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워싱턴의 인격과 신앙(3)

싸가지 있어! 싸가지 없어!

아름다움과 불편함! 지난 1월 30일, 중앙일보에서 주관한 오페라 ‘토스카’를 감상하고 난 뒤에 드는 느낌이었다. “서로 상반되는 느낌!” 감사하게도 어느 분이 입장권을 주셔서 관람할 수 있었다. 일 년 전 시카고 리릭 오페라의 토스카에 대한 추억이 떠오르며 토스카 오페라의 아름다움에 젖어들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음 한켠은 계속 불편하였다. 관객들 대부분이 한인이었는데, 공연 도중에 일부 예의 없는 관객들이 관람을 방해하는 거였다. 애절하고 가슴 아픈 아리아를 노래하고 있는데, 바로 앞에 앉은 여자분은 가방을 열고 물건을 집어넣으며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계속 냈다. 여기저기서 스마트 폰이나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 수시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었다. 특히 테데움 합창을 할 때에는 아는 분들이 조연으로 출연했는지, 많은 사람들이 학예발표장에 온 듯 사진을 찍었다. 공연 중에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도 있었다.

문화예술 공연에서의 예의범절은 반드시 배우고 익혀야 한다. 더불어 살아가기에 반드시 배워야 하는 것이 예의범절이다. 사실 벌거벗고 태어난 이후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배워야 하는 것은 정말로 많지 않은가? 그 중에 예의범절은 인간을 동물과 구분짓는 중요한 요소이고, 동양 유학의 네 가지[仁義禮智]가 없을 때 우리는 시쳇말로 “싸가지가 없다”고 한다.

외국인이 본 한국인의 시민의식 단위(%)

우리 한국인들 속에 있는 보편적인 시민사회의식은 어떨까? 비록 우리들이 미국에 산다 할지라도 우리들은 한국인의 무의식과 자라면서 형성된 한국인으로서의 의식 때문에 한국의 상황을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2002년 월드컵은 한국 역사에서 “친절, 질서, 청결”를 구호로 내걸고 문화시민의식을 변화시켰다. 그 결과 한국 사회는 시민의식이 꾸준히 향상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나 향상되었을까? 월드컵 개최 일 년 뒤, 2003년에 실시한 주한 외국인이 바라본 한국의 이미지에 관한 조사연구(한국교육개발원+해외홍보원, 2003.8, 예비분석자료)에 의하면 모든 척도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외국인은 50%를 넘는 경우가 없었다. 한국인의 문화시민의식을 그렇게 높게 평가하는 것이 아님을 시사한다.

품격 있는 예의와 행동을 실천한 조지 워싱턴

조지 워싱턴이 대통령 재임 시절에, 영국 대사의 부인 헨리에타 라이스톤(Henrietta Liston)은 조지 워싱턴의 품격있는 행동과 예의를 보고 경탄해 마지 않았다.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는 완벽한 인간이며, 사교예절에 관한 완벽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가 어디서 이것을 획득했는지 모르겠다. 단지 하늘만 알뿐이다”라고 하였다(Richard Brookhiser, Founding Father, Rediscovering George Washington, New York: The Free Press,1996. p.127). 토마스 제퍼슨, 존 애덤스, 벤자민 프랭클린 등은 유럽에서 살았던 적이 있어서 유럽식 예의를 몸소 경험했다. 반면 조지 워싱턴은 유럽 경험이 전혀 없었다. 영국식 상류사회 출신도 아니었다. 하지만 조지 워싱턴은 이미 50년 가까이 예의를 지녔으며, 이런 예법을 도덕적으로 실천했다.

그가 쓴 편지를 통해 이를 확인해 보자. 그는 스탈링 경(Lord Stirling)에게 보낸 1780년 3월 5일자 편지에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모본은 그것이 좋든 나쁘든, 강력한 영향을 미칩니다. 더우기 높은 직책의 장교들의 모본은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1787년 3월 31일자 제임스 매디슨(James Madison)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다음과 같이 썼다. “지켜지지 않는, 또는 일부분밖에 지켜지지 않는 법률이나 조례는 차라리 제정되지 않는 편이 나았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첫째, 그것은 무익하고, 둘째, 불평불만을 만들어 내거나 시기하도록 만들기 때문입니다.” 조지 워싱턴은 지도자의 행동과 진실성이 동료와 부하들에게 명료하게 전달되어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그가 『사교와 대화에서 예의 바르고 품위있게 행동하는 규칙』이라는 책의 내용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규칙 48은 다음과 같다: “다른 사람을 비난(질책)하고자 할 때 당신 스스로 비난받을 일이 없어야 한다. 모본을 보이는 것은 생각(관점)보다 훨씬 더 영향력이 있다.”

만약 조지 워싱턴이 인격적으로 진실한 사람이 아니거나 신실한 그리스도인이 아니었고, 행동과 예의에서 모범을 보이지 않았다면, 독립 전쟁 중에, 제헌의회 때에 그리고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할 때에 사람들이 그를 따르게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의 진실한 인격과 품격 있는 행동이 사람들을 따르게 한 것이다.

사교와 대화에서 예의 바르고 품위 있게 행동하는 규칙들

조지 워싱턴의 인격 형성과 품위 있는 행동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책인 『사교와 대화에서 예의바르고 품위있게 행동하는 규칙:Rules of Civility & Decent Behavior In Company and Conversation』은 1595년에 프랑스 예수회 성직자가 프랑스 귀족의 자제들에게 예의를 가르치고 훈육하려는 목적으로 규칙(rules) 110가지를 모아 편찬한 것이다. 1640년에 영어로 번역된 이 책은 예티켓에 관한 간결한 충고와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다. 조지 워싱턴은 12살 때에 이 행동 규칙을 성공회 신부인 제임스 메리에(James Marye)에게서 소개받고 배웠다. 또한 신부에게 수학, 라틴어, 도덕과 행동 규범을 배웠다. 조지는 이 행동 규범을 노트에 옮겨 적었고, 또 당시의 학생들처럼 외우고 몸에 익히도록 훈련받았다.

조지 워싱턴이 전심(全心)으로 에티켓을 습득하려고 노력했는지, 아니면 단순한 글쓰기 연습을 위해 베껴 쓴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그가 평생 이 규칙들을 습관화했으며, 성인기를 통틀어 사람들 앞에서 깔금하고 정돈된 예의를 보여 주었다는 것이다. ‘사교와 대화에서 예의 바르고 품위있게 행동하는 규칙들’을 평생 배우고 몸에 익히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조지 워싱턴은 모범적으로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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