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100세 시대라고들 합니다. 100살까지 사는 것이 그렇게도 좋은가 봅니다. 물론 노인성 질병만 안 걸리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우리의 뇌를 하얗게 만들어 환자나 간병하는 가족 모두의 마음을 황폐하게 만드는 무서운 치매만 피해가면서 생을 마감한다면 그보다 더 큰 행복은 없을 것입니다.

나는 알츠하이머가 치매인 줄로만 알았는데 서로 다른 모양입니다. 알츠하이머도 있고, 혈관성 치매와 기타로 분류되는 치매가 있다고 합니다.

치매를 피하는 방법의 하나는 당뇨병을 피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치매는 당뇨병의 사촌'이라고 권태형 박사(물리학 박사)는 말하고 있습니다. 또 당뇨병을 피하면 심장병, 눈병, 신장병, 발 신경병(궤양)도 피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당뇨병을 피하려면 혈압, 체중, 콜레스테롤, 혈당 등을 자주 조사하고 정상 수준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또 음식을 절제하고, 과일, 채소, 잡곡, 현미, 기름기 적은 고기나 우유, 치즈를 먹는 것도 중요하고 하루 30분 정도의 운동도 긴요하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당뇨병 환자가 심장병이나 뇌졸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지만, 일본에서 나온 연구 결과를 보면 설상가상으로 치매에 걸릴 확률도 두 배로 높다고 합니다. 일본 규슈 대학에서 환경의학을 연구하는 유타가 기요하라 의사의 연구진이 60세 이상 남녀 1천여 명을 15년간 추적한 연구 결과라고 합니다. 참가자를 최소한 12시간 굶긴 후 혈당을 검사했는데 연구 시초에 참가자의 15%가 당뇨병 환자였고, 23%가 당뇨병 전증이었고 치매 환자는 하나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후 15년간 참가자의 23%가 치매에 걸렸다고 합니다. 그중 약 50%가 알츠하이머로, 나머지는 혈관성 치매나 기타 치매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 연구는 당뇨병과 치매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명백히 드러냈다.” 라고 캘리포니아 역학자 레이첼 휘트마 박사는 말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연구 결과입니다. AB형이 다른 혈액형보다 노년기에 기억상실증에 걸릴 확률이 82%나 높다는 것입니다. “신경학 저널” 최신호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AB형이 다른 혈액형보다 일상에서 기억력 감퇴와 언어 능력 저하 증세를 보일 위험이 82% 더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합니다. 이번 보고서의 저자인 매리 쿠쉬먼 터몬트 대학 교수는 “우리의 연구는 혈액형과 인지 장애의 위험성을 검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썼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를 두고 AB형들이 절망할 필요는 없다면서, 영국 알츠하이머 연구소의 사이먼 리들리 소장은 “이 연구는 혈액형과 치매간의 직접적인 연계성을 살펴본 게 아니다.”라며 “뇌 건강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균형 잡힌 식사와 금연, 그리고 정기적인 운동이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두 연구 결과는 나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나는 당뇨병 환자인데다 혈액형은 AB형이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하루에 7-8시간보다 더 적게 자는 사람들은 인식의 쇠퇴, 기억 손실, 심지어 알츠하이머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또 한 발로 20초 이상 서 있지 못하면 뇌졸중 또는 치매의 위험 신호일 수도 있다고 합니다.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뇌 손상과 인지 기능 저하의 위험이 크다고 합니다.

이 모든 위험요소들에 노출되어 있는 나는 오래 산다고 기뻐하기보다는 오히려 어떻게 건강하게 주위에 폐를 안 끼치고 사느냐 하는 것을 더욱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 같습니다. 나는 음악 듣기를 참 좋아합니다. 특히 박자가 빠른 음악을 좋아합니다. 트로트도 빠른 것을 좋아합니다. 찬송가도 빠른 것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행동거지는 될 수 있으면 천천히 하려고 합니다.

유난히 행진곡을 좋아합니다. 걸으면서 행진곡을 들으면 저절로 걸음 속도도 빨라집니다. 기분도 아주 좋습니다. 이것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까요?

하지만 나는 보행을 많이 하는 보병 출신도 아니고 겨우 국방의 의무만 수행한 단기 사병 출신입니다. 체육을 전공한 적도 없습니다.

그런데 왜 행진곡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섯 살 때 부산으로 피난을 갔습니다. 그때가 1.4 후퇴때였습니다. 6.25 전쟁이 발발한 다음해였습니다. 부산 피난 시절에는 서울이 황폐해졌고 일용할 양식 때문에 고통을 받았다는 상상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아버지 덕분에 풍족한 피난 생활을 영위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다른 식구들보다 먼저 초등학교 4학년 때 서울로 올라와서 둘째 큰아버지댁에서 임시로 기거하게 되었습니다. 작고하신 아버지는 형제분들이 많았습니다. 작고하신 어머니도 자매가 많았습니다. 아버지의 형제 한분과 어머니의 자매 한 분이 결혼하여 사시는 곳에 임시로 들어갔던 것입니다. 부모님들이 서로 겹사돈을 맺었기 때문에 그분들의 자녀들은 나와 친 사촌 또는 이종 사촌의 촌수가 됩니다. 나의 형제 자매들과 그분들의 아들 딸들은 아주 많이 닮았습니다. 그후 나의 부모님과 형제들도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당시에는 모두가 가진 것들이 없어서 더 화목하였습니다. 매일 아침 등교하면 운동장이 떠나가도록 음악을 틀었는데 그것이 모두 행진곡이었습니다. 배고픔을 잊게 해주고 기분을 좋게 해주는 묘약이었습니다. 그래서 행진곡을 좋아하게 된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딸아이에게 행진곡을 좋아한다고 하였더니 두 장의 CD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그 하나가 “존 필립 수사”의 행진곡들이었고 다른 하나는 행진곡 모음 CD였습니다. 마음이 가라앉으면 행진곡을 듣습니다. 하나는 한 시간짜리이고 다른 하나는 30분짜리입니다. 듣고 있으면 물 흘러가듯 매끄러운 느낌이 듭니다. 이 맛에 행진곡을 듣습니다. 클래식 음악에 속하는 행진곡도 좋아합니다. 아쉽게도 행진곡만 모아 놓은 클래식 행진곡 CD가 없습니다.

치매를 예방하기 위하여 화투를 치거나, 카드 놀이를 하고, 스마트 폰 등을 수시로 만지작거리면서 뇌 운동을 한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화투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젊어서는 틈만 있으면 섰다, 고스톱, 전라도식 화투인 삼봉까지도 해보았습니다. 지금은 별로 흥미가 없습니다. 대신에 책을 읽는 것을 참으로 좋아합니다. 시간과 책이 있으면 독서 삼매경에 빠집니다. 또 하나 뇌운동에 도움이 되는(?) 수도쿠는 자주 합니다. 상하좌우로 숫자를 조합하는 놀이입니다.

행진곡 듣기나 독서 삼매경이 구조적으로 치매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나에게 충분한 뇌 활성화 운동이 되겠습니까?

저작권자 © 크리스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