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는 사스를 옮긴다는 새들 때문에 엄청난 공포가 되더니 얼마 전엔 메르스 때문에 커다란 낙타가 화제가 되었고 최근엔 작은 모기가 화제다.

브라질을 중심으로 한 남아메리카 대륙 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는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요물이요 소두증의 원흉으로 지목된 이집트 숲모기가 아메리카 대륙에 전해진 것은 문헌상 1650년 경이라고 한다.

사스나 메르스가 신종이라면 지카 바이러스는 꽤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저 옛날 노예선에 무임승선해서 선원들과 함께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오던 요사스런 녀석들은 오랜 항해로 인해 제 배가 고파지자 함께 탄 사람들의 몸에 그 요망한 부리를 꽂고 인정 사정 볼 것 없이 피를 빨아댔던 것이다. 사람들의 피로 그들이 배를 불리는 동안 배에 탄 사람들의 3분의 1은 돌림병에 걸려 속절없이 죽어가야만 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살던 나는 해마다 여름이 오면 더워서 문을 열어놓고 자야 했다. 그러면 방안으로 가득 모기가 몰려 들어온다. 그래서 방안에 천막처럼 커다란 모기장을 쳐놓고 식구들이 모두 그 안에서 잤다. 그때가 그립지만 모기가 그립지는 않다. 도리어 모기는 무섭다. 모기와 호랑이가 싸우면 모기가 이긴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는 것을 보면 모기가 여간 무서운 존재가 아니다. 저 옛날 다산 정약용도 늑대나 호랑이가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면서는 코를 골 수 있어도 모기가 웽하는 소리에는 기가 질려 간담이 서늘해진다고 했을 정도이니 더 말해 뭐하랴 싶다. 얼마나 괴로웠으면 ‘얄미운 모기(憎蚊)’라는 시(詩)까지 썼다고 한다.

이집트 숲모기의 힘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간단하게 큰 사건 셋만 예로 들어본다. 첫째, 위에서 잠깐 언급한 대로 노예선과 함께 상륙한 녀석들은 아메리카 대륙의 모든 항구를 삽시간에 초토화시켜 버렸다. 대번에 죽음의 항구도시로 만들어 버렸던 것이다. 둘째, 아이티에 상륙한 프랑스 군대 30,000명 중 대번에 24,000명을 죽음으로 몰아갔고, 그 중 6,000명만 쓸쓸히 귀국하게 한 대단한 힘을 가진 녀석들이었다. 셋째, 저 유명한 파나마 운하 공사를 중지시키는 위대한 힘을 발휘하기도 했다고 한다. 원 공사자인 프랑스인 페르디난드 드 레셉스 부부와 아들 딸 사위를 모두 죽음으로 몰아 넣은 것은 물론, 동원된 인부 3만여 명을 거의 다 죽게 했으니 정말 기가 막힌 힘이다. 파나마 운하 공사를 계속 진행한 미국도 모기 방재에 너무 많은 재정을 낭비한다는 국민들의 질타를 들었으니 가히 상상 이상의 강력한 힘을 지닌 녀석들이 아닌가 싶다.

다시 말해 유사 이래로 방재가 성공한 예가 없다는 것이다. 브라질이 모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국제보건기구가 비상사태를 선포했어도 이길 수는 없다고 한다. 박멸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번 소두증 바이러스는 치료약을 개발하고 환자에게 투약하기까지는 십여 년이나 걸린다고 하니 말 그대로 속수무책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방재의 열쇠는 이집트 숲모기라는 그 이름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숲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우리네 인간이 점점 황폐하게 만들어가는 숲에서 피치 못하게 쫓겨났기 때문이다. 이제는 다시 숲을 가꾸고 복원해야 할 때이다. 그래서 숲모기는 숲으로 돌려보내고, 인간이 욕심을 버리고 한 평의 땅 즉 최소한의 땅에서 서로 도우며 살아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인간의 오만과 욕심이 계속된다면 숲은 점점 더 작아질 것이고 숲모기는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우리 곁으로 대거 몰려들 것이다.

견문발검(見蚊拔劒)이란 말이 있다. 볼 견(見), 모기 문(蚊), 뺄 발(拔), 칼 검(劒)의 한자어이며, 모기(蚊)를 보고(見) 칼(劒)을 뺀다(拔)는 뜻으로 보잘 것 없는 일에 지나치게 큰 대책을 세운다는 옛말인데, 현대에 와서는 별로 동의할 수 없는 말이 되지 않았나 싶다. 왜냐하면 모기 문제가 더 이상 사소한 일이나 작은 일, 보잘 것 없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칼을 빼들 이유가 충분하다. 다만 모기를 보고 발검할 것이 아니라, 숲을 해치는 자들을 향해 호기롭게 칼을 뽑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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