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 개봉된 영화「마션(The Martian)」을 보았습니다. 맷 데이먼이 화성(Mars)에 혼자 남아서 생존을 위해 악전고투하는 어려운 연기를 해냈습니다. 생각과 흥미를 함께 자극하는 좋은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5명으로 구성된 화성 탐사팀의 일원이었던 와트니(맷 데이먼)는 탐사를 마치고 귀환하던 중 모래폭풍을 만나 사고를 당합니다. 그의 죽음을 확신한 동료들은 우주선 아레스 3호를 타고 지구로 귀환합니다. 충격에서 깨어난 와트니는 자신이 화성에 혼자 남았다는 것을 압니다. 우주과학자였고 식량학자였던 그는 화성 기지에 남아 있는 모든 장비를 사용해 다른 탐사선이 올 때까지 생존할 계획을 세웁니다. NASA와의 교신이 회복되고 그의 생존 소식이 알려집니다. 지구로 귀환하던 동료들은 화성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합니다. 하지만 화성에 착륙하기에는 장비와 연료가 부족해 화성의 궤도에서 와트니를 구출해야 합니다. 와트니 또한 기지에 남은 탐사 장비를 수리하고 작은 우주 착륙선을 개조해 화성의 궤도까지 올라가야 합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멀고 넓은 우주 공간에서 한 사람을 구하는 일은 탐사 자체보다 어렵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면, 치밀한 수학적 계산과 기발한 아이디어들, 살기 위한 간절한 소원들이 긴장감을 높입니다. 네 명의 동료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결국 와트니를 구합니다. 탐사팀 대장이 우주선에서 나와서 길고 얇은 줄에 의지하여 화성에서 날아온 와트니를 기다리다가 아슬아슬하게 붙잡는 장면은 압권입니다.

5년 전 서부로 가족 여행을 간 적이 있습니다. 늘 가고 싶어했던 데스 밸리(Death Valley)에 갔습니다. 단테스 뷰(Dante’s View) 아래에는 넓은 소금밭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가일이와 성일이를 데리고 꽤 깊은 곳까지 갔습니다. 차에서 내려서 소금을 만져보고 걸어봤습니다. 이글거린다는 표현이 딱 맞게 뜨거운 광야에 하얀 소금밭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신기한 듯 여기저기를 만지는 두 아이를 잠시 두고 차를 돌리기 위해서 나왔습니다. 아이들이 아주 작게 보일 만큼 멀리 나와야 차를 돌릴 수 있었습니다. 저기 멀리 두 아이들이 소금을 만지면서 노는 모습을 보는데, 갑자기 가슴이 콱 막혔습니다. 아무 걱정 없이, 아빠가 곧 자신들을 데리러 올 것이라는 믿음으로 소금을 만지면서 놀고 있지만, 저 상태로 1시간, 아니 30분만 둬도 쓰러질 것 같았습니다. 잠시도 그냥 둘 수 없었습니다. 차를 급하게 몰아 두 아이를 태웠습니다.

가슴이 콱 막힌 느낌... 왜 그랬을까요? 당연히 제가 그 아이들의 아버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들과 함께 있어야 하고, 뜨거운 광야가 아닌 시원한 자동차에 태워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버려둘 수 없고 무관심할 수 없습니다. 화성에 낙오한 팀원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화성으로 돌아가 넓고 검은 우주 공간에서 그를 기다리는 대장의 모습을 보면서 5년 전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왜 화성으로 돌아가느냐 하면 버려두면 죽기 때문이고, 왜 우주선 밖으로 나가서 기다리느냐 하면 손 잡아 주지 않으면 구할 수 없기 때문이고, 왜 목숨을 걸고 구해야 하느냐 하면 같은 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에게 다가가서 손을 잡았습니다.

자식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마음, 팀원을 바라보는 대장의 마음, 그 마음이 하나님의 마음이자 우리가 서로를 향해 품어야 하는 마음입니다. 서로의 마음에 더 가까이, 서로의 절박한 삶에 더 가까이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인생은 검고 깊은 우주 공간을 외롭게 유영하는 것과 같습니다. 서로 손잡지 않으면 우리는 서로에게 죽음의 사막이 되고 죽음의 우주 공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서로의 마음을 쓰다듬고 헌신하면, 우리는 이웃이 되고, 형제 자매가 되고, 아버지 되신 하나님의 가족이 됩니다. 함께 보듬지 않으면 참으로 외로운 인생길이지만, 서로의 손길이 향하고 있음을, 서로가 손잡고 있음을, 서로의 마음이 맞닿아 있음을 확인하는 길들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이며 가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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