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던 시대와 역(逆) 엑소더스

‘가나안 성도’라는 말이 널리 회자되고 있다.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지만, 교회에 ‘안나가’(꺼꾸로 읽으면 ‘가나안’)는 성도를 지칭하는 말로, 최근에 출판된 ‘가나안 성도 교회 밖 신앙’(양희송 저, 포이에마)이라는 책 때문에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한국교회의 가나안 성도는 약 100만명으로 추산된다. 사람들은 이를 ‘가나안 성도 현상’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런데, ‘가나안 성도’ 현상 저변에는 훨씬 심각한 대규모의 개신교 탈출, 즉 역(逆) 엑소더스가 진행되고 있다. 2004년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개신교 신앙을 가지고 있다가 교회를 떠난 사람이 758만명에 이른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 개신교도가 약 400만명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역(逆) 엑소더스의 규모는 약 1,200만명에 육박한다. 현 한국 개신교 교세의 약 1.5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문제는 한국교회를 존망의 위기로 몰고가는 역(逆) 엑소더스 현상이 가속화됨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가 마땅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주한인교회들의 형편은 어떨까? 한국교회의 영향이 고스란히 유입되는 미주한인교회의 특성을 고려하면, 대동소이한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수년간 ‘가나안 성도’를 포함한 역(逆) 엑소더스人을 대상으로 사역해온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미주한인교회의 형편은 더 심각하다. 이민생활의 고단함을 기독교 신앙으로 해소하고 있는 성도들은 한인교회의 부정적인 모습에 더 쉽게, 그리고 더 심각한 상처를 받는다. 미주한인들의 71%가 기독교인이지만 정기적으로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수는 한인 인구의 약 20-25%로 추산된다. 따라서 미주한인교회의 역(逆) 엑소더스 현상은 훨씬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가나안 성도는 누구인가?

역(逆) 엑소더스인은 세 부류로 나뉜다. 이들은 기독교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안티 그룹, 기독교에 대해 철저한 무관심으로 중무장한 무관심 그룹, 그리고 신앙을 버리지 않았지만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가나안 성도’로 구분할 수 있다. 안티 그룹과 무관심 그룹은 불신자를 전도하는 것보다 몇 배나 힘들고, 이들을 교회로 인도하는 것은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에 반해 ‘가나안 성도’는 교회를 떠났지만 신앙을 유지하고 있고, 대부분(약 70%)이 교회로 돌아올 마음이 있다는 점에서 한국교회와 미주한인교회가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상이다.

누가 이들을 교회 밖으로 내몰았는가? 역(逆) 엑소더스 현상의 첫번째 요인은 사회와 시대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포스트모던 사회 혹은 후기 기독교사회에 진입한 서구교회들이 이미 역(逆) 엑소더스 현상을 경험한 것처럼, 포스트모던 사회에 진입한 한국교회와 미주한인교회도 동일한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절대적 가치, 신앙, 전통, 권위 등을 부인하거나 상대화하는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기독교의 절대적 가치에 대한 부인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다. 수많은 청년들의 교회 탈출은 포스트모던적 가치관이 기독교 신앙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일방적인 설교와 가르침을 강요 혹은 폭력으로 받아들이며, 자기 식으로 표현되는 신앙을 추구한다.

두번째 이유는 소통의 단절이다. 목회자와 성도 간의 소통 부재, 1세대와 2세대 간의 소통의 부재가 이들을 교회 밖으로 내몰고 있다. 특히 한인교회 성도들에게 교회와 신앙이 차지하는 위치가 절대적이라는 점에서 소통의 부재는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진다. 세번째 이유는 성경의 가르침과 교회 현실의 심각한 괴리이다. 흔히 말하는 신앙과 삶의 불일치, 일상에 적용되지 않는 신앙, 교회와 세상의 이원론, 십자가의 고난과 하나님의 뜻에 대한 순종이 결여된 값싼 은혜, 독선적이고 배타적인 무례한 기독교 등은 성도들의 눈에 성경의 가르침과 조화될 수 없는 것으로 비춰진다.

최후의 결정타는 목회자의 탈선과 부정부패, 그리고 교회내 분쟁이다. 특히 좁은 한인교계에서 중대형교회의 분쟁과 부정부패에 대한 추문은 치명적인 독소로 작용한다. 한인사회 곳곳에 재앙을 피해 교회들을 떠도는 성도들과 휴면 상태에 들어간 성도들이 넘쳐난다. 보다 심각한 것은 그나마 교회를 지키고 있는 성도들 중에도 ‘심정적’ 가나안 성도들이 많다는 점이다. 분쟁과 갈등을 겪은 교회에는 이런 성도들이 다수를 차지하며, 그 결과 교회는 활력을 잃고 삭막해진다.

가나안 성도들과 심정적 가나안 성도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이들의 소망은 지극히 성경적이다. 이들은 교회 내의 수평적 리더쉽을 추구하고, 공동체적인 교회를 바라며, 인격적인 교제가 풍성해 지기를 원하며, 일상에서 신앙을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가 이들의 바람을 잘못되었다고 정죄할 수 있을까? 가나안 성도는 교회의 부정적인 모습이 낳은 희생양이요, 한국교회와 한인교회가 뼈를 깎는 개혁과 갱신을 통해 다시 초청해야 할 하나님의 백성들이다.

재(再) 엑소더스

교회가 내쫓은 ‘가나안 성도’와 역(逆) 엑소더스인의 재귀환은 불가능할까? 2천년 기독교 역사를 통해 증명된 복음의 능력은 이것이 성취 불가능한 꿈이 아니라고 말한다. 적어도 ‘가나안 성도’의 재(再) 엑소더스는 충분히 가능한 사건이다. 가나안 성도들 자신이 다시 교회로 돌아오기를 소망하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한국교회와 미주한인교회의 개혁과 갱신이다.

그렇다면, 교회가 어떻게 이들의 귀환을 준비해야 할까? 그 해답은 이들이 바라는 교회상과 출석하기 원하는 교회상에 들어있다. 가나안 성도들은 존경할 만한 목회자 있는 교회, 공동체성이 있는 교회, 건강한 교회를 찾고 있다. 또한 이들은 수평적 리더쉽을 선호하고, 인격적인 교제를 갈망하며,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실제적 지침을 기대한다. 따라서 목회자가 성도들의 존경과 신뢰를 회복하고, 교회를 공동체적이고 수평적인 구조로 개혁하여 모든 구성원 간의 인격적 교제가 이루어지도록 변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신앙과 삶, 교회와 세상의 다리를 놓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교훈을 전달해야 한다.

한국교회와 미주한인교회의 위기는 오히려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가나안 성도’ 현상과 ‘역(逆) 엑소더스’ 현상을 타락한 교회를 갱신하는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교회가 비성경적이고 부정적인 모습을 벗어버리고 환골탈태한다면, 수많은 가나안 성도들의 대규모 재(再) 엑소더스가 실현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우리 모두 ‘가나안 성도’의 귀환과 잃어버린 하나님의 백성들의 재(再) 엑소더스를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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