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혜 지음 / 미디어 프레스 펴냄

 

‘임종을 앞둔 어머니도 어떤 약속을 받았습니다. 무언의 약속이었습니다. 그날 어머니는 두 천사가 황홀한 날갯짓으로 온몸을 감싸는 순간을 경험했습니다. 마치 온 열기가 뿜어내는 따스한 기운 같은 것이었다고 표현했습니다. 강 같은 평화가 어머니의 전 심령을 사로잡았습니다. 조직검사를 하기 위해 기다리던 작은 방에서 일어난 사건이었습니다. 어머니의 고향 친할머니로부터 시작된 신성한 약속은 어머니의 마지막 2주일 전에 가시화되고 완성되었습니다.’라고 서두에 기록한 저자는 어머니와 친할머니가 받은 약속과 임종의 순간을 맞이한 어머니가 목격한 환상이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지 추적하는 과정을 이 책에 담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어머니의 임파선 암과 임종 과정, 병원과, 호스피스 병동, 그리고 장례식의 풍경, 어머니에 대한 추억, 사촌언니가 목격한 천국 환상 등을 수필 형식에 담아낸 신앙 간증집이다.

저자 이신혜 사모는 수필 ‘불꽃놀이’와 시 ‘세월’ ‘두 개의 바다’로 한국 문예지에 등단한 이후 여러 번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외의 저서로 수필집 『내 고향 어머니, 새 예루살렘 I』, 『아라우나의 타작마당』, 『저녁 6시의 약속』, 소설집 『실종』이 있다. 

‘여기에서 나는 어머니의 체험이 성경적인가 아닌가를 논하려는 것이 아니다. 또한 이 주관적 체험 어디쯤에서 객관성을 부여해 보려고 호소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어떤 예증도, 논증도, 이론도, 가설도 아닌 어디까지나 한 개인의 체험일 뿐이니까. 다만 체험자가 내 어머니고, 나는 내 어머니를 잘 알고 있다는 것, 따라서 어머니가 보았다고 말한 천사는 분명히 존재했으며, 어머니가 당도하게 될 천국에 대한 전언을 가지고 왔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천사들은 어쩌면 가이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지상에 내려온 것은 아닐지, 아니면 조그마한 선물 같은 것이라고 해도 되겠다. 위로라고 할지... 그러나 그 선물은 하나님께서 어머니의 전 삶을 통해 허락하신 지극히 놀라운 선물(구속)의 작은 한 부분인 것을...’

‘천국 환송예배를 드리기 위해 둘러선 사람들 역시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한 사람들이었다. 그러기에 그들의 눈물은 더 절절한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 절절함 속에 절망감은 없었다. 만세반석 우리의 구주가 계시므로, 단지 잠시 동안의 이별이 슬플 뿐이었다. 나는 비로소 가슴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던 죽음의 실체와 마주했다. 그것은 더 이상 공포나 괴로움이 아닌 신비 그 자체였다... 죽음이란 더 이상 육체로 살아가지 않는 것, 육체 너머 또 다른 삶의 시작이라고. 죽음은 진정한 삶으로 들어가기 위한 통과의례 같은 것이 아닐까.’

‘육체의 감옥을 벗어난 어머니는 더 이상 중력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어머니의 영혼은 이제 어머니의 평생을 억누르며 통제하던 삶의 온갖 부자유와 통증과 굴레로부터 해방되어 광활한 우주를 자유로이 유영할 것이다. 그리고 흑암의 우주를 가로질러 기어코 새 예루살렘-그곳에 도달할 것이다. 주님께서 먼저 가셔서 예비해 두신 하늘 처소, 그리운 본향으로!’

‘권사님께서 돌아가시기 2주 전쯤이었습니다. 그날 병문안 갔을 때 권사님은 저를 보시더니 두 팔을 활짝 벌리며 말씀하셨습니다. “목사님, 제가 오늘 천사를 봤습니다. 예수님이 중앙에 계시고 양쪽으로 두 천사가 날개를 펄럭이며 서있었습니다.”라고 말씀하시며 두 천사가 날갯짓으로 보내는 바람이 어찌나 따스하고 부드럽던지 지금도 그 느낌이 그대로 살아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씀하셨습니다. 주 안에서 죽는 자는 복되다고 성경은 말합니다.’

‘엄마가 영원한 절기 속으로 떠나신 이후, 조금 아팠어, 누군가의 말처럼 이 세상엔 어머니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두 부류만이 존재했었지. 그러나 이제는 엄마가 있는 곳을 알았으니 됐어. 나중에 천국에서 다시 만나요. 엄마 정말 사랑해!’(본문 중에서)

짧은 가을 햇빛 아래서
사과알을 익히며
수요일 저녁
달빛에 빛나는
하얀 탱자나무 울타리를 지나
예배당 가던 길에서
투병 중이던 막내동생의
이층방 침실에서
힘없이 부르던
어머니의 노래
‘저기 거룩한 그 길에
슬픈 구름 없으니...‘

어머니의 저곳
그곳은 어디에 있을까
태양계를 지나
은하수를 건너
수억 광년 머나먼 곳에
새 예루살렘,
내 어머니의 영원한 도성은 빛나고 있을까
어디에 있을까
그곳은   (어머니의 도성 / 이신혜)

저작권자 © 크리스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