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제시장>을 보았습니다. 영어 제목 <Ode to My father> 가 주제를 잘 나타내 주는 것 같습니다. 미국영화관에서 영어 자막이 나오는 한국 영화를 보게 되다니 그만큼 한인 커뮤니티의 규모와 파워가 커졌다는 뜻이겠지요? 영화 시작 전, 아내는 티슈 한 뭉치를 꺼내 내게 주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들었다면서 영화를 보면 많이 운다고 하니 사용하라는 것입니다. ‘그럴 것까지야’ 하면서 마지못해 받았는데 나중엔 ‘없었더라면 큰일 날 뻔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고 공감의 영역이 다르지만 몇 자 적어 봅니다. 영화에 대한 비평이 아님을 분명히 해 두고 싶습니다. 저는 시작 부분의 피난 장면에서 주인공이 아버지와 헤어지는 장면과 영화 마지막 부분 상상 속에서 이루어지는 아버지와의 재회 장면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전쟁의 의미도 모른 채 오직 살아야만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피난길에 오르던 주인공은 등에 업힌 여동생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 여동생을 찾기 위해 그 자리에 남기를 선택한 아버지와의 마지막 대화. 아버지는 어린 주인공에게 “지금부터 네가 장남이다. 가족을 잘 지키라”고 말합니다. 10살 남짓의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숙제입니다. 하지만 그 말은 자신이 살아야 할 이유와 목적이 됩니다. 죄의식과 책임감 그리고 다시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은 평생 주인공의 삶을 지배합니다.

주인공은 자신을 위한 삶보다는 가족을 위한 삶을 삽니다. 미군에게서 얻은 초콜릿을 동생들에게 가져다 주기 위해 동네 아이들의 발길질을 버텨냅니다. 공부 잘하는 동생을 위해 독일 광부로 자원하고 시집가는 여동생의 결혼 비용을 마련하고 고모의 가게를 지키기 위해 학업을 포기하고 베트남으로 날아갑니다. 모든 것이 그에게는 멍에였고 십자가였지만, 주인공은 그런 멍에를 벗어던지지 않고 짊어지고 껴안는 것으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누군가는 그런 희생을 해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자신의 운명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장면, 온 가족들이 모여 손자들의 재롱을 보며 즐겁게 식사하는 자리에서 주인공은 아버지와 재회합니다. 아버지는 엉엉 울고 있는 피난 시절의 아들을 껴안아 주며 수고했다고 위로해 줍니다. 비로소 아들은 짐을 내려놓게 됩니다. <꽃분네 가게>를 팔라는 말도 그제서야 나옵니다.

인생은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사건들에 의해 행과 불행이 결정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전쟁도, 가족끼리 헤어짐도, 가난도 모두 주인공이 원하지 않았던 것처럼 우리 역사의 현실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까지나 내 탓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일을 저지른 사람들을 원망하며 모든 것을 책임지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그것은 또 다른 수렁으로 사태를 몰고 가기 때문입니다. 결국은 그 상황 속에 있는 누군가가 그 짐을 짊어지고 하나씩 풀어가야만 합니다. 자발적으로 헌신하고 책임감을 품을 수도 있지만, 죄의식이나 상황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떠안을 수도 있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말입니다. 분명한 것은 역사는 그것을 부르심으로 받아들이고 사명감을 가지고 나선 사람들에 의해 바뀐다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의 희생 없이 나아진 사회, 발전하는 역사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요한복음에서 예수는 하나도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하면서 “내 뜻대로가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기쁘게 하기 위해” 산다는 말을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을 위해서 그리고 돌보아야 할 인간들의 삶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합니다. 아버지의 사진 앞에서 주인공은 “참 힘들었다”고 속내를 털어놓으며 깊은 한숨을 쏟아냅니다. 예수님 또한 그렇게 아버지 앞에서 말씀하셨을 것 같습니다. 하나님 아버지는 어찌하실까요? 아마도 아들 예수를 꼭 껴안으며 잘했다고 위로하시겠지요. 모든 무릎을 그 앞에 꿇게 하고 싶으실 것입니다. 오늘은 그 예수님을 위한 송가(Ode)를 부르고 싶습니다.

                                                                                                                                                                                               영화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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