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인 (4)

Dr. 셔우드 홀 가족은 이 문제를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에밀리가 Dr. 홀 가족을 엑하트 광산에 데려다 주는 차 속에서 꼬마 필리스가 주일학교에서 배운 ‘The Bible’이란 노래를 불렀다. 에밀리는 그때 깊은 감동을 받은 모양이었다.

Dr. 홀 가족이 차에서 내릴 때 에밀리는 Dr. 홀의 손에 수표 한 장을 쥐어 주었다. 수표는 $500짜리였다. Dr. 홀의 놀라움은 말할 수 없이 컸다. 곤경에 처해 있는 Dr. 홀 가족에게 이렇듯 뜻밖의 행운을 준 계기가 필리스의 노래 때문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Dr. 홀은 더욱 더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이 Dr. 홀 가족의 기도에 대한 응답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Dr. 홀 가족은 모자라는 나머지 여비를 충당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행 ‘대륙 동서 횡단 열차’가 지나는 도시들을 조사한 후 그 도시들에 살고 있는 친지들과 후원자들에게 미리 사정을 알리는 솔직한 편지를 보냈다. 이렇게 해서 Dr. 홀 가족이 탄 열차가 그 도시에 정차할 때 친지들이 역에 나와서 Dr. 홀 가족을 만나 모금한 돈을 건네 주기도 했고 때로는 Dr. 홀 가족이 열차에서 내려 급히 친지들을 방문해 모금하기도 했다.

이런 일을 반복했더니 종착역인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을 때, Dr. 홀 가족의 수중에는 서울까지의 여비와 병원 보급품의 운송비까지 넉넉히 치를 수 있는 돈이 들어와 있었다. 이런 특별한 방법으로 난관에서 벗어난 Dr. 홀은 그동안 그들의 선교 활동에 성의를 표시해준 분들에 대해 선교사로서 책임감을 더 크게 느꼈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Dr. 홀은 우연히 1891년 5월 17일에 그의 어머니가 쓴 일기를 발견했다. ‘대행자’에 대해 그의 어머니가 그 당시 가지고 있었던 생각을 기록한 것이었다. Dr. 홀은 그 일기에서 매우 깊은 감명을 받았다.

‘Dr. 홀이 내게 준 『살아 계신 그리스도』라는 책을 보면서 예수님께서 “나의 아버지가 나를 보내셨도다”라고 표현한 성경 구절이 매우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요한복음>에만도 이러한 표현이 서른 곳이나 된다는 점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예수님은 선교사의 완전한 표본이다. “하나님께서 나를 보내셨다”는 사실이 예수님의 마음에는 항상 있었던 것이다. 예수님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고 남을 위해 행한다는 점을 모든 사람들에게 알리기를 원했다. 하나님이 나를 보내신 것같이 나는 너를 보낸다...

어째서 하나님께서는 아들을 보내셨는가? “하나님께서는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신 것이다.” 이 말은 하나님의 사랑을 표시하신 것이다. “하나님이 나를 세상에 보내신 것같이 나는 너희들을 세상에 보낸다.” 우리의 사명은 예수님의 사명과 같은 것이 아니겠는가?

이 사명은 너무나 크고 높아 보인다. 아무튼 하나님께서는 그러한 사명을 수행할 수 있는 힘을 주시지 않고는 부탁하시지 않는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나는 혼자가 아니다. 나를 보내신 이가 나와 함께 계시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보내시면서 말씀하신다. “나가서 만방에 가르쳐라. 너희에게 명하노니 나는 세상이 끝날 때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으리니.”

성경의 이런 대목들을 공부하면서 미처 생각해 보지 못한 의문이 떠올랐다.

“하나님께서 보내시지 않았어도 예수님은 오셨을까?”

나는 항상 예수님께서 스스로 오신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어떤 점에서는 그렇기도 하다. 그러나 그러한 방법으로 우리를 구원하자고 제안하신 분은 하나님이실까? 예수님이실까?

요한복음 7장 28절을 보면 “나는 스스로 온 것이 아니로다”라고 쓰여 있다. 8장 42절을 보면 “이는 내가 하나님께로 나서 왔음이라 나는 스스로 온 것이 아니요 하나님께서 나를 보내신 것이니라”라고도 되어 있다.

비로소 나는 전에 이해하지 못했던 요한복음 17장 21~23절 말씀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당신은 나를 보내셨고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것 같이 나는 저들을 사랑합니다.”

어째서 하나님께서 우리를 그토록 사랑하시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하나님께서 정말로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것은 안다. 그토록 사랑하지 않으면 우리를 위해 고통을 당하라고 예수님을 보내시지 않았을 것이다.

하나님께서 자신의 아들을 사랑하신 것처럼 이 조선 사람들도 사랑하고 계신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자 만나는 사람마다 잡고 ‘이 좋은 소식’을 말하고 싶은 욕망에 불타게 되었다.’

저작권자 © 크리스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