막 날과 꼭 같은 날입니다.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다만 사람이 마음으로 새 결심을 하고 그 결심대로 살기를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새해라 부르고 첫날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옳은 결심을 못하고, 결심했어도 결심대로 살지 못한다면 새해도 첫날도 무의미한 말이 되고 맙니다. 어떤 책에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하나님이 첫째요, 마지막이다. 그러므로 내가 하나님을 찾든지 하나님이 나를 찾아오시든지
김학천(치과 의사, 수필가)이보 리비(Ivo Livi)는 이탈리아에서 가난한 농부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하지만 그가 태어난 뒤 얼마 후 가족이 프랑스로 이주해 마르세유에서 자랐다. 아버지가 이탈리아 공산당원이었는데 이탈리아에서 득세하던 파시스트당이 공산주의자들을 압박했기 때문이었다.프랑스에 아무 연고가 없었기에 궁핍한 가정 환경으로 11세까지 학교를 다니고 돈벌이에 나서야 했던 그는 처음에는 항구에서 막노동을 하거나 누이의 미용실에서 일했지만 그 뒤 뮤직 살롱에서 노래를 불렀다. 키가 컸던 그는 음악에 대한 뛰어난 본능적인 감각
“내 하나님이여 내 하나님이여 어찌 나를 버리셨나이까 어찌 나를 멀리 하여 돕지 아니하시오며 내 신음 소리를 듣지 아니하시나이까 내 하나님이여 내가 낮에도 부르짖고 밤에도 잠잠하지 아니하오나 응답하지 아니하시나이다”(시 22:1-2).한 해가 저무는 세밑이면 늘 듣는 말이지만, 올해는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말이 유난히도 실감납니다. 한 마디로 2021년은 특별히 힘들고 어렵고 고통스러운 한 해였습니다.그칠 줄 모르는 테러와 내전의 와중에서 쏟아지는 난민 문제로 국제사회가 몸살을 앓았습니다. 미중 간의 패권 경쟁이 격해지며 세계
곽성환 목사(PMI 바울사역원 대표)11월하고도 중순, 10월 마지막 날에 쏜살같은 시간의 흐름을 논하며 남은 두달을 의미있게 보내자고 지인들과 다짐했다. 하지만 지난 보름여의 시간 속에서 어떤 의미와 어떤 열매가 있었는지 손에 잡히는 것은 없다. 이러다 올해도 훌쩍 가버리겠구나 하는 생각뿐이다. 가을이 지나가고 있다. 차가운 공기에서 느낄 수 있고 나무와 숲의 변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나둘씩 떨어지던 형형색색의 나뭇잎들은 바람이 불자 우수수 날아 내려 앉고, 숨어 있던 가지들은 끝에서부터 맨살을 드러내고 있다. 내가 사는 지역
김학천(치과 의사, 수필가)1964년 3월13일 새벽, 뉴욕 시 퀸스의 아파트 단지에서 성폭행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피해자는 키티 제노비스(Kitty Genovese)라는 여성이었다. 새벽에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그녀가 범행을 당할 당시 아파트 동네 사람들 중 누군가가 "그 여자를 내버려 두라"고 소리지르자 범인은 도망쳤다.하지만 잠시 후 다시 돌아와 움직이기 힘들어 쓰러져 있던 그녀를 또 난자했다. 제노비스가 계속 지르는 소리에 아파트에 불이 다시 켜지자 범인은 또 도망 갔다. 제노비스가 힘겹게 집을 찾아 아파트 복도로 갔을 때
한국 축구가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할 때 심심찮게 헝그리 정신이 거론된다. 요즘 선수들은 헝그리 정신이 없다는 식으로 말이다. 다른 말로 하면 간절함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이기고자 하는 간절함만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경기를 하는 모든 선수에겐 이기고자 하는 간절함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기기 위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의지가 부족하다는 뜻으로 보는 게 타당하겠다. 달리 말해, 우리에게 어려운 상황은 늘 주어지지만, 자원과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헝그리 정신을 갖고 최선을 다하면 뜻밖의 성과
김학천(치과 의사, 수필가)“내 이름은 안토니오 르블랑입니다. 나는 미국인도, 한국인도 아닙니다.”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된 후 뉴올리언스에서 타투 아티스트로 일하던 청년 안토니오의 호소이다. 그에게는 자신을 믿어 주는 아내 ‘캐시’와 사랑스런 딸 ‘제시’ 그리고 곧 태어날 아기가 전부다.그런데 어느 날 억울한 상황에 휘말려 경찰에 붙잡힌 후 영문도 모른 채 이민단속국으로 넘겨지고 그때서야 시민권이 없다는 사실을 난생 처음 알게 된 그는 강제추방 위기에 처하면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저스틴 전((Justin Ch
김학천(치과 의사, 수필가)인류가 사랑한 음료는 술과 차(茶) 그리고 커피라는 말이 있다. 이 중 와인은 술의 신(神) 박카스가 인류에게 선물하면서 헬레니즘과 크리스천 문화 속에서 인생과 문학, 예술의 주제로 자리 잡고 전성기를 맞았다.하지만 와인이 정신을 흐리게 하고 이성을 잃게 해 방탕한 생활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이슬람에서는 금기의 대상이었다. 대신 천사 가브리엘이 마호메트에게 주었다는 검은 음료 커피를 선호하게 되었는데, 커피가 정신을 깨워 주고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상징으로 다시 유럽으로 건너가 발전되게 되었다.얼핏 서로 대
김학천(치과 의사, 수필가)리드 헤이스팅스(Wilmot Reed Hastings Jr.)는 스탠퍼드 대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어느 날 그는 빌린 비디오를 제때 반납하지 않아 연체료가 붙자 의문이 생겼다. “왜 연체료를 내야 하지?”당시 비디오와 DVD 대여 업체 1위는 블록버스터였는데 빌린 비디오를 약속한 기일 안에 반납하지 않으면 연체료를 물어야 했다. 그러한 의문이 든 헤이스팅스는 1997년 동료와 함께 비디오와 DVD를 우편이나 택배로 배송하는 비디오 가게를 차렸다.널리 알려진 이 일화는 훗날 이야기거리
한국 최초의 교회는 서울의 새문안 교회로 알려져 있습니다. 새문안 교회는 1887년 9월 27일 언더우드 선교사가 서울 정동에 있는 선교사 사택에서 창립했습니다. 첫 예배를 드릴 때 참석 교인은 모두 14명이었습니다. 그중에 언더우드 선교사가 세례를 준 사람은 한 명 뿐이었습니다. 그는 알렌 선교사의 어학 선생으로 일하면서 남몰래 신앙서적을 읽던 중 진리를 깨닫고 자원하여 언더우드 선교사에게 세례를 받은 노춘경(또는 노도사)이었습니다. 그 외 13명은 그 이전에 이미 세례교인이 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언더우드 선교사는 이렇게
곽성환 목사(PMI 바울사역원 대표)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있었던 나는 휴대폰 진동 소리에 전화기를 들여다보았다. 모르는 번호였다. 여러분이라면 받겠는가? 나는 이름이 저장되지 않은 번호의 전화는 받지 않는다. 열에 아홉은 스팸 전화이기 때문이다. 잘못 걸려온 전화인 경우도 많다. 꼭 필요한 전화인 경우도 있지 않겠느냐고? 그런 경우에는 메시지를 남겨 놓기에, 나중에 리턴콜을 하는 방식으로 소통한다. 그런데 그날은 괜히, 그냥 괜히 전화를 받았다. 지금도 의아하다. 전화기를 귀에 갖다 댔지만 입은 한 박자 늦게 열렸다. 헤엘~로우?
김광섭 목사(샴버그 침례교회 담임)우리는 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e) 시대에 살고 있기에 물리적인 선을 넘지 않도록 너무 가까운 신체 접촉을 피하는 것이 어느새 익숙해져 버렸다. 교회에서도 반가운 분을 만나 인사할 때 목례만 해야 하는지, 악수를 해야 하는지, 주먹만 부딪혀야 하는지, 혹은 가까이 다가가 안아줄 수도 있는지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이 몸에 배어 버렸다. 상대방이 불쾌하게 여기는 일, 즉 선을 넘지 않으려는 것이다.대인 관계에 있어서도 넘지 말아야 할 선들이 있는데, 그 선을
오래 전에 나온 ‘10일 안에 남친에게 차이는 법(How to lose a guy in 10 days)’이란 영화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어느 하루, 자식들이 모두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이 되자 아버지는 옷을 몽땅 벗어던지고 벌거숭이가 된 채로 집안을 신나게 돌아다니며 중얼거린다. “이렇게 편한 걸...”우리도 이처럼 모든 걸 벗어던지고 쉬고 싶을 때가 종종 있을 거다. 체면, 형식 없이 편안함과 안락함을 만끽하면서. 이웃은 물론 식구들과도 거리를 두고 텅빈 집에 혼자서 말이다.그래서 그런지 혼자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오늘의 한국 교회를 이룩한 선교 역사는 우리말 성경 번역 사역이 그 출발점이었습니다. 선교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성경 없는 선교는 불가능합니다. 바울은 “성경이 구원에 이르는 지혜가 있게 하며 (...)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하게 하는 책이라”(딤후3:15,16)라고 설명한 후에 말씀 전파의 중요성을 힘주어 강조합니다. “엄히 명하노니 너는 말씀을 전파하라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항상 힘쓰라”(딤후 4:2). 성경이 곧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선교가 말씀 전파라면 성경 없는 선교는 불가능합니다. 나아가 성경이
곽성환 목사(PMI 바울사역원 대표)그는 중동 사람답게(?) 턱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마른 체격이었지만 이목구비만으로도 충분히 출신 지역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함께 온 아내는 히잡을 쓰고 있었다. 난민이나 이주 근로자 가족이 아니라 공부하러 온 유학생인데도 여전히 히잡을 쓰고 생활하는 것을 보니 전통 의식과 종교성이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서 살면서 꼭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내가 이들과 정말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을까?’ 의지만으로 다가가기에는 정서적 이질감과 선입견이 큰 장애물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