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 박 지음 / 박스북스 펴냄

 
미션 스쿨에 입학해 처음 기독교를 알게 되고, 빌리 그래함 부흥회에서 교회에 나가겠다고 손을 번쩍 들고, 학교 강당에서 합동으로 성탄절 세례를 받고도 교회에 나가지 못하다가, 대학에 입학한 봄, 어느 교회의 주일 예배에 처음 참석했던 날, 담임 목사는 "건축 헌금을 내지 않은 사람은 모두 일어나세요."라고 말했다. 얼떨결에 일어난 나는 단체로 호된 야단을 맞았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분노에 대한 기억은 아직 남아 있다.

신혼 시절에 뒷집의 권유로 동네 교회에 나가게 되었고 구역 예배에도 나갔다. 1년 가까이 구역장은 예배를 드리다 말고 자신이 받은 축복에 관해 한 시간씩 이야기했다. 아니 간증했다. 반복되는 축복 간증에 싫증이 나서 구역예배에 나가지 않았다.

이후에도 신자들로부터 자주 건축의 은혜 운운하는 이야기를 듣곤 했다. 절 세 채가 아니라 교회 세 채를 지어야 천당 간다는 이야기였다.

미국에서 첫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 알게 된 부동산 중개인이 어느 교회의 장로였다. 하도 전화를 많이 해서 할 수 없이 그 교회에 나갔다. 예배 후 점심 먹고 가라고 붙든 어느 여인이 삼십 분이나 축복에 대한 강연을 했다. 이 교회에 다니는 동안 사업이 하향곡선을 그린 적은 한 번도 없다는 게 그 요지였다. 해직당하고 처음 해본 가게를 말아먹고 배신감을 어쩌지 못해 미국행을 택한 남편의 뒤를 졸졸 쫓아오긴 했어도, 그 모든 일을 하나님의 저주라고 생각해 본 적 없고 가난도 하나님의 은혜라 믿는 나는 다시는 그 교회에 가지 않았다.

위에 열거한 몇 가지 체험들을 교회 안에서 진지하게 말하기는 어렵다. 아니, 다른 교회 비판은 쉬워도 내 교회 비판은 어렵다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 그래서 ‘맞아 죽을 각오로 쓴’이라는 제목을 저자도 붙였을 것 같다. 저자는 2부로 나누어 9가지 문제를 제시한다.

1. 배타적인 개교회주의를 극복해야 교회가 산다.
2. 교파를 폐쇄해야 교회가 산다.
3. 술, 마셔도 된다
4. 성전 건축이라는 미명 아래 자행되는 교회 건축을 중단하라.
5. 점핑 보드 설교를 중단하라.
6. 기도가 달라져야 한다.
7. 주연의식을 버려야 예수가 산다.
8. 돈을 극복하지 못하면 하나님을 섬길 수 없다.
9. 기복주의 사상은 십자가의 복음을 소멸한다.

이 책은 2007년에 출간된 「한국교회를 향해 통곡하시는 예수」의 개정판이라고 한다. 출판사측은 이 책을 읽은 3천 명 이상의 크리스천들이 출석하던 대형교회를 나와서 지역교회로 복귀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고 전한다. 교회 비판이 무성한 데 비해 해답은 추상적인 책도 많은데, 이 책은 성경에 의거한 구체적인 해답을 부분적이나마 제시하고 있다.

1. 배타적인 개교회주의 - 전 세계 교회가 하나라는 의미에서 우주적인 교회와 지역교회가 있다면서, 지역교회끼리 경쟁해선 안 된다고 저자는 강변한다. 따라서 목회자는 교인들을 사유재산인 양 교회 울타리 안에 가두지 말고, 신자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교회에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대형교회는 몸집을 줄이고 작은 교회는 그 수를 줄여야 한국교회가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2. 교파의 폐쇄성 - 교파는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뇌되었던 교파 의식을 회개하고 모두가 동일한 신앙 고백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3. 술 - 세상과 진리의 싸움을 하기 위해 술과 담배를 금지하지 말고 경계시킬 것을 권한다. 술과 담배로 정죄하지 말고, 술에 대한 예수 그리스도의 입장을 살펴 보자고 한다. 예수님이 술에 대해 관용을 보이신 건 술이 진리의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마음의 문을 넓히고 전도의 문을 넓히자고 한다.

4. 성전 건축 - 성전이라는 단어부터 잘못되었다고 한다. 교회가 클수록 교인이 몰린다는 교회성장주의에 입각해, 성전이라는 미명하에 무리한 건축을 시도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비판한다. 성전 건축은 성경의 지지를 받지 못하며, 교회의 사명을 잃어 버리게 만들며,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고로 헌금의 50%는 약자들을 돕는 데 써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5. 점핑보드 설교 - 도약대식 설교, 적극적 사고방식의 설교, 짜맞추기식 설교는 인본주의적인 설교이며 강연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첫째도 성경, 둘째도 성경으로 돌아가자고 한다.

6. 기도는 하나님과 사랑으로 교제하는 것이며 일방적인 선언이나 주문이 아니라고 한다. 방언, 중언부언의 기도, 형식적인 기도, 자신의 정욕을 채우기 위한 기도 대신에 깊이 생각하고 구체적으로 기도하고 의심하지 말며 용서하는 기도여야 한다는 것이다.

7. 주연이 많으면 문제가 생긴다며 예수님처럼 주연의 자리를 버리고 조연이 되라고 저자는 말한다. 박사학위, 감투, 가운 등에 집착해 가짜 학위까지 등장하는 해프닝을 벌이지 말고 교회를 정화하자고 저자는 말한다. 이 모든 현상의 원인이 교만이므로 목회자부터 하나님께 주연의 자리를 내드리고, 겸손하게 조연이 되는 갱신운동을 벌여 신자까지 확대시키자고 한다.

8. 돈 - 돈에는 전능성과 보편성과 거룩성이 모두 들어 있다면서, 그러한 양날을 늘 의식해, 크리스천은 검소한 삶, 나누어 주는 삶을 추구하고, 정직하게 돈을 벌어야 하며, 사회적으로 가난한 자, 소외된 자의 편에 서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정직하게 번 돈을 헌금해야 하고, 교회에서는 헌금의 50% 이상이 선교와 구제에 쓰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당장 교회 건축을 중단하고 총동원주일을 멈추고, 교회버스를 매각하라는 것이다. 운영비를 줄이고 기도원을 매각하고 담임목사의 고급 승용차를 매각하고, 사례비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아끼고 아껴서 이웃을 도우라고 한다.

9. 기복주의 사상 - 한국교회는 복음이 아니라 축복을 추구한다고 비판한다.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를 바라보아야 하고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를 말해야 한다고 한다. 복음으로 병을 고치고 귀신 쫓아내고 부자가 되고 범사에 잘 되는 것만 추구한다면 싸구려 복음으로 전락한다며, 십자가의 복음, 은혜의 복음으로 돌아가자고 저자는 말한다.

조엘 박은 침례신학대학교, 산토 토마스 대학교 대학원, 미드웨스트 신학대를 졸업하고, 한국에서 청년 사역과 담임 목회를 했으며, 현재 호주 선교공동체 ‘Go Christian Network'의 한국인 담당목사로 사역하고 있다. 그 밖의 저서로는 『엘리트 크리스천이 되는 16가지 비법』, 『순결 그 아름다운 성 이야기』, 『뜨거운 감자 성과 순결』, 『불순결한 천재보다 순결한 바보가 위대하다』, 『예수 25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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