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식 지음 / 이순화 그림 / 위즈덤하우스 펴냄

 
이 책의 프롤로그 ‘그만둘 수 없으니 사랑이다’는 이렇게 시작된다.

‘어느 날 갑자기 아내에게 희귀 난치병이 들이닥쳤다. 사지마비라는 극한 상태까지 몰려 머리를 빼고는 손가락 하나도 꿈틀대지 못하는 채로 폐 한쪽, 눈 한 쪽을 모두 잃었다. 대소변 신경이 마비된 채로 남자인 내게 몸을 맡기고 부끄러움만 상실하지 못한 채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며 살고 있다. 아내의 병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래도 천만다행으로 좋은 의사 선생님을 만나고, 멋진 방송국, 선한 이웃들을 만난 탓에 사경을 향해 질주하던 숨 가쁜 진행을 가까스로 멈추고 이제 아내는 숟가락을 들 만큼 한쪽 팔을 회복했다.’

이 책은 아내를 살리기 위해 직장도, 재산도, 자식 양육도, 대인 관계도, 명예도 어쩔 수 없이 내려놓고, 오로지 간병에만 매달려야 했던 저자가 써내려간 6년 동안의 일기 모음이다. 방송과 활자 매체들을 통해 여러 번 장안의 화제를 모았던 김재식, 안정숙 부부의 사랑 이야기이며, 기도하고, 위로하고, 응원하고, 도움 주었던 선한 이웃들에 대한 감사의 글이기도 하다.

저자는 1960년생으로 1988년에 아내와 결혼했다. 유럽과 국내 공동체를 탐방하며 공동체적 삶을 지향했지만, 결혼한 지 20년 되던 해에 아내가 희귀난치병인 다발성 경화증에 걸려 지금까지 길고 긴 터널과도 같은 간병 생활을 해오고 있다.

(본문 중에서)

‘함부로 한쪽 편을 들거나 험담을 하는 것은 소중한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어설픈 충고나 외면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그랬듯 포기하지 않는다면 절망의 끝에는 희망이 기다리고 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순간에도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누군가 다가와 팔이 되어 주고 다리가 되어 주고 정신적 기둥이 되어 준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했지만 똑같이 대하는 것이 사랑의 공평함은 결코 아니다. 사랑이 공평하다는 건 누구라도 그 사랑에서 소외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생김새가 다르고, 성격이 다르고, 능력이 다른 아이를 같은 자식이라는 이유로 똑같이 대한다는 건 오히려 차별이 될 수 있다. 부족한 아이에게 사랑을 좀 더 주는 건 불공평함이 아니라 공평함을 찾아 주는 것이다.’

‘의미가 있다고 매달리던 숱한 일들 중에는 안 해도 별 문제가 없는 것들이 많다. 의미란 삶의 진행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데 우리가 관성대로 살다 보니 낡은 의미를 버리지 못하고 새로운 의미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비가 올 때 필요한 것은 우산만이 아니다. 바람이 거세게 불거나 비가 누워서 오면 우산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때는 그저 곁에서 함께 비를 맞아 주는 사람만이 힘이 된다. 그것은 그만둘 수 없는 사랑에 빠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들에게 가장 좋은 날은 언제일까? 이미 지난 어느 날일까? 아님 아직 오지 않은 날일까? 당연히 우리 생애 최고의 날도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일 것이다. 어떤 날이 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 아니다. 이런 생각을 통해서 오늘이 좀 모자라고 힘들더라도 참고 버텨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미 지난 날 중에 가장 좋은 날이 있다면, 우린 기껏 추억이나 되풀이하면서 남은 인생을 회한 속에 살아야 한다.’

‘모든 풍경은 일생에 단 한 번뿐이다.’

‘사람은 하루하루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 절망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이제까지 살아온 날에 하루씩을 공짜로 선물 받는 축복의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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