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학교에 다닌 나는 좋은 역사 선생님 만난 것을 평생토록 행복하게 생각한다. 6.25 동란 직후인 중학생 때 동양사를 배웠는데, 모든 학생들이 그 시간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키는 작았지만 음성은 우렁차고 음악적이었다. 얼굴보다 안경이 더 커서 그것만으로도 폭소가 터져 나왔다. 그런데 역사 시간이 아니라 이야기 시간이었다. 그냥 싱거운 이야기가 아니라 한 편 한 편이 드라마틱했다. 역사(history)는 결국 이야기(story)라는 뜻이다. 아무튼 우등생이건 낙제 후보생이건 모두 그 선생님의 역사 이야기에 흠뻑 빨려 들었다.

그 가운데 진시황 이야기도 있었다. 원교근공 외교정책, 분서갱유 탄압정책, 아방궁 건축, 만리장성 쌓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불로초 이야기가 있었다. 어떻게 하면 늙지 않고 오래 살아서 나라를 다스릴 수 있을까. 그것이 진시황의 최대 숙원사항이었다. 그러던 차에 동방 나라에 가면 ‘불로초’가 있어서 사람을 늙지 않게 만든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너무 좋아서 펄쩍펄쩍 뛰었다. 그리고 당장 동남동녀 300명을 보냈다던가. 그런데 그 동방이 바로 고려 곧 우리 선조들의 나라라는 것. 그래서 불로초는 ‘고려 인삼’이라는 거였다. 와아... 그 대목에서 우리 반 학생들은 일제히 탄성을 질렀다.

늙는다는 것은 비극이다. 12살 조로증 아이가 80대의 주름투성이 노인의 얼굴을 하고 있는 사진을 보고서도 늙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글쓴이 자신이 늙어보니 그런 걸 절절히 체험한다. 지금부터 30년 후면 노년층이 전 인구의 몇 퍼센트나 늘어나게 된다는 통계, 따라서 직업을 가진 젊은이의 부담액이 얼마로 많아진다는 보도가 우리 늙은이들을 심히 슬프게 만든다. 그래서 정말 불로초가 어서 속히 나왔으면 만세, 만세, 만만세일 것만 같다. 게다가 젊어지는 샘물이 나와서 나도 30대로 다시 젊어지면 목회 한 번 시원하고 멋지게 해볼 수 있겠다.

그러나 진시황도 결국 50대를 넘기지 못했다. 지금도 북경 근교에 있는 진시황의 무덤을 가보면 그 엄청난 규모와 정교함 그리고 생매장의 잔인함에 놀라기도 하고 몸서리가 쳐진다. 그런데 그도 별 수 없이 늙어서 죽었다. 불로장생의 약효를 가진 생약을 끝내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시황이 예수님의 전도를 받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며 콧방귀를 뀌었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는‘영원한 생명’에 심히 목말라 있었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는 에덴동산 한가운데 있는‘생명나무’(창 2:9)가 바로 진시황이 그토록 애타게 찾던 불로초라고 소개하셨을 것 같다. 게다가 그 생명나무가 바로 예수님 자신이어서 예수님의 살과 피를 마시는 사람마다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될 것(요 6:54-55)이라 가르치셨으리라.

그래서 하는 말이 무엇인가. 알고 보니 불로초는 바로 성경에 있었다는 결론이다. 실로 불로초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니, 불로초이신 예수님을 만난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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