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버틀러 ; 대통령의 집사>라는 제목으로 상영되었다는 미국 영화의 원제는  <Lee Daniel's The Butler>. 유진 앨런(Eugene Allen)의 실화를 바탕으로 대니 스트롱이 극본을 쓰고 리 다니엘이 감독을 맡았다고 한다.  2013년 8월에 개봉되어 박스오피스 3주 연속 1위를 기록한 흥행작이다. 포레스트 휘태커, 오프라 윈프리, 존 쿠삭, 로빈 윌리엄스, 제인 폰다, 테렌스 하워드, 레니 크라비츠 등 쟁쟁한 할리우드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때는 2009년, 왕년에 백악관 집사였지만 이제 은퇴하고 노인이 된 세실 게인스가 흑인 최초의 대통령 오바마를 만나기 위해 백악관 홀에서 기다리는 동안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영화는 전개된다.

7살로 돌아간 세실이 미국 남부의 목화농장에서 아버지로부터 목화 따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때 백인 농장주가 세실의 어머니를 헛간으로 데려간다. 세실 엄마를 성적 노리개로 삼으려 한다는 것을 밭에서 일하는 흑인들 모두 알지만 아무도 내색하지 못한다. 엄마에게 달려가려는 세실을 다치지 않게 하려고 꽉 붙잡았던 아버지가 일을 치르고 밖으로 나온 농장주를 불러 세우지만 한 마디도 못한다. 그러나 농장주는 아버지의 이마에 총을 쏜다. 엄마는 그 뒤 정신을 놓아 버린다. 그 모든 일을 목격한 농장주의 할머니(제인 폰다)가 어린 세실을 데려다가 식탁 곁에서 음식 서빙하는 일을 시킨다.

1937년, 18살이 된 세실은 집을 떠난다. 농장에 문제가 생겨 자유가 생긴 것인지, 노예제도가 사라진 덕분인지 영화 장면만으로는 잘 모르겠다. 추측할 뿐이다. 흑인 탄압은 여전하고 일할 곳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여러 날 굶주리다가 세실은 어느 호텔 창문을 통해 케이크를 발견하곤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피 묻은 손으로 케이크를 허겁지겁 먹는다. 그 모습을 발견한 호텔의 흑인 웨이터 우두머리가 훔쳐 먹은 일을 문제 삼지 않겠다며 다친 손을 치료해 준다. 이를 계기로 그에게서 일을 배워 워싱턴 D.C.에 있는 호텔에서 일자리를 얻게 되는데 웨이터 우두머리가 세실에게 충고한다. "흑인은 두 개의 얼굴을 지녀야 해. 참 흑인의 얼굴과 백인이 원하는 얼굴. 그걸 명심해."

호텔에서 일하는 동안 가족도 생긴다. 아내 글로리아(오프라 윈프리)와 두 아들 루이스와 찰리다.

1957년 세실은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대통령(로빈 윌리엄스) 재임시에 백악관의 집사로 취직이 된다. "완벽하게 보필하되 그 자리에 없는 사람처럼 행동하라. 궁금해 하지도 말고 묻지도 말라." 첫날 백악관 집사우두머리가 해준 조언이다. 세실은 집사가 천직이라도 되는 양 성실하게 일한다. 백인 상사에게 조심스레 흑인의 임금 인상과 승진을 건의하는 장면만 빼고는 완벽한 배려이자 순종이다. 세실은 아이젠하워, 존 F. 케네디, 린든 B. 존슨, 리처드 닉슨, 제럴드 포드, 지미 카터,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집사로 일한다. 어릴 적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백인이 만든 가치 기준에 순응한다.

부모는 아들도 별 탈 없이 현실에 순응하며 살기를 바라지만, 아들 루이스는 인권 없이 애초에 그런 삶은 불가능하다며 인권 운동의 중심지인 테네시 주의 피스크 대학에 입학한다. 아들은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사건마다 연루되어 제 집인 양 감옥을 드나든다. 마틴 루터 킹과 비폭력 인권 운동을 벌인 제임스 로슨 목사가 이끄는 Southern Christian Leadership Conference에 가담해, 식당의 백인용 좌석에 앉아 냉대와 폭력에 비폭력으로 맞서는 투쟁을 벌인다.

버스의 인종차별 관행이 불법이라는 연방대법원의 판결에도 남부의 주들에서 인종차별적인 짐 크로우 법이 사라지질 않자, 1961년 프리덤 라이더(Freedom Riders)라고 스스로 명명한 흑인과 백인들이 버스를 타고 짐 크로우 법을 무시한 채 앨라배마와 미시시피 등을 거쳐 뉴올리언스를 향하지만, KKK 단원들이 버스를 세우고 운동가들에게 폭력을 가하고 버스에 불을 지르는 사건이 일어나는데, 그곳에도 루이스가 있다. 그 다음에는 피의 일요일로 유명한 앨라배마 주 셀마 대행진의 현장에도, 마틴 루터 킹이 살해된 현장에도 아들 루이스가 있다. 이후에는 내게는 조금 낯선 Black Panther Party(흑표범당)의 일원이 된다.

캘리포니아 주의 오클랜드에서 흑인들을 경찰 폭력으로부터 지키겠다고 결성된 극좌파 무장 단체였다고 한다. 그러나 목적 달성을 위해 살인도 불사할 수 있다는 극단주의적인 사고에 동조할 수 없었던 루이스는 대학으로 돌아가 정치학을 전공한다. 그리고 정치판에 뛰어들어 흑인의 인권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된다.

아버지와 큰아들의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가던 시절에 둘째 아들은 인종차별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 전쟁터를 선택한다. 하지만 베트남전에서 둘째 찰리는 전사한다.

백악관에서 확실하게 입지를 다진 세실은 레이건 재임시 공식 만찬에 부부 초대를 받는다. 아내는 백악관 첫 나들이에 흥분하지만 세실은 갈등하기 시작한다. 대접하던 위치에서 대접받는 위치로 바뀐 그날, 자신은 파티의 구색 맞추기를 위해 불려나온 존재라는 걸 깨닫는다. 손님 중에 유일한 흑인 부부에게 관심을 보여준 이들은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마침내 세실은 아들 루이스의 가치관을 응원하기 위해 백악관을 나온다. 그리고 흑인 대통령이 당선되자 세실은 흑인의 권리 신장을 위해 애쓴 대통령들에게서 선물받은 넥타이와 넥타이핀을 착용하고, 백악관을 방문한다.

단편적인 영상들의 파노라마? 연대순으로 주요 사건들을 열거한 연대기? 역사 교과서? 시작부터 무거웠던 이 영화는 흑인 인권 운동사를 보여 주는 다큐처럼도 보이고, 흑인 대통령 취임 축하를 위해 만들어진 홍보 영화처럼도 보인 덕분에 끝까지 무게를 감당하며 시청할 수 있었다. 대통령과 영부인의 특징을 잘 살려낸 배우들 덕분에 아주 조금이지만 대통령 8명의 기질도, 흑인에 대한 그들의 생각이나 사고 변화도 엿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반면 “아직도 인종차별은 사라지지 않았다”던 최근 오바마의 연설을 이 영화 덕분에 생생하게 실감할 수 있어서 기분이 씁쓸했다.

남아공의 만델라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도 영화 속 텔레비전을 통해 보여 주는데, 고향을 찾은 세실이 아내에게 이렇게 말한다. “만델라는 27년 갇혀 있었지만, 남부 흑인은 200년이나 갇혀 있었어.“

니그로, 니거, 집에서 부리는 종을 의미하는 하우스 니거. 이 모두 인종차별적인 호칭이자 욕이란다.

 
한편 실화의 주인공 유진 앨런(1919~2010)은 백악관에서 34년간 웨이터와 집사로 일했으며 1986년 은퇴했다. 그는 버지니아 주에서 태어났고, 백인만 출입할 수 있는 휴양지와 컨트리 클럽에서 웨이터로 수년간 일했다. 1952년 식료품 저장실 관리인으로 백악관에 취직했으며 몇 년 뒤에는 집사가 되었다. 1963년 앨런은 특히 케네디 대통령의 죽음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아들의 회고에 의하면 “아버지는 그날 늦게 귀가하셨다. 그러나 다음날에도 어김없이 출근 준비를 하셨는데, 복도에서 벽에 부딪치며 넘어진 뒤 울기 시작하셨다. 난생 처음 아버지가 우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장례식에 초대를 받았지만, 백악관에 남아 리셉션 준비를 했다. “장례식에서 돌아온 사람들을 돌볼 사람이 있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1981년 로널드 레이건 시절에 그는 집사로서 가장 높은 직책에 올랐으며 아내와 함께 공식 만찬에 초청을 받았다. 1986년 은퇴했으며, 2008년 대선에서 부부는 오바마에게 표를 찍기로 했지만 선거 전날 아내가 죽는다. 아내와는 65년간 해로했으며, 찰스 앨런이라는 아들이 있다. 유진은 2010년 신부전증으로 사망했다.

그는 2008년 워싱턴 포스트지에 실린 "A Butler Well Served by This Election"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인해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앨런이 섬긴 역대 대통령들의 인격과 인종 정책 변화의 맥락에서 그의 삶을 조명하면서, 오바마에게 표를 찍으려 했지만 그 전날 부인이 죽었다는 기사의 영향은 즉각 나타났다. 다큐멘터리가 제작되었고, 영화까지 만들어졌다. 하지만 영화 속 주인공과 실제 인물의 삶은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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