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름 그륀 지음 / 오래된미래 펴냄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나이는 저절로 든다. 그러나 얼마나 잘 늙는가는 또 다른 문제다... 잘 늙는 방법은 배워야만 알 수 있다.’라고 책의 서두를 뗀 저자는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늙기 시작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날은 점점 줄어든다. 즉 평생을 두고 늙는 것이다. 그러나 이 늙음은 기우는 것이 아니라 성숙의 과정이다’라는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을 인용한다. 『노년의 기술』은 늙어가면서 누구나 생각하게 되는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 노년을 맞은 사람들이 던진 질문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적은 책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목차의 큰 제목과 소제목들만 훑어도 내용이 요약되고 도전을 받게 된다.

‘시간 : 시간을 친구처럼 느껴라 / 온전히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 / 진정으로 열렬하게 살았는가 / 늙는 것을 즐겨라 / 이상을 포기하면 영혼이 늙는다 / 늙는다는 것은 새로 시작한다는 뜻 / 아이의 영혼 간직하기 / 느림을 허용하라 / 늙는다는 것은 변화한다는 것 / 내 나이만큼 늙었을 뿐’

‘깨어남 : 아직 깨어나지 않은 삶 / 중년의 위기는 기회다 / 나는 누구인가 / 누구나 다르게 늙어간다 / 놓아야 할 때 / 축복을 주는 존재 / 노년은 치유의 시기 / 내면의 빛을 찾아서 /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라 / 진실하게, 조화롭게 /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는가 / 영혼이 배어나오는 얼굴 / 건강은 선물일 뿐 / 노인들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 한계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기 / 침묵할 수 있는 능력 / 치매도 은혜일 수 있다’

‘도전 : 노년은 도전의 시간이다 / 나를 나이게 하는 것은 / 노인은 사회 교량 역할을 한다 / 당신은 자녀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 아주 특별한 관계 / 지혜의 화신으로서의 마녀/ 멋진 은둔자가 되라’

‘사랑 : 노년의 사랑은 다르다 / 활기찬 삶에 대한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 /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라 / 생각만 해도 가슴 아픈 이별 / 더 원대한 책임 / 당신은 충분히 쓸모 있는 존재 / 외로움과 화해하기’

‘내려놓음 : 어떻게 존재하느냐 / 받아들이기와 놓아 보내기 / 의식적으로 의미 있게 살기 / 과거를 바꿀 수는 없으나 과거에 대한 생각은 바꿀 수 있다 / 지나간 실수와 상처 주위를 맴돌지 마라 / 내 삶의 흔적이 타인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 삶은 여전히 자라고 싶어 한다 / 우울증 속에서 지혜를 줍는 노인 / 복종이 아닌 존중 / 자신의 영혼과 교감하기 / 빈자리가 있어야 새것이 들어올 수 있다 / 옛 형식과 자유의 공존 / 노년에도 신뢰를 배울 수 있다’

‘화해 : 은혜의 시간 / 소중한 시간 / 알친 시간은 다이어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 나쁜 과거를 대하는 방법 / 이 순간에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 사는 것처럼 살기’

‘이별 : 마지막 이별을 위한 이별 연습 / 시간 속의 것을 축복하다 / 만일 생의 마지막 날들이 거북이걸음을 한다면’

늙음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는 시간을 아쉬워하고, 남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저자는 ‘시간의 경험’을 활용하라고 말한다. 시간의 유한함을 알기에 더욱 시간을 만끽할 수 있고, 감사와 성찰로 시간을 대할 수 있다.

또한 요즘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의학의 발달로 수명은 늘어나고, 장수와 건강을 누리는 노인들도 많아졌다. 그런데 저자는 늙고 병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섭리며, 언제까지나 건강을 유지할 수 없다고 말한다. 건강은 단지 선물일 뿐, 건강을 지키는 데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신이 우리에게 견디라고 하는 것을 견딜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외로움과 두려움 역시 죽음의 일부라고 말한다. 죽음의 문턱은 누구나 혼자 넘어야 한다. 또한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각자의 삶은 값진 것이라고 강조한다. 값진 삶을 확신하는 순간, 외로움과 두려움에서도 편안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안젤름 그륀 신부(1945년~ )는 신학, 철학, 경영학을 전공했으며, 베네딕트 수도회의 수도사로 뮌스터슈바르차흐 수도원의 재무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강연, 상담, 선교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으며, 『머물지 말고 흘러라』, 『인생을 이야기하다』, 『삶을 배우는 작은 학교』 등 300권의 저서를 출간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본문 중에서)

-감사하며 사는 사람은 시간 속에 살며 순간을 줄길 줄 안다. 그에게 시간은 게 눈 감추듯 빠르게 지나간다. 삶을 만끽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루하게 가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을 즐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유한성 또한 잘 알고 있다. 시간의 유한함을 알기 때문에 더욱 시간을 만끽할 수 있고 감사하는 마음과 성찰하는 마음으로 시간을 대할 수 있다.

-침묵 속에 자신을 내맡기는 것도 좋다. 명상의 고요 속에서는 시간이 멈춘다. 이렇게 시간의 한가운데 앉아 시간 안으로 파고 들어오는 영원의 존재를 느끼는 것도 좋다.

-진정으로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자기 자신도, 삶도 쉽게 놓지 못한다. 놓을 것도 없고 놓는다는 것 자체가 두렵다. 왜냐하면 놓아버리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음이 늙은 사람은 감동할 줄도 모르고 어떤 이상에도 냉담하며 자신을 능가하는 모든 것을 거부한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잃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이상이다. 곧 이상은 내적 젊음의 상징이다.

-노년은 이전 상태의 종료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느림을 느끼고 즐겨라. 기도는 오래 전부터 삶의 템포를 느리게 하는 데 기여했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일상의 한가운데 떠 있는 느림의 섬이었다.

-나이를 간직하라... 사람은 그의 신념만큼 젊어지고 희의만큼 늙는다. 그의 자신감의 높이만큼 젊어지고, 두려움의 키만큼 늙는다. 그의 희망만큼 젊고, 절망만큼 늙는다... 늙는다는 것은 석화하는 것이 아니라 쉬지 않고 변화하는 것이다. 본연의 것이 껍데기를 뚫고 내비치는 것이며 원래의 신의 모습 위에 덕지덕지 붙어 있던 부수적인 것들이 떨어지고 우리 안의 원형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자신의 진실을 대변하는 일은 때때로 아픔을 동반하지만 동시에 이 아픔이 치유로 작용한다. 자신 앞에 진실한 사람만이 성스럽고 온전해질 수 있다.

-노년에는 아무렇게나 살아서는 안 된다. 자기와 주변을 충분히 의식하며 살아야 한다. 이것은 단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노년을 잘 살아가는 모습은 타인에게도 축복이 된다. 노인으로서 해야 할 일은 뭔가 더 이루어내는 것이 아니라 진실한 모습으로 사는 것이다. 진실하게 사는 사람은 언제나 타인의 모범이 된다.

-아쉬움도 함께 받아들여야만 한다. 아쉬움을 충분히 느끼면서 옛 능력들과 헤어져야만 내 안에 새로이 자라나는 싹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아직 할 수 있는 일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침묵할 수 있는 능력, 그저 가만히 앉아서 창밖을 내다보며 아름다운 풍경을 관조하는 능력이 새로운 능력일 수도 있다... 노년의 과제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노환과 죽음을 맞을 마음의 준비를 미리미리 하고 그것이 닥쳤을 때 우리의 상태가 무능 그 자체일지라도 그것마저도 은혜일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치매에 걸린 인간은 무능 그 자체이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은혜일 수 있다.

-내가 한 일, 내가 산 삶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바로 이것이 내가 이룬 것이다. 내가 나에게로 온 것이다. 나는 나라는 목표 지점에 도달했고 나의 진짜 존재를 만났다. 이제 감사하는 마음으로 내 모습을 볼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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