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형 목사(캐나다)신구약을 통틀어 ‘분별(discern)’이라는 말은 자주 사용되지 않았다. 북미 신학교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새로 개정된 표준역(NRSV)’ 성경에 의하면, 히브리어 구약에 24회, 그리스어 신약에 7회 정도 나오는 게 전부이다. 히브리어로 분별은 ‘빈(byn)’이라는 말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총 24회 중 15회). 그 뜻은 ‘이해하다, 보다(see), 주의하다, 고려하다, 조사하다’ 정도로 이해된다. 신약에서는, 분별에 관한 최고의 말씀인 로마서 12:2에서 사용된 ‘하나님의 뜻을 분별한다’는 의미의 ‘도키
박준형 목사(캐나다)1950년대에 제작된 일본 흑백영화의 진수인 에서와 같이, 어떤 사건이든 누구의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인식과 해석이 달라진다. 성경을 읽을 때 누구의 관점으로 보는가? 인물 위주로 보는가? 아니면 사건 위주 혹은 결말 위주로 보는가?지금 설교를 준비하고 있다. 내용은 열왕기, 즉 왕들의 이야기다. 이 책에서 누가 기억에 남는가? 누가 가장 훌륭한 왕인가가 궁금한가? 이사야? 히스기야? 요시야? 아니면 누가 가장 훌륭한 선지자인가가 궁금한가? 엘리야? 엘리사? 스가랴?‘훌륭한’이라는 단어에 붙잡히면 성경
박준형 목사(Holyrood Mennonite Chuch in Edmonton, Canada)“육에 속한 사람은 하나님의 성령의 일들을 받지 아니하나니 이는 그것들이 그에게는 어리석게 보임이요 또 그는 그것들을 알 수도 없나니 그러한 일은 영적으로 분별되기 때문이라 신령한 자는 모든 것을 판단하나 자기는 아무에게도 판단을 받지 아니하느니라”(고전 2:14-15).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위의 말씀과 같이 ‘영적인 사람은 모든 것을 분별할 수 있다’라고 말하면, 그 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들에게 분별은 아주 생소한 의미
박준형 목사(캐나다)“그러므로 주 여호와께서 이같이 이르되 보라 내가 한 돌을 시온에 두어 기초를 삼았노니 곧 시험한 돌이요 귀하고 견고한 기촛돌이라 그것을 믿는 이는 다급하게 되지 아니하리로다”(사 28:16).사람들이 만나면 가장 먼저 주고받는 질문 중 하나가 “요즘 바쁘세요?”이지 않나 싶습니다. 이 질문을 받으면 사실 그다지 바쁘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말합니다. 바쁘지 않으면 원가 부족하거나 결핍된 것 같은 자격지심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바빠야 정상인 것 같은 세상에 삽니다. 그러다 보니 밤과 낮의 구분도 없어졌
박준형 칼럼니스트(캐나다)성경의 문자적 수용과 해석하는 공동체미국의 기독 실업인이 출판한 『성경은 경영학 교과서입니다(개정판 제목; 성경적 재정수업)』(베다니출판사, 1995)라는 책은 집필 동기부터 우리의 정신을 바짝 들게 한다. 사람들이 재정적인 어려움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는 것이다. 첫 장은 ‘왜 크리스천은 부요하면 안 되나’라는 항의로 시작되고, 마지막 장은 성경적으로 마무리된다. “형통하고 성공하려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 주는 여호수아 1장 8절을 보면 된다. 밤낮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박준형 칼럼니스트(캐나다)분별의 원천으로서 성경의 권위프랑스 베네딕도회 수사이자 영성가인 프랑스와 까생제나-트레베디는 그의 책 『말씀의 불꽃』(분도출판사, 2002)에서 ‘하나님은 몸소 감동을 주신 성경의 외부에, 성경과 멀리 떨어져 계시지 않는다. 하나님은 성경 안에서 호흡하고 계시고, 하나님의 영은 오늘날에도 성경 안에 거주하고 계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하나님의 영이 호흡하고 계신 성경은, 캐나다 밴쿠버 리젠트 칼리지의 제임스 패커(James I. Packer) 교수가 그의 책 『하나님을 심각하게 여겨라(Take God
박준형 칼럼니스트(캐나다)독일 베네딕도회 수사인 안셀름 그륀은 현존하는 영성심리의 대가입니다. 그는 결정과 분별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수도원 안팎을 가리지 않고 강의하고 상담하고 피정을 진행해 왔습니다. 제가 이분을 알고 배우게 된 인연이 새롭습니다.2015년 아내가 암 선고를 받아 저희 부부는 절망했습니다. 이때 찾아간 곳이 왜관의 베네딕도 수도원이었고, 그곳에서 며칠을 보내는 동안 원내에 있는 분도출판사를 방문해 책 구경을 하던 중 우연히 이분의 책을 구입해 읽었습니다. 그 책의 제목은 『아래로부터의 영성』(2014)이
박준형 칼럼니스트(캐나다)이번에는 500년 전부터 가톨릭 예수회 나아가 가톨릭 전체에서 ‘묵상’혹은 ‘성찰’이라는 이름으로 가르쳐 왔고 지금도 피정(避靜: 분주함을 피해 고요함을 찾는다는 뜻)의 장소에 가면 행해지고 있을 이그나티우스식 성찰의 기도에 대해 나누겠습니다. 가톨릭 예수회의 로욜라 출판사 편집인 짐 매니(Jim Manney)는 이그나티우스 성인이 알려 준 기도를 자신의 책 제목을 통해 『단순하지만 인생을 바꾸는 기도(A Simple Life-changing Prayer)』로 정의했습니다. 그는 책 서문에서 이 기도가 그의
박준형 칼럼니스트(캐나다)‘분별은 기도와 행동이 만나는 것’은 변함 없는 진실입니다. 기도가 선행되지 않는 분별은 물리적인 의사 결정 수단에 불과하거나 즉흥적인 행동을 합리화는 그럴싸한 변명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올바른 분별을 추구하는 그리스도인에게 기도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성찰 그리고 지속적인 훈련은 결코 축소되거나 여타의 행위로 대체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기도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전반적인 지식에 대해 나눴습니다. 이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우리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왜’ 기도하는가에 대해서 다시 한번 나눠볼까 합니다
박준형 칼럼니스트(캐나다)매일 기도하는데 삶이 변하지 않는다면? 매일 마음을 살피고 하루를 돌아보고 잘못을 뉘우치고 회개하는데 삶이 변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기도가 말 잔치로 끝난다면 이건 기도가 아닙니다. 투정이나 하소연에 불과합니다. 거듭 말씀 드리지만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 기도는 기도가 아닙니다. 우리는 기도하기 위해서 행동하고, 행동하기 위해서 기도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하나님이 마음을 바꾸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겟세마네 동산의 예수님 모습을 닮아 스스로 변화하게 됩니다. 여기서 ‘변화’란 ‘변형(transfigura
박준형 칼럼니스트(캐나다)분별하는 자들이 빼놓을 수 없는 성찰 기도의 근간은 그날에 있었던 마음의 변화 즉 감정의 흐름과 기복을 살피는 것입니다. 이 중심에는 위로의(긍정적인) 감정과 낙담의(부정적인) 감정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기도가 정서나 감정의 성찰에만 머무른다면 이 기도는 추상의 세계에 갇히게 됩니다.우리의 기도가 추상적이고 비실재적인가요? 아닙니다. 우리의 기도는 구체적이고 실재적입니다. 우리는 진공 상태에서 기도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구체적인 문제를 가지고 구체적인 해결을 위해 기도하며 실재적인 하나님과
박준형 칼럼니스트(캐나다)우리 마음에 근심과 걱정이 들어오는 것을 막을 길은 없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원하지 않는 감정의 상태에 놓이게 되었을 때,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는 빌립보서 4:6 말씀대로 기도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여러분은 걱정 근심이 밀려올 때 어떻게 기도합니까? 이런 상태에 놓여 있는데도 하나님 말씀에 충실하며 기도하기를 원한다면, 아래에 열거한 몇 가지 사실과 아이디어들로부터 도움 받기를 바랍니다. 첫째,
박준형 칼럼니스트(캐나다)분별하는 자는 앞만 보고 달려가는 자가 아니라 뒤를 돌아보고 성찰하는 자라는 사실은 이미 충분히 말씀드렸습니다. 분별을 잘하려면 그만큼 ‘꼼꼼히’ 되돌아보고 성찰해야 합니다. 하지만 미래 중심적이고 성취에 목적을 둔 자가 과거를 되돌아보고 성찰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이런 태도는 우리가 사는 시대하고도 맞지 않습니다. 이 바쁜 세상에 되돌아본다구요? 자동차는 앞으로 가라고 만들어진 것이겠지요! 성찰 대상은 근본적으로 본인과 관련된 사건이나 사람입니다. 타인과의 관계 중심의 기도는 앞서 다뤘기 때문에 여기
박준형 칼럼니스트(캐나다)분별의 지혜를 배우고 있는 저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성인은 로욜라의 이그나티우스 성인(1491∼1556)입니다. 그의 책인 『영신수련(Spiritual Exercises)』은 영성을 ‘실질적으로’ 배우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필독서가 되었고, 그가 창설한 예수회의 ‘분별 지침’이 되어 왔습니다. 지금은 가톨릭 전체의 분별 규범이 되었습니다.이그나티우스의 『영신수련』은, 그 동안 분별에 대해서 막연하게 생각해 왔고 좀 더 구체적인 신앙 및 영성 훈련에 대해 목말랐던 저에게는 단비와 같았습니다. 아! 영성은
박준형 칼럼니스트(캐나다)기도하는 자라면 누구나 자신의 기도가 하나님에게 들리길 소망합니다. 우리의 통상적인 기도에는 반드시 목적이 있지 않습니까? “하나님 이 남자와 결혼해야/이혼해야 합니까?”,“하나님 이 직장에 들어가야/퇴직해야 합니까?”,“하나님 외국으로 선교를 나가야/동네에서 선교적 삶을 살아야 합니까?”,“하나님 십일조 및 기타 등등의 헌금을 꼭 내야 합니까?”,“하나님 목사로서/목수로서의 삶을 살아야 합니까?”,“하나님 이 교회를 더 다녀야/그만 다녀야 합니까?” 등등.우리가 기도하는 목적은 일반적으로 목적의 성취에 있
박준형 칼럼니스트(캐나다)분별의 지혜를 구하는 자들에게 기도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는 불가피합니다. 분별은 기도와 행동이 만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의 분별에서 기도가 빠지면 이것은 ‘주님’의 분별이 아니라 인간의 일상적이고 충동적인 의사 결정에 불과합니다.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인의 분별에서 행동이 빠지면 그건 자기만족, 자아도취에 불과합니다.여러분이 지금까지 습관적으로 해왔던 기도(아마 기복적인 기도일 것입니다만)와 분별하는 자의 기도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그렇다고 분별하는 자의 기도는 특별한 것인가라고 물으
분별하는 자의 기도 (4)박준형 칼럼니스트(캐나다)이 세상에는 기도의 달인들이 무수히 있습니다. 굳이 기독교 역사 2천 년을 되짚어 보지 않더라도 5만 번씩이나 기도 응답을 받았다는 영국 고아의 아버지 조지 뮬러와 ‘그리스도의 기도 학교’로 유명한 남아공의 앤드류 밀러, 『너무 바빠서 기도하지 않을 수 없다』는 책까지 쓴 윌로우크릭 교회의 빌 하이벨스 목사(지금은 성추행 문제로 ‘회개’중에 있을) 등 이들의 기도는 대단하기로 유명합니다. 그들처럼 우리도 기도를 잘하고 싶습니다. 그들처럼 기도를 통해 응답 받고 부흥하고 변화되기를 바
“너는 기도할 때에 네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은밀한 중에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마 6:6).골방기도. 요즘 이렇게 기도하는 분이 얼마나 될까요? 또 현실적으로 골방이 없으면 어디서 기도해야 하나요?기도가 단지 우리가 원하는 것을 빌고 얻고 하는 기계적인 관계가 아니라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우정과 관계를 쌓는 것이라면, 우리의 기도 역시 특정한 방법에 구애 받지 않습니다. 기도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개인적인 기도와 공동체적인 기도가 있고, 형식적인 기도와 즉흥적인 기도가 있습니
박준형 칼럼니스트(캐나다)아, 성경 그리고 분별 (32)기도는 왜 하는가?‘빌’ 기(祈)에 ‘빌’ 도(禱). 이게 우리가 아는 기도입니다. “빌고 또 비는 것.” 사전적 의미도 “신에게 소원이나 원하는 것을 빌다”로 되어 있습니다. 저는 ‘비는 기도’가 우리의 기도 생활을 가장 왜곡시켰다고 생각합니다. 비는 기도로 말미암아 하나님은 우리의 비는 바를 들어 주시는 분으로 각인되었고, 우리의 기도 역시 우리가 빌 무엇이 있을 때에만 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이건 너무 비인격적인 관계입니다. 우는 아이에게 떡 하나 더 준다는 식과 뭐가 다
박준형 칼럼니스트(캐나다)사람들이 가장 믿기 어려운 것이 기도의 힘일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인들이 비그리스도인들에게 가장 설명하기 힘든 종교적인 행위 역시 기도입니다. 기도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나, 가 한결같은 세상의 반응입니다. 우리 주위에는 여전히 고통 받지 말아야 할 사람이 고통 받고, 여전히 살아야 할 사람이 죽고, 여전히 행복해야 할 사람이 불행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기도할 필요조차 못 느끼고 기도하라고도 하지 않습니다. (막연히) 걱정하고 염려하고 한탄할 뿐이지요. 혹 바라는 것이 있으면 열심히 그렇게 되기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