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 앨봄 지음 / arte 펴냄

 
'신비한 물건인 전화는 우리 손바닥에 딱 맞는, 세계를 향한 신호등이다... 전화와 함께 도래한 모든 마법적 순간에도 불구하고 전화는 새로운 슬픔을 가져왔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전화로 듣지 못하는 목소리를 그리워한다. 전화기를 귀에 대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었던 소통에 굶주려 한다. 우리는 “안녕, 나야”라는 문장을 갈망한다.’ 이런 갈망에서 이 소설이 탄생했다면서 저자는 동시에 경고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휴대전화 가입자는 70억 명에 이른다. 그러나 여러 면에서 이전보다 더 연결이 되지 않는 시대를 살아간다. 우리는 직접 찾아가는 대신 컴퓨터를 이용한다. 전화 대신 이메일을 보낸다. 이메일 대신 문자를 날린다. 말은 시간을 너무 잡아먹기 때문에 말 대신 다른 수단을 선택한다.’ 저자는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소중히 여기고 귀를 기울이라고 조언한다.

중년의 여인이 전화를 받는다. 이미 사망한 그녀의 자매가 천국에서 전화를 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터에서 죽은 아들의 전화를 경찰관이 받는다. 역시 천국에서의 전화이다.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았으며 죽는 순간까지 속을 썩였던 인부의 전화를 건설업자가 받는다. 딸이 어머니의 전화를 받는다. 금요일에 천국에서 걸려온다.

인구가 5천 명밖에 되지 않는, 미시간 주 콜드워터라는 가상의 작은 마을에서 여러 사람들이 천국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는다. 전화를 받은 사람이나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이나 반응은 제각각이다.

한 여인이 교회에서 공개 발언을 함으로써 이 기적은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관심을 가진 한  방송사에 의해 기적 이야기는 ‘워프(초광속 기술)의 속도’로 세상으로 퍼져나간다. 사람들이 몰려온다. 천국 전화가 걸려 왔다는 삼성 플립 폰이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전화가 걸려온 집 주변의 주택들이 팔려 나간다. 돈을 벌려는 이들이 모여 든다. 순례자들이 몰려오고, 가톨릭에서는 진위를 가리기 위해 주교가 온다. 전화 받은 여인을 만나 천국을 거듭 확인한 불치의 환자가 다음날 갑자기 죽고, 한 소녀가 거짓말을 했다고 실토하면서 기적을 믿지 않는 이들, 무신론자들까지 몰려와 시위를 벌인다. 종교적 빅 이슈에 대해 미국이 보여 주는 온갖 모습들을 저자는 작은 도시에서 집약해 보여 준다. 광신, 맹신에서 불신까지 믿음의 갖가지 행태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한주일씩 이야기를 키워가면서 그 서두마다 전화 발명에 관련된 역사 이야기도 들려 준다.

한편 억울한 사고 때문에 10개월간 교도소에 갇혀 있었고 아내마저 잃은 전 공군조종사 설리는 아들 줄스가 죽은 엄마와 통화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분노한다. 천국에서 전화가 걸려왔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 그는 그 진상을 밝히려고 온 힘을 모은다.

드디어 전화 받은 사실을 처음 공개했던 여인은  천국의 언니에게 부탁해 전화 통화를 만천하에 공개해 천국을 입증하기로 결심한다. 소설의 클라이맥스이다. 그 전날에는 폭설이 내리지만, 사람들의 관심과 발길을 끊을 수는 없다.

‘옛날에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사자(使者)들은 산을 몇 개씩 넘었다. 며칠씩 말을 탔다. 심지어 가장 경이로운 사건도 입에서 귀로, 다시 또 다시 전해져야 했다. 이제 우리는 세상에 사는 70억 명의 사람들이 함께 캠프파이어를 지켜보는 모습을 본다. 그리고 전화가 처음 발명되었을 때 마술처럼 보였듯이 지금도 정보들을 기록, 전달, 편집하는 기술은 상상초월의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천국에서 걸려오는 전화의 목소리도 조작 가능할까?

‘우리는 소리를 낸다. 그리고 대답을 듣는다. 믿음이 처음 시작되는 순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그렇다. 천국은 항상 그리고 영원히 우리 곁에 있고 기억이 남아 있는 동안은 누구도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다. 소설이 천국의 실재를 입증했다는 결론을 내든 아니든 중요치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어차피 세상 사람들은 나뉘게 마련이다.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으로.

‘모든 인생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있다. 당신이 살아가는 이야기, 그리고 다른 사람이 말하는 이야기.’ 천국은 믿음과 사랑과 소망을 간직한 이들의 것 아니던가. 소설에서 끝없이 반복되는 구절이 있다.  ‘끝이 끝이 아니에요.’ 천국만이 아니라 사랑에도 마침표는 없다.

미치 앨봄(Mitch Albom)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에미상을 수상한 방송인이며 인기 칼럼니스트이다. 브랜다이스 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 졸업 후 뮤지션을 꿈꾸며 미국과 유럽에 있는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다가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작품마다 고난과 역경 속에서 삶의 의미를 깨달아 가는 평범한 이웃들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려내, 각종 언론으로부터 ‘삶과 죽음을 끌어안는 최고의 휴머니스트’라는 평가를 받았다. 젊은 시절 스포츠 칼럼니스트로 데뷔한 이후, 라디오와 ABC TV 등 여러 방송 매체에서 진행자로서 두각을 나타내던 중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주인공 모리 슈워츠 교수와의 만남을 계기로 세속적인 성공만 추구하던 삶에 변화를 겪게 됐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단 하루만 더』 등 그의 대표작은 42개 언어로 출간되어 수많은 독자에게 용기와 희망을 안겨 주었다. 그는 현재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에서 아내 제닌과 함께 자선 단체 〈Dream Fund〉, 〈A Time To Help〉, 〈S.A.Y Detroit〉를 운영하면서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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