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색스 지음 / 알마 펴냄

 
이 책에는 저자가 삶의 마지막 2년 동안에 쓴 에세이 네 편(수은, 나의 생애, 나의 주기율표, 안식일)이 들어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나이 든다는 것과 질병, 그리고 죽음을 담담하고 또렷하게 응시한다. 저자는 불치병 진단을 받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에도 운동을 하고 여행을 즐겼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글쓰기에 남은 힘을 쏟았다고 한다.

(본문 중에서)

"여든 살이 되면 이전 나이에서는 가질 수 없었던 장기적인 시각과 자신이 역사를 몸소 살아냈다는 생생한 감각을 갖게 된다... 나는 노년을 차츰 암울해지는 시간, 어떻게든 견디면서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시간으로 보지 않는다. 노년은 여유와 자유의 시간이다. 이전의 억지스러웠던 다급한 마음에서 벗어나, 무엇이든 내가 원하는 것을 마음껏 탐구하고 평생 겪은 생각과 감정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시간이다."

"지난 며칠 동안 나는 내 삶을 마치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일종의 풍경처럼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삶의 모든 부분들이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느낌을 더욱 절실히 받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제 내 삶에는 더 볼일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나는 살아 있다는 감각을 더없이 강렬하게 느끼고 있다. 남은 시간 동안 우정을 더욱 다지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글을 좀 더 쓰고, 그럴 힘이 있다면 여행도 하며 새로운 수준의 이해와 통찰을 얻길 희망하고 기대한다. 그러러면 나는 담대해야 하고, 분명해야 하고, 솔직해야 할 것이다. 세상과의 계산을 제대로 청산해야 할 것이다."

"죽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로 대체될 수 없다. 그들이 남긴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저마다 독특한 개인으로 존재하고, 자기만의 길을 찾고, 자기만의 삶을 살고, 자기만의 죽음을 죽는 것이 우리 모든 인간들에게 주어진 - 유전적, 신경학적 - 운명이기 때문이다. 두렵지 않은 척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내가 무엇보다 강하게 느끼는 감정은 고마움이다."

"그리고 이제 쇠약해지고 호흡이 가빠지고, 한때 단단했던 근육이 암에 녹아 버린 지금, 나는 갈수록 초자연적인 것이나 영적인 것이 아니라 훌륭하고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로 생각이 쏠린다. 자신의 내면에서 평화를 느낀다는 게 무엇인가 하는 문제로, 안식일, 휴식의 날, 한 주의 일곱 번째 날, 나아가 한 사람의 인생에서 일곱 번째 날로 자꾸만 생각이 쏠린다. 우리가 자신이 한 일을 다 마쳤다고 느끼면서 떳떳한 마음으로 쉴 수 있는 그날로."

올리버 색스(Oliver Sacks, 1933~2015)는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에서 신경과 전문의, 신경정신과 임상교수로 활동했다. 또한 여러 환자들의 사연을 책으로 펴냈다. 지은 책으로『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뮤지코필리아』, 『환각』,  『마음의 눈』,  『목소리를 보았네』 ,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깨어남』,  『편두통』, 자서전 『온 더 무브』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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