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예루살렘으로 가시던 길에 사마리아와 갈릴리 사이를 지나시게 되었다. 예수께서 가시던 길은 유대인 지역과 이방인지역의 경계로 예루살렘 북쪽 성곽 밖이었다. 성 안에 거주할 수 없었던 나병 환자들과 극도로 가난한 서민들이 주로 모여서 살던 곳이었다. 때마침 예수께서 그곳을 지나가신다는 소문을 듣고, 열 명의 나병 환자들이 떼를 지어 예수께 와서 자신들의 처지를 호소하며 불쌍히 여겨 줄 것을 호소했다. 예수께서는 저들의 호소를 들으시고 열 명 모두를 깨끗이 고쳐주셨다.

하지만 나병 환자 열 명 모두 고침을 받았는데, 아홉 명은 온데간데없고 단 한 명, 그것도 유대인이 아니라 이방인이었던 사마리아인만 돌아와 큰 소리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예수의 발 앞에 엎드려 감사했다. 이에 예수께서는 “열 사람이 다 깨끗함을 받지 아니했느냐, 그 아홉은 어디 있느냐, 이방인 외에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러 온 자가 없느냐?”라며 한탄스런 음성으로 아홉 명의 행위에 실망하신 모습을 보이셨다.

왜 그 아홉 명은 다시 와서 감사 인사를 하지 않았을까 궁금하다. 그들 자신의 체면 때문이었을까? 그 험악한 나병, 성 안에서 살지 못하고 쫓겨나 성문 밖에서 서성이며 던져 주는 음식 찌꺼기로 연명하던 그들의 과거가 탄로날까 두려워서였을까? 아니면 예수는 선지자나 하나님의 아들이니 자신들의 병을 당연히 고쳐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자신들은 선민 곧 유대인들로서 마땅히 받아야 할 특혜를 받았을 뿐, 고침을 받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드리거나 ‘예수 앞에 절’하는 행위를 이방인들이나 하는 짓으로 여겼을까?

로고스선교회의 의료비 나눔 사역(CMM)을 통해 금년 상반기(1월부터 5월 현재까지)만 하더라도 2백만 달러 가까운 의료비가 지원되었다. 회원들이 많아짐에 따라 지원하는 의료비 또한 늘어난 것이다. 생각하면 할수록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이 무리 없이 처리되고 있다. 지금도 그 적은 회비로 어떻게 운영하느냐는 질문들이 쇄도하고 있지만, 금년까지 만 20년을 지내오는 동안 자금이 부족하여 의료비 나눔에 어려움을 겪었던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동안 엄청난 규모의 의료비 나눔을 시행해 왔는데도, 오히려 해마다 남은 조각들을 광주리에 채울 수 있었던 것에 감사드릴 뿐이다.

이러한 나눔 사역을 관리해온 필자는 의료비 수혜자들이 보내온 감사 편지를 접할 때마다 용기를 얻는다. 어떤 회원은 구구절절마다 감사를 표하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는 서한을 보내오고,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 회원들도 많다. 그러나 이러한 회원들의 숫자를 세어 보면, 열 명에 한 명 정도나 될까 말까이다.
물론 관리자 입장에서 수혜자 모두 감사하길 바라거나 기대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럼에도 주시할 사항은 다시 돌아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예수의 발 아래 엎드려 감사드리던 사마리아인이 받은 복이다.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느니라”는 말씀에 따라 그는 문둥병을 앓던 육체만 고침을 받은 것이 아니라, 영원히 사는 영생까지 얻게 되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사마리아인은 체면이나 특권을 생각하며 감사하지 아니한 
유대인 아홉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는 복을 받았다.

우리 선교회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으므로, 결과에 대한 감사의 반응을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성도들의 정성어린 헌금의 수혜를 받은 분들은 최소한 함께 참여하여 지원해 준 성도들에게, 그리고 나눔 사역을 인도해 주시는 우리 주님께 감사를 표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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