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냉전이 한창이던 1984년 소련의 타이푼급 신형 전략 미사일 핵잠수함인 ‘붉은 10월 호(Red October)’가 첫 항해를 시작했다. 허나 이 항해는 소련에 환멸을 느낀 해군 최고의 잠수함장 마틴 라미우스(Marin Ramius) 대령이 미국으로 망명하기 위해 오랫동안 치밀하게 세운 계획에 의한 것이었다.얼마 후 이를 알아챈 소련 당국은 붉은 10월호를 격침하기 위해 대규모 함대를 보내고 어뢰 공격을 했으나 실패했다. 그러자 소련은 정부에 반기를 든 미친 함장이 미국에 핵 공격을 하려는 것이라고 거짓말로 알리면서 격침하라
도스토옙스키, 차이코프스키, 고흐, 라흐마니노프...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우울증이다. 존스홉킨스대학의 케이 재미슨 교수가 내놓은 20세기 위대한 예술가 중 38%가 우울증 병력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 걸 보면 뛰어난 예술가 중에도 우울증에 시달린 사람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하지만 이들 천재 예술가는 우울증을 예술로 승화시킬 수도 있다지만, 일반 사람들은 어떻게 극복할까? 어렸을 때 가정 폭력이나 심각한 가난 등을 겪은 아이는 뇌에 영향을 받아 청소년기에 우울증을 겪을 위험성이 높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환경의
쿠바를 좋아해 자주 놀러 가던 헤밍웨이는 잘 알고 지내던 그곳 어부 그레고리오 푸엔테스로부터 그가 실제로 겪은 이야기를 듣고는 이를 모티브로 해 수도 아바나에 7여 년을 머물면서 소설을 썼다. 이것이 『노인과 바다(The Old Man and the Sea)』다.늙은 어부 산티아고는 84일 동안이나 아무 물고기도 잡지 못했다. 그럼에도 다음날 이른 아침 작은 고깃배로 다시 바다로 나간다. 점심때쯤 대어(大魚) 한 마리가 낚시에 걸린다. 하지만 배보다도 더 큰 물고기를 잡아 올리기에는 노인의 힘은 적고 그 물고기에게 끌려가지 않으려고
그리스 신화에 다이달로스는 조카를 벼랑으로 떨어뜨려 죽인 혐의로 아테네에서 추방되자 크레타로 가서 미노스 왕에게 몸을 의탁했다. 어느 날 그는 미노스 왕의 명으로 왕비와 흰 황소 사이에서 태어난 반인반수의 괴물을 가두어 처치하기 위해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는 미로(Labyrinth)를 만들어 주었다.얼마 후 왕과 불화가 생긴 그는 아들 이카로스와 함께 오히려 그 미로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바다로는 탈출이 불가능하고 오직 하늘만이 유일한 탈출로였다. 그는 공중에서 날아든 새들의 깃털을 모아 뼈대에 밀랍을 붙여 날개를 만들어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Madame Butterfly)’은 지고지순한 게이샤의 사랑 이야기다. 나가사키의 게이샤 초초상은 미 해군 장교 핑거턴을 사랑한다. 허나 그는 그녀의 진심을 저버리고 본국으로 돌아간다. 아이까지 낳고 3년이나 하염없이 기다리던 나비부인 앞에 그는 미국에서 새로 맞은 아내와 함께 돌아와 그 아이를 데려가려 한다. 초초상은 아버지의 단도로 자결하고 만다. 동양 여성은 순종적이고 수동적이라는 이미지가 담겨진 서양인들의 시각으로 본 오리엔탈리즘을 표현한 명작으로 꼽힌다.한데 이를 반전시킨 작품이 있다. 중국계 미
3,000여 년 전, 중국 주나라 무(武)왕은 아버지 문(文)왕의 대를 이어 은(殷)나라를 무너뜨린 후 은나라의 폭정에 시달렸던 민심을 어루만지는 데 주력하며 선정을 펴는 데 힘썼다. 하지만 나라가 차츰 번성해지고 사방에서 조공을 올리는 무리가 늘어나자, 무왕의 마음이 조금씩 해이해지기 시작했다.그러던 중 서쪽의 한 부족이 바친 아주 신통한 힘을 가진 진귀한 개에 마음을 뺏기면서 정치를 게을리하게 되었다. 그러자 아직 민생이 완전히 안정되지 않은 데다 나라의 기반도 탄탄하지 않은 상태를 걱정한 나머지 신하 소공(召公)이 무왕에게 충
구약 성서 사사기에 부족 간의 전쟁 이야기 하나가 나온다. 에브라임 족은 평소에 길르앗 족을 두고 자신들에게서 도망해 나간 떠돌이들이라고 무시하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떠벌렸다. 이 때문에 모욕을 느낀 길르앗 족은 에브라임 족에게 악감정을 갖고 있었다.그런 터에 길르앗 족이 암몬족을 쳐부수자 에브라임 족이 길르앗 족 지도자 입다에게 왜 자기네들과 함께 싸우러 가지 않았느냐며 너와 너희 집을 불태워 버리겠다고 시비를 걸었다. 그러자 입다는 우리가 전쟁을 치르기 전에 너희에게 알렸으나 응하지 않아 우리가 목숨 걸고 건너가 싸운 것인데
중국 최고의 시인으로서 시선(詩仙)이라고 불리던 이백과 동시대를 풍미한 당나라 시인 두보. 그의 시(詩)는 대부분 명작으로 꼽히지만, 특히 안록산이 일으킨 전란을 겪으면서 지은 시 중에 많다. 그 가운데 이른바 ‘삼리(三吏)’나 ‘삼별(三別)’이 있다.삼리(三吏)는 세 관리란 뜻으로 전란에 부족한 관군을 충원하기 위해 장정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가는 등의 횡포와 이로 인한 대중의 고통이 잘 그려져 있다. 그 중 석호리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두보가 지방의 하급 관리로 부임하는 도중 날이 저물어 석호촌(石壕村)의 어느 민가에 투숙하면서
미국이 ‘개척’이라는 미명 아래 아메리카 인디언들을 몰아내는 과정에서 많은 학살이 일어났다. 그러는 와중에 백인과 친화적인 인디언과 적대적인 인디언으로 나뉘어 부족 간의 전쟁도 야기되었다.북부 샤이엔족의 올빼미 여자라는 14살 인디언 소녀는 자신의 부족과 원수인 까마귀족의 습격을 받아 그들의 포로가 되어 끌려가게 된다. 북부 샤이엔족은 백인과 끝까지 싸우겠다는 부족이고, 까마귀족은 백인들과 평화 협정을 맺은 부족이었다.어느 날 포로로 끌려간 올빼미 소녀는 샤이엔족이 까마귀족을 습격하러 오는 것을 미리 알아채고 어찌할까 갈등하다가 결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러시아 국민 문학의 아버지’이자 ‘위대한 국민 시인’ 등으로 불린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시(詩) 일부다. 푸시킨은 당대 사교계의 여왕이라는 나탈리아와 결혼을 했다. 하지만 나탈리아는 결혼 후에도 많은 염문을 뿌렸다. 그러다가 프랑스인 귀족 조르주 단테스와의 관계에 대한 소문으로 푸시킨과 단테스 사이에 악화된 감정은 결투로 이어지고 결국 푸시킨은 38세의 나이에 비운의 죽음으로 생을 마감했다.한데 그들을 결투까지 몰고 가게 된 불륜의 소문은 푸시킨을 적대시하는 상대들에 의해 날조된
2차 세계 대전 이후 대영 제국을 밀어내고 세계 최강국으로 일어선 미국의 1950년대는 호황을 누리는 황금기였다. 그러다가 1960년대에 들어서 흑인과 여성의 민권 운동이 일어나고 존 F. 케네디의 암살,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저격, 그리고 미소 냉전과 베트남 전쟁에 반전 운동 등으로 혼란스러워졌다. 말하자면 1960년대는 1950년대의 영광을 잃어버린 시대가 된 모양새였다.음악계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로큰롤 스타들이 스캔들이나 징병 혹은 은퇴 등으로 잇따라 무대에서 모습을 감추면서, 미국 대중음악이 침체되고, 스타 부재의 어두운
유길순 씨가 미국에 이민을 왔다. 이민국 관리가 이름이 무어냐고 묻는다. 미국에 왔으니 당연히 성을 뒤로 옮기고 이름은 앞에 두어서 주저함 없이 용감하게 대답했으나 그만 “킬 유(Kill You)”가 되고 말았다. 김삿갓에게도 이민국 직원이 이름이 무어냐고 물었다. “삿갓 김” 했더니 그 직원이 말하기를, “오! 스캇 킴” 했단다. 이건 그래도 애교스럽다.어디 그뿐인가. 직책과 함께 붙인 이름이 문제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후배 중에 닥터 송이라고 있다. 어느 날 모임에서 재미있는 별명을 발표하는 시간에 자기는 “닭똥’”이라고 했다
150여 년 전 미국에서 쿨리로 통했던 중국인 노무자들의 손을 빌려 이룩한 것 중의 하나가 미 동서를 가로지르는 대륙 간 횡단 열차의 대역사였다. 기존에 있던 동부 지역의 철도를 연장하고, 서부 캘리포니아에서 출발한 철도와 유타 주에서 만났다. 그리곤 이 만리장정의 역사적인 감격의 기쁨을 기념하기 위하여 철로 버팀목에 골든 스파이크를 박았는데, 이 금 못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마지막 못,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했듯이 우리도 이렇게 하나로 이어지길 바란다”라고. 그러나 이 땅은 아직도 하나로 가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을 뿐 그
그리스 신화에 ‘시지프스 (Sisyphus)’이야기가 나온다. 신들은 그가 엿보기를 좋아하고 입이 싸서 자신들이 하는 일들을 폭로한다고 미워했다. 하루는 바람둥이 제우스가 독수리로 변해 한 요정을 납치해 간 것을 몰래 훔쳐보고는 그의 아버지에게 일러바쳤다. 화가 난 제우스(Zeus)는 저승사자 신에게 그를 잡아 처리하라 명령했다. 하지만 이를 미리 알아챈 그가 오히려 저승사자 신을 묶어 가두어 죽이자 저승으로 가는 사람들이 없어지는 일이 벌어졌다.일이 이쯤 되자 몹시 화가 난 죽음의 왕 하데스(Hades)가 시지프스에게 벌을 내렸다
현대문학의 거목 고(故) 박완서 작가는 1950년 서울대학교 문리과 대학에 입학하였으나 곧이어 일어난 6.25전쟁으로 오빠를 잃고 갖은 고생을 하다가 생활고로 학업을 중단하였다. 그리고는 집안 살림을 책임지게 된 어린 나이에 미군 부대 PX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미군 병사들의 가족이나 여자 친구의 사진을 그리는 주문을 받아 초상화를 전문으로 하는 중년의 화가들에게 넘겨주는 일을 했다. 그녀는 그 화가들을 극장 간판이나 그리는 정도의 수준으로 하찮게 여겼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중 한 사람이 그림 하나를 옆구리에
김학천(치과 의사, 수필가)지금은 온 지구촌이 이웃같이 가깝고 곳곳의 소식도 모두 손안에 들어오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오래 전 이 땅에 온 사람들은 생면부지의 환경 속에서 단절된 채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하느라 고국을 그리워할 틈조차 없었다. 아내와 자식을 떼어 놓고 이 땅에 먼저 온 한 지인은 홀로 갖은 고생을 다해가며 오로지 가족을 데려올 생각에 밤낮의 구분이 없을 정도로 뛰었다. 그러다가 외롭고 지치면 카세트 리코더 하나 달랑 들고 바닷가로 나가 노래를 듣고 또 들으며 위안을 삼았는데, 그 덕분에 지금은 노래방에 가면 노
김학천(치과 의사, 수필가)1989년 4월 15일, 영국 힐즈버러(Hillsborough) 축구 경기장에서는 FA컵 준결승전이 예정돼 있었다. 일부 팬들의 전세버스가 교통 체증으로 연착해 경기장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극심한 병목 현상이 벌어지자 누군가에 의해 출구문까지 열렸다. 문의 폭이 아주 좁은 데다가 내부 이동이 어렵도록 설계된 구조에 관중석의 해당 구역이 이미 포화 상태였는데도 경찰은 관중들을 계속 몰아넣었다. 안쪽에서는 이미 사람들이 압사 직전이었는데도 말이다. 결국 경기가 시작되고 얼마 안 돼 그라운드 쪽 관중들은 뒤에서
김학천(치과 의사, 수필가) '편지를 부치러 나갔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주머니에 그냥 있으면 가을이다.' 김대규 시인의 시 '가을의 노래' 한 구절이다. 가을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예전처럼 우체국에 자주 가지 않는다. 이메일이 발달하고 쇼핑까지 모두 컴퓨터가 해주니 특별한 일이 아니면 그곳에 갈 일이 거의 없다. 편리하지만 무언가 아쉽고 허전하다. 더구나 집배원이 다녀간 우체통엔 우편물이 넘쳐나는데도 받고 싶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어쩌다 낯익은 글씨라도 발견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글씨도 얼굴도 심지
김학천(치과 의사, 수필가)지난 주말에 지인들과 함께 일행 중 한분 동생이 사는 펠란을 다녀왔다. 번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농가를 따라 한참을 들어가니 궁궐같이 잘 지어진 집과 그 주위에 넓은 매실나무 농장이 끝이 보이지 않게 펼쳐졌다. 여기 저기 구경하다가 인근 산 속에 매물로 나와 있다는 통나무집 얘기가 나와 들렀다. 산기슭 언덕 끝자락에 지어놓은 이층 큰 통나무집과 바로 아래쪽에 따로 마련된 작은 집도 한 울타리였다.기슭을 따라 이리저리 둘러보고 나오려던 차에 그만 무언가에 찔렸는지 정강이에 날카로운 통증이 왔다. 바지자락을 올
김학천(치과 의사, 수필가)고대 이집트인은 시신이 원형대로 보존되면 다시 영혼을 불러들여 부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집트인 묘지에서 미라(Mummy)가 많이 발견되는 이유이다. 미라를 매장할 때 함께 넣는 것이 있는데, 죽은 자 즉, ‘사자(死者) 의 서(書)’라고 불리는 두루마리다. 사람이 죽으면 육신과 영혼이 분리된 후 영혼이 잠시 저승으로 가서 육신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지 아니면 못 돌아오고 영원한 죽음으로 갈지 판결을 기다리는 동안, 지상에 남은 미라를 온전하게 보존하면서 심판을 받으러 저승으로 가는 영혼을 위한 주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