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에 수원 전철역 앞에서 지하도를 건너면 시외 버스 터미널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북서쪽으로 육교를 지나 쭈욱 가면 서울 농대를 만납니다. 우리 사무실은 육교를 건너 오른쪽에 있었습니다. 그 일대가 서둔동이었다고 기억합니다.

우리 식구는 그 당시에 수원에서 제일 크다는 “기장” 소속의 교회에 출입하였습니다. 그 교회를 출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예배 중에 장로 투표가 있다 하여 누가 누군지 모르기에 그냥 손이 가는대로 기표하였습니다. 바로 그 자리에서 개표하고 당락을 발표하는데, 갑자기 앞에서 고함 소리가 들렸습니다. 누군가가 투개표에 부정이 있었다고 항의하는 것 같았습니다.

구경 중에 제일 흥미진진한 것은 싸움 구경 아니겠습니까? 치고 받는 싸움보다는 말다툼하는 것을 보는 것이 더 재미있지 않습니까? 흥미롭게 보고 있는데 옆에서 가자는 바람에 아쉽게도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다음 주에 예배에 참석해 보니 조용했습니다.

그 교회 목사님은 정치에 극히 민감해서 대언의 말씀들이 늘 정치에 대한 것이었으며 늘 흥분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부담스러워 그 교회를 떠났습니다. “기장”은 “예장” 보다 진보적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무조건 집권당을 반대하고 있었습니다. 즉 반정부적인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아직도 나는 “기장”의 교리를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다만 정치적이라는 사실만 인지하고 있습니다.

다음에는 “예장”에 속한 개척교회로 옮겼습 니다. 이곳에서는 개척에 많은 돈이 필요한지, 돈 이야기를 너무 자주 들었습니다. 두 교회에서 “예수를 믿으면 구원을 얻고 구원 얻은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는 먼 나라의 이야기인 듯하였습니다.

미국에서는 판사도 선출직이라서 같은 주의 어느 곳에서는 공화당의 당적을 가진 판사들이 있고 다른 지 역에서는 민주당의 당적을 갖고 있는 판사들이 있습니다. 하나의 법 조문을 갖고 정치적 이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미국의 현실인데. 내 뜻과 다르다고 매번 흥분을 토로할 수는 없는 것 아닐까요?

시외버스 터미널 주위에는 식당도 많고 다방도 많았습니다. 그 중에 직장 동료들과 함께 회식이나 식사차 방문했던 단골 식당이 있었습니다. 그 식당 주인이 가끔 우리를 초대했습니다. 토요일 오후 1시에 신랑 또는 신부의 피로연이 있으니 신랑 하객 또는 신부 하객으로 와서 식사하라고 말입니다. 우리들은 기꺼이 참석하여 피로연 자리를 빛내 주었습니다. 식단은 대부분 잔치 국수였습니다. 거저 먹으니 맛도 좋았습니다.

단골 다방도 생겨서 직원들은 자주 들르곤 했습니다. 일단의 젊은이들이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다방의 한 곳을 점령하고 있는 광경을 자주 보았습니다. 버스 터미널 근처여서 소위 깍두기들이 모여 있는가 하여 다방 주인에게 물어 보니 헐, 목사들이라고 했습니다. 궁금하지 않습니까? 교회에 있거나 교인들 심방에 분주할 시간에 다방에 모여 있다니 말입니다.

궁금하시죠? 교회를 사고 팔기 위하여 모여 있다고 했습니다. 듣느니 처음이었습니다. 다방 주인이 건네 주는 정보지에는 교회 매물 내용이 나열되어 있었습니다. 매물의 소재, 교인수, 자가 또는 전세일 경우 전세금 규모, 월 헌금 규모, 좌석수, 평수, 시설, 앞으로의 전망, 매도 조건, 그리고 매도 가격 등에 관한 정보였습니다. 교회를 교단의 통제 없이 임의로 사고 팔수 있는 것 같았습니다. 개교회주의라고 하던데 맞습니까?

PCUSA에서 동성애가 죄라고 규정한 성경 말씀을 버리고 결혼의 정의를 바꾸어, 죄를 죄가 아닌 것처럼 만들었습니다. 이 문제는 개인이 갖고 있는 성 정체성의 문제와는 아주 다른 것입니다. 지금『Unshockable Love』 (John Burke 목사 지음)라는 옴니버스 타입의 책을 읽고 있는데, 어느 레즈비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주일 예배를 드리는데 불쑥 레즈비언 커플이 들어와 맨 앞에 앉아 예배 내내 손을 잡고 다정하게 서로를 쳐다보더랍니다. 예배에 참석했던 사람들 모두가 그 광경을 보았으나 전혀 내색을 않고 자연스럽게 대했다고 합니다. 목사는 성도들에게 그들을 위한 특별 기도 요청을 했으며, 친절하고 격의 없이 그들을 대했더니 결국 그들은 잘못된 행동을 반성하고 그릇된 성 정체성에서 벗어났다고 합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자비하심 안에서 구원을 받았던 것입니다. “믿음은 들음에서 나고 그 들음은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하나님은 당신의 자녀를 미리 아시고, 예정하시고, 택하신다고 성경에서 읽었습니다. 함부로 그들을 정죄하고 경원시해서는 안 되는 줄 압니다. 그러나 교단의 행위는 개인의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결정되는 것들은 교리화되기 때문입니다. 믿음의 행위에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교단과 믿음을 함께할 수 없다면서 그 교단 소속의 많은 교회들이 탈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교회 재산 문제가 크게 걸림돌이 된다고 뉴스는 전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CUSA를 탈퇴하는 용기있는 교회들도 있습니다. 예수님을 의지하고 말씀을 지키려는 참다운 교회들인 것 같습니다. 교단의 터무니없는 정책에 따라 한 푼 없는 거지가 될 수도 있는 것이 자명한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믿음으로 도전하는 교회들이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기사를 읽었습니다.

'PCUSA에 소속되어 있었던 새크라멘토 시온장로교회가 PCUSA의 동성결혼 정책과 자유주의화에 반대하며 모든 재산을 포기하고 교단에서 탈퇴할 것을 결의했다. 시온장로교회는 지난 8월 30일, 공동의회를 개최했으며, 참석교인 103명 중 100명이 재산을 포기하고 교단에서 탈퇴하는 데 동의했다. 이로써 시온장로교회는 본당 건물과 EM 예배당, 그리고 5개의 부속 건물 등 최소 300만 달러 이상의 재산을 포기해야 한다.

PCUSA를 탈퇴하는 교회들이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바로 재산인데, 이 교단에 소속된 모든 교회는 소유한 재산을 교단에 신탁해야 하기 때문에, 교단을 탈퇴할 경우 재산은 교단에 귀속되며 노회가 처분권을 가진다. 노회에 따라서는 “은혜로운 결별 정책(GDP)”을 만들어서 신자 절대 다수 찬성, 선교 분담금 납부 등 몇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면, 재산을 포기하지 않고도 교단을 탈퇴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새크라멘토 시온장로교회가 속한 새크라멘토 노회는, 지난 5월 정기노회에서 재산을 유지하는 상태로는 교단을 탈퇴할 수 없도록 했다. 동성결혼 문제로 PCUSA를 탈퇴하려는 교회들이 늘어나자, 일부 노회들이 GDP를 수정하고 있는데, 새크라멘토 노회는 GDP를 가장 엄격하게 개정했다. 교회 입장에서는 성도들의 헌금으로 구입한 교회 건물을 임대해서 월세를 지불하며 사용하든지, 일시불 혹은 월부로 다시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종교다원주의와 자유주의 물결이 거세어져 성경 말씀을 버리고 결혼의 정의를 바꾸어, 죄를 죄가 아닌 것처럼 결정한 교단과 믿음을 함께할 수 없다”면서, 이철훈 목사는 “눈물과 땀으로 지은 교회 건물과 교회 재산을 빼앗기더라도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고 타협하지 않겠다고 한 교인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청년들과 EM, 자녀들까지 300명의 교인들을 데리고 어디로 가야 할지 아직 모르지만 우리는 배에서 나와서 물 위를 걷는 교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공동의회 투표 결과를 노회에 보고할 예정이며 노회와의 조정 절차를 거쳐 타 교단으로 이전하게 된다. 이 목사는 현재 ECO(복음주의언약장로회) 가입을 당회 차원에서 논의했다고 밝혔다.'

제가 다니는 교회에서도 11월 8일 주일 예배 후에 당회의 공식 발표가 있었습 니다. 만장일치로 PCUSA 를 탈퇴하고 ECO 가입을 결정하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울러 절차대로 모든 일이 마무리될 때까지 개인의 의견들을 자제해 달라는 첨언도 있었습니다. 새로운 교회 건물을 짓고 있으며 아울러 기존 건물은 이미 매각절차가 마무리되어 지금 건물은 이사하기 전까지 임시로 빌려 쓰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용기를 갖고 커다란 용단을 내린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풍성하게 축복을 내려 주실 것을 믿습니다.

요즘 14번째로 외우고 있는 찬송가가 “어려운 일 당할 때”입니다. 목사님께서 당회의 결정 내용을 공표할 때 그 찬송가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어려운 일 당할 때 나의 믿음 적으나, 의지하는 내 주를 더욱 의지합니다. / 성령께서 내 맘에 밝히 비춰 주시네, 인도하심 따라서 주만 의지합니다. / 밝을 때에 노래며 어둘 때에 기도와, 위태할 때 도움을 주께 간구합니다. / 생명 있을 동안에 예수 의지합니다, 천국 올라가도록 의지할 것 뿐일세. / (후렴) 세월 지나갈수록 의지할 것뿐일세, 아무 일을 만나도 예수 의지합니다."

저작권자 © 크리스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