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주기도문의 여섯 번째 간구(The Sixth Petition)는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이다. 이 간구의 위치는 우리의 청원(We-Petition) 마지막에 있다. 다섯 번째 청원에서 다루었던 용서의 간구는 과거의 죄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지만 시험에 들지 않기를 원하는 간구는 미래에 범할 수 있는 죄의 예방이고, 악에서 구하옵소서는 현재 당하고 있는 악에서 구원해 주시기를 바라는 간구이다.

우리를 위하는 세 가지 간구 가운데 첫째 간구인 매일 양식(Daily Bread)은 육적인 것이고, 둘째 간구는 매일 용서(Daily Forgiveness)이고, 셋째 간구는 시험과 악으로부터 매일 보호(Daily Preservation)를 원하는 것이다. 마태와 누가의 두 주기도문을 비교해 보면 누가 복음에서 하나님에 관한 기원 중 셋째 기원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가 생략되어 있다.

우리를 위한 간구에 있어서도 누가복음에는 셋째 간구의 하반절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가 생략되어 있다. 전자에는 자율적인 면이 강조되고 있는 반면, 후자에는 타율적인 면이 보인다. 죄 혹은 시험 (Temptation), 즉 악은 우리에게서 매일 제거되어야 하는 요소들이다.

웨스트민스터 요리문답은 주기도문의 여섯째 기도에서 우리가 무엇을 구하는가? 에 대하여 그 답을 이렇게 정의한다. “주기도문의 여섯째 기도는 곧 우리를 시험에 들지 말게 하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하는 것이니 이는 하나님이 혹 우리를 시험에 들지 아니하게 하시거나 시험을 당할 때에 보호하여 구하옵소서 하는 기도이다” 라고 했다.

이제 우리의 영혼과 올바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상관관계를 밀접하게 가지고 있는 시험과 악에 관한 간구에 대해 더욱 구체적인 접근을 해본다.

1) 주기도문의 넷째 간구와 다섯째 간구 사이, 또 다섯째 간구와 여섯째 간구 사이를 접속사 ‘그리고’(Kai; 카이)로 연결하고 있는데(‘그리고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그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 다섯째 간구가 자율적인 것 즉 자신이 범한 죄에 대한 용서라면, 여섯째 간구는 타율적인 것 즉 외부로부터 오는 “시험이나 악”에 대한 간구라는 점에서 그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즉 매일 죄를 용서하심과 구원함에 대한 것이다. 매일 사단과 악에서 구원해 주십사 하는 간구는 자율적이든 타율적이든 인간 구원에서 계속적인 상관관계를 가지기 때문이다.

둘째 : 다섯째 간구는 구원의 서정(行定)에서 정의(Justification)의 소극적인 측면과 연결된다면 여섯째 간구는 구원 서정에서 성화(Sanctification)에 관계된다. 이 두 가지는 구원을 얻은 이후의 신자의 삶에서 결코 분리될 수 없고 날마다 계속 된다는 것을 구원의 서정에서 교리화하여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 다섯째 간구는 죄의 유전성으로부터 죄의 용서를 구하는 간구이지만 여섯째 간구에서는 죄의 오염과 그 영향 아래 지배당하게 하는 시험과 악으로부터 하나님의 은혜, 힘, 권능으로 인하여 구원해 주시도록 간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2) 주기도문의 여섯째 청원에서 마태의 본문에 “다만” 이라는 번역을 헬라어 성경은 "알라"라는 접속사를 사용하여 서로 연결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마태의 본문에 접속사 “알라”(αλλα)는 영어에서 '그러나(but)'이고, “메(μη)는 아니다(not)라는 단어를 취하여 영어의 구문서 not…but의 형식을 사용하여 여섯째 간구를 표현하고 있다.

헬라어 구문에서 알라(αλλα)는 문장의 절(Clause)이나, 전 문장의 경우에 있어서 앞에 나온 것과의 차이나 대조를 나타내는 데 쓰는 반대적 의미의 불변사로서 “그러나”의 뜻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앞의 부정문에 이어서 긍정문을 이끌 때는 대조를 나타내면서 영어, 구문에 “not only... but also, ...뿐 아니라,...도 또한”의 뜻을 나타내기도 한다. 여섯째 청원의 전반절에서는 소극적으로, 후반절에서는 적극적으로 서술하고 있기 때문에 “다만”은 “도리어”, “그러나”, “또한”의 의미도 포함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여섯째 간구를 시험(유혹)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실패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만 (또한, 도리어) 악에서 구하옵소서(승리하게 해주옵소서)라고 그 뜻을 더욱 구체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소극적인 간구와 적극적인 간구가 한 간구 가운데 균형을 이루고 있음을 본다. 우리는 본성적으로 연약하여 시험(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 있다.  시험에 빠져 우리 스스로 헤어 나오기 어려울 경우, 하나님께서 우리를 건져 주시기를 요청하는 간구이다. 여기서 접속사 알라(αλλα)를 사용하여 연결하고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표현이고 두 조문을 한 기도로 생각할 수 있으나 각각 독립된 간구 (Petition)라고도 할 수 있다.

여기서 누가의 주기도의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가 생략되었기 때문에 독립된 두 간구라는 표현도 동의할 수 있지만 두 조문을 한 간구(Petition)로 다루는 것도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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