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현실, 그 너머를 보는 힘

로널드 롤하이저 지음 / 이지혜 옮김 / 포이에마 펴냄

 
‘손에 쥘 수 있는 것은 가져봐야 소용없다는 현실에 괴로워하면서, 여기 이생에서는 모든 것이 미완성 교향곡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는 칼 라너의 말로 저자는 이 책을 시작하고, 자주 이 글을 인용한다. 미완성 교향곡이라는 말이야말로 불안감, 불만족, 백일몽, 외로움을 극복하는 처방이라는 것이다. 왜?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기 때문이다. 현세에서 충족되지 않는 모든 갈망은 성령의 열매를 위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모든 생명과 에로스, 그리고 에너지는 사랑, 기쁨, 평화, 인내, 양선, 신실, 충성, 온유, 순결이 가져다 주는 연합을 갈망한다는 것이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믿음을 갖는다는 건 무한한 지평선을 배경으로 만물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믿음은 하나님이 계시며 그분이 우리를 돌보고 계시다는 확실성 여부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믿음은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믿음은 우리의 시력을 바꾸어 삶의 현실과 그 가운데 있는 모든 것(일과 관계, 가족, 사랑, 성, 갈망, 신실, 실패, 죄, 고통, 죽음)을 취해 영원과 무한의 지평선에서 바라보게 한다.... 플라톤은 이것을 “신성을 관상하는 것”이라고 했고, 전통 종교에서는 “일상에 깃든 하나님의 손길”이라고 했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일상의 사건에 초점을 맞추어 하나님의 영원하고도 무한한 관점에서 그런 사건들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고자 한다.

또한 저자는 이 책의 언어와 문체가 단순하고 직접적이라고 말한다. ‘지나친 단순화에 빠지지 않고 단순하게 글을 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감상벽에 빠지지 않고 감정을 유지하는 것, 지나친 감상주의에 빠지지 않고 경건을 표현하는 것, 근본주의에 빠지지 않고 경계선을 강조하는 것, 편협하지 않으면서 조화를 이루는 것, 불건전한 교파주의를 지양하면서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것, 과시욕에 빠지지 않고 인격적인 사람이 되는 것,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과거의 교리를 재탕하지 않으면서 신앙과 기독교 전통을 이야기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 책에서 시도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창조주의 시선으로 세상 접하기 / 여러 방식으로 함께 계신 하나님 / 외로움과 갈망과 성 / 일상을 지탱해 주는 성찬 / 윤리적 동행과 섹스 / 인간의 유한성, 죽음과 부활 / 사회 정의로의 부르심 / 겸손으로의 부르심 / 구조와 정신, 분노와 슬픔, 남성과 여성 / 인간의 이해를 뛰어넘는 사랑 / 시인과 상상력, 모국어와 종교 / 삶 가운데 예배하기, 총 13장에 걸쳐 풀어낸 이야기들을 저자는 책의 말미에 시 한 편으로 집약해 놓았다.

'슬퍼하라. 내 백성이여, 슬퍼하라. 제대로 슬퍼하지 않는 사람은 남을 비난하고, 자기혐오와 불만과 쓴 뿌리의 희생양이 되고 말 것이다.

당신 인생이 부족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기에 이생의 모든 교향악은 미완성으로 남는 것을, 눈물의 계곡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애통해하라.

사랑하는 사람들을 실망시킬 수밖에 없고, 당신도 그들에게 실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애통해하라.

누군가를 오랫동안 사랑하거나 그와 함께 살면 그 사람에게 큰 상처를 줄 수밖에 없으니 애통해하라.

당신이 원하는 선한 일은 하지 못하고, 피하고 싶은 일만 하게 되니, 애통해하라. 당신의 세례복에 남은 얼룩을 슬퍼하라.

당신은 엉뚱한 일을 하느라 이생에서 놓쳐버린 모든 일을 애통해하라.

당신의 불안한 마음을 슬퍼하라. 배우자도, 가족도, 친구도 당신이 외로움을 해결해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애통해하라.

당신이 남들과 너무 달라서 그들을 짜증나게 하고 그들의 화를 돋우며 그들도 당신을 불쾌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애통해하라.

당신에게 감사가 부족한 것을 애통해하라. 그래서 당신은 가장 소중한 것마저 너무나 당연시하고, 선물로 받은 것을 당신 소유로 주장하니 애통해하라. 가장 많이 신세 진 자가 기부를 가장 힘들어하니 애통해하라.

기도가 부족한 것을 애통해하라. 딴 데 정신 파는 무한한 능력을 슬퍼하라. 마음이 괴롭고 두통이 와도 하나님만 쏙 빼놓고 온갖 딴 생각을 하는 당신을 보며 애통해하라.

소망이 부족한 것을 애통해하라. 당신 안에서 십자가에 못 박힌 모든 생명을 애통해하라. 그분 말씀을 듣지 못해서 발걸음에서 활기가 사라지고, 눈에서 빛이 사라지며, 마음에서 기대가 사라지는 것을 애통해하라. 당신이 더 이상 부활을 믿지 않는 것을 애통해하라!'

로널드 롤하이저는 헨리 나우웬 이후 대표적인 영성 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조직신학 분야의 전문가로 캐나다 서스캐처원 대학교와 토마스 모어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기독교 영성이란 무엇인지, 믿음의 사람들이 절대 타협해서는 안 되는 것은 무엇인지, 예리한 지성과 온화한 감성으로 이해하기 쉽게 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오블라띠 수도회 캐나다 지역에서 사역하고 있으며 ‘가톨릭 헤럴드’ 등 여러 영성 저널의 고정 칼럼을 통해 크리스천의 일상에 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저서로 『성과 성의 영성』, 『영성을 찾아서』, 『내 안에 쉬게 하리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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