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저널
> 선교·목회 > 선교사열전
셔우드 홀 (63)
길원필 목사  |  roadwon9@hotmail.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5.11.25  05:34:28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코리아 만세!

셔우드 가족이 부산에 도착해보니 일본행 연락선이 떠나려면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다. 셔우드 가족은 이 사실이 기뻤다. 그들은 남은 시간을 이용하여 조선을 떠나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부산을 눈에 담아 두기로 했다.

아이들은 셔우드 부부는 1926년 4월, 부산에 도착했을 때 환영을 받았던 벚나무가 만발한 해변 공원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자주  들려 주었다. 기차 여행에 시달린 아이들을 그곳에 데리고 가서 잠시 뛰놀게 하고 셔우드와 메리안도 머리를 식힐 생각이었다.

11월의 공원은 쓸쓸했다. 셔우드와 메리안의 기억에 새겨져 있는 찬란한 아름다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외롭고 우중충해 보였다.

메리안과 셔우드는 공원 벤치에 앉았다. 윌리엄도 합석했다. 조와 필리스는 즐겁게 뛰놀았다. 셔우드와 메리안은 깊은 시름에 잠겼다. 열세 살이었던 윌리엄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눈치 챘다. 윌리엄은 동생들보다 정신적인 타격이 컸다. 사실 셔우드 가족 모두는 정신적으로 고통 받고 있었다.

메리안은 여러 가지 지난 일들을 조용히 되새기고 있는 듯했다. 셔우드는 태어나고 소년기를 보낸 16년간 조선에서 즐거웠던 일들이 떠올랐다. 의사인 아내를 데리고 조선에 도착했던 날의 새벽도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갔다. 지난 14년 6개월 동안, 셔우드 부부는 함께 선교사가 된 후 많은 어려움을 이겼고 신앙 생활은 충만했다. 이 나라에 대한 셔우드 부부의 애정은 각별했다. 셔우드 가족은 이 나라에서 인생을 시작했고 2대에 걸쳐 의사 부부 가족으로 봉사했다. 셔우드 부부는 조선 사람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38년 5월 7일, 해주에서 있었던 ‘4개의 기념식’이 떠올랐다. 그날의 감격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었다. 해주 의창학교는 칼 크리칫(Carl Critchit) 목사가 설립한 지 35주년을, 닥터 노튼(A. H. Norton)이 설립한 해주 구세병원은 30주년 기념일을 맞고 있었다. 메리안은 1928년 ‘어머니와 어린이 후생 클럽’을 시작했는데 그 창립 기념일 또한 같은 날이었다. 거기다 해주구세 결핵 요양원의 창설 10주년 기념일까지 겹쳤던 것이다.

셔우드는 메리안이 그 당시 <조선 선교계(Korea Mission Field)>에 기고했던 글을 되새기면서 메리안을 자랑스런 눈으로 바라보았다.

11년 전 남편과 나는 우리 집과 바다 사이에 있는 산길을 산책하고 있었다. 그때 우리는 발걸음을 멈추고 아름다운 경치에 감탄했다. 주위는 온통 논, 바다, 그리고 소나무 숲으로 덮인 산이었다. 그러나 남편은 이 산을 바라보면서 꿈을 꾸고 있었다. 그가 소년 시절부터 그려온 결핵 환자들의 요양원인 숙사들이 점점이 서있는 미래의 이곳 광경을 상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절망한 병자들이 입원하러 오는 모습을, 완쾌된 사람들이 새 희망을 가지고 요양원을 떠나는 광경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었다.

동화처럼 요술 막대기를 가진 요정이 나타나 우리가 바랐던 요양원을 이곳에 세워 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일 년 후 첫 번째 건물이 개관되었다. 이제 개관 10주년을 맞는 오늘, 감회 깊게 시작 당시의 그 어려웠던 상황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마치 신비한 힘에 의해 모든 게 이루어진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안다. 그것은 오로지 하나님께서 주신 ‘꿈’이었고, 그 꿈에 성실히 매달렸기에 하나님께서 이를 성취시켜주 셨다는 사실을. 우리가 어려울 때면 하나님께서는 친구들을 통해 도와 주셨다. 우리는 온갖 난관을 하나하나 극복해 나갔다. 이제 이곳은 절망에 빠졌던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얻는 장소가 되었다...

요양원 교회 뜰의 야외 집회소에서 예배가 있었다. 도지사와 사사끼 부지사의 축사 후 연희전문학교(Chosen Christian College)의 언더우드(H. H. Underwood) 박사가 설교를 했다. 다른 사람들은 축사에서 한결같이 요양원이 오래오래 번성하기를 기원했으나, 언더우드 박사는 그와 반대로 빨리 결핵을 퇴치하여 요양원이 필요없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축하 편지와 전보들도 많이 도착했다. 그 중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도 있었다.

‘친애하는 닥터 셔우드 홀, 선생님은 성스럽고 훌륭한 일을 시작하셨습니다. 오늘은 해주 결핵 요양원의 설립 10주년 기념일입니다. 요양원의 눈부신 발전은 선생님의 피와 땀의 결정입니다. 오늘날 결핵은 인류의 적임이 자명합니다. 그러나 10년 전만 해도 우리 조선 사람들은 그런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요양원을 설립하신 후에도 환자들이나 일반 대중이 결핵에 대한 지식이 모자라 병마와 싸우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선생님은 결핵에 걸려 깊은 절망에 빠졌던 많은 사람들을 치료하셨습니다. 선생님은 병을 고쳐 주셨을 뿐만 아니라 결핵예방운동을 시작하셨고 결핵퇴치협회의 지도자로 훌륭한 역할을 하셨습니다. 선생님께서 생애의 황금기를 이 사업을 위해 바치셨기에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의 사랑은 태산보다 높고 황해보다 깊습니다. 영광스런 10주년을 맞이하여 선생님으로부터 은혜를 입은 저희들은 감사한 마음을 금치 못합니다. 이제 저희의 마음을 표시하고자 작은 선물을 올립니다. 저희의 성의를 기억하는 뜻으로 이 선물을 받아 주시면 저희들은 최고의 영광으로 알겠습니다.’

이 편지의 끝에는 모든 환자들의 서명이 있었다.

‘고요한 아침의 땅’에 부부의 인생을 수놓은 지 22년, 그 동안은 문자 그대로 사건과 흥분의 연속이었다. 홀 부부에게 조선을 떠나는 것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었다. 셔우드와 메리안의 인생과 깊은 인연을 맺었던 모든 것들을 저버리고 떠나기란 참으로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셔우드 가족이 머문다면 셔우드 가족은 물론이고, 그들이 사랑하는 조선 친구들에게 더 큰 시련이 닥칠 것임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었다.

출발 시간이 가까워졌다. 셔우드는 상념에서 깨어나 아이들을 불렀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아름답게 수놓은 조선 국기를 꺼냈다. 해주에서의 환송연 때 조선 친구들이 기념품으로 셔우드 가족에게 준 것이었다. 셔우드는 태극기를 펼친 다음 나뭇가지에 걸었다. 셔우드 가족은 태극기 주위에 모여 섰다. 조선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축복을 기원할 때 “만세!”를 외친다. 이 말은 “1만 년을 사십시오!”라는 뜻이다.

셔우드 가족 다섯 명 중 네 명은 모두 조선에서 태어났다. 메리안도 생애의 전성기를 조선에 바쳤다. 셔우드는 가족에게 조선의 국기인 태극기를 향해 마지막 인사를 하자고 했다. 셔우드 가족은 목소리를 높여 “만세!”를 외쳤다. 조선의 진정한 국기에게 “만세!”를. 셔우드는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종이에는 미니 해스킨즈(Minnie L. Haskins)의 아름다운 시(時) <연의 문(年의 門. Gate of the Year)>이 적혀 있었다. 셔우드 가족은 서로 손을 잡았다. 셔우드는 그가 낭송하면 가족들에게 따라 외우라고 했다.

나는 연의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에게 말했네.
빛을 주시오.
그래야 내가 미지의 세계로 안전히 걸어들어갈 수 있소.
그는 대답했네.
어둠에 들어가시오. 그리고 하나님의 손을 잡으시오.
그러는 것이 빛보다 나으며 안전할 것이오.

이렇게 작별의 “만세”를 외치며 셔우드 가족은 잊을 수 없는 그 공원과 한국을 떠났다. (끝)

길원필 목사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의와 공도의 나라 (창세기 18:1-33)
2
향기나는 인생(7)- 믿음으로 최상의 인생역전
3
스페인, 연쇄 차량 돌진 테러로 14명 숨져
4
강균성 초청 2017 밀알의 밤
5
우리가 정직을 요구하는 이유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5235 N. Elston Ave., Chicago, IL. 60630  |  Tel: (773)777-7779  |  Fax: (773)777-0004  |  청소년보호책임자 : SAMUEL D PARK
Copyright © 2013 The Korean Christian Journal. All rights reserved. mail to kcj@kcj777.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