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s on Spirituality 51

한 은퇴 목사님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목회를 하면서 성도들 가운데 하나님께 집도 팔아 바치고, 논도 팔아바치는 사람은 봤어도 성질머리를 뽑아 바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는 말씀입니다. 이것은 우리의 성품이 변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이야기입니다. 은혜를 받으면 사람이 변해서 좀 부드러워지고 온화해질 만한데, 어떻게 성품만큼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 차돌 같은 모습인지 모르겠습니다.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

오늘부터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갈 5:22-23)를 함께 묵상합니다.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는 우리 가운데 이루어야 하는 성품의 변화를 가르쳐 줍니다. 옛 자아의 성품을 십자가에 못 박아 버리고, 성령께서 원하시는 예수님의 성품을 닮아가는 것입니다. 신약성서 학자 톰 라이트(N.T. Wright)는 『당신이 믿음을 가진 후에 After You Believe』라는 책을 썼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믿게 된 후에 하나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은 무엇인지 가르쳐 주는 책입니다. 그 책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바로 성품의 변화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믿음이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바로 성품이 변화된 사람입니다. 우리는 믿음이 좋다고 이야기하면 떠올리는 모습들이 있습니다. 교회 생활에 열심이고, 기도 생활에 열심이고, 성경도 열심히 읽고, 봉사에도 열심인 사람을 믿음이 좋은 사람으로 떠올립니다. 이것도 물론 다 맞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믿음이 좋다는 말에 빠뜨려서는 안 되는 것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성품의 변화를 이룬 사람입니다. 성령 충만한 것은 또한 무엇입니까? 우리는 성령이 충만한 사람은 방언을 하고, 성령의 은사가 나타는 사람이라고 많이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성령의 은사가 나타나는 사람은 당연히 성령이 충만한 사람 맞습니다. 그런데 성령 충만에서 빠뜨려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성령의 열매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성령이 함께하시는데, 어떻게 성령의 열매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습니까? 어떻게 나무에 화려한 꽃들만 피고, 열매가 맺히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성령이 함께하시는 사람은 화려한 은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성품의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따라서 믿음이 좋은 사람은 성품이 변화된 사람입니다. 성령이 충만한 사람도 성품이 변화된 사람입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은 우리의 옛 성품을 십자가에 못박는 것입니다. “그리스도 예수의 사람들은 육체와 함께 그 정욕과 탐심을 십자가에 못 박았느니라”(갈 5:24). 예수를 믿는 사람들은 옛 자아의 성품을 십자가에 내던지고 성품의 변화를 이룬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성품의 변화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성품의 변화는 무엇보다 이것이 성령의 열매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성령께서 역사하시지 않으면 이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성령이 강권적으로 역사하실 때에 내가 도무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였던 성품의 변화가 가능해집니다. 그래서 앞으로 9주 동안 우리는 성령께서 역사하셔서 우리의 성품을 변화시켜 주시기를 간절히 간구하면서 나아가야 합니다.

사랑의 열매, 예수의 사랑에 뿌리 내릴 때

첫 번째로 묵상할 성령의 열매는 사랑입니다.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를 사랑으로 시작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성령의 열매 가운데 사랑이 가장 중요합니다. 사랑으로 모든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성령의 열매에 대한 책 『Life on the Vine』을 쓴 필립 케네슨(Philip Kenneson)은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 가운데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나머지 여덟 가지 성령의 열매는 사랑이라는 빛에서부터 파생된 색깔이라고 표현합니다. 마치 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면 빨강색, 노랑색, 초록색의 여러 가지의 색깔로 나타나는 것처럼 성령의 다른 열매들은 사랑이라는 빛이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여러 색깔들이 모두 모여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사랑의 사람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사랑이 모든 것의 시작이고, 모든 것의 완성입니다.

그러면 성령께서 이루어가시는 사랑이라는 열매는 과연 어떤 것입니까? 사랑의 사람이 된다는 것은 무엇보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은 우리를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십자가에 내어 주시는 사랑입니다. 이 깊은 사랑을 만난 사람은 변화됩니다. 성령께서 이 사랑을 느끼도록 만들어 주십니다. 로마서 5:5에 보면 “성령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은 바 됨이니”라는 말씀이 나오는데, 성령께서 예수의 사랑을 우리 마음에 부어 주십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우리 마음에 폭포수처럼 부어주셔서 이 사랑을 느끼도록 만들어 줍니다. 성령의 열매 가운데 첫 번째인 사랑의 열매는 무엇보다도 예수님의 이 깊은 사랑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깊은 사랑을 경험한 사람은 또한 이 사랑에 뿌리를 내려야 합니다. 예수의 사랑이라는 깊고 넓은 땅에 뿌리를 내리고 흔들리지 않는 터로 삼아 단단해져야 합니다(엡 3:17). 바로 이 사람이 사랑의 사람으로 변한 사람입니다. 예수님의 깊은 사랑에 뿌리를 내린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 의해 흔들리지 않습니다. 십자가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준 진짜 사랑을 만난 사람은 이 사랑으로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사람에 대한 섭섭함으로 흔들리지도 않고, 미움 때문에 흔들리지도 않는 사랑의 사람으로 변화됩니다. 왜냐하면 내가 진짜 사랑을 경험했고, 이 사랑에 뿌리를 내렸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부흥입니다

맨발의 전도자로 알려진 최춘선 목사님이 있습니다. 그분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면 그분의 방에 붙어 있던 찬송가 한 구절이 가슴 뭉클하게 다가옵니다. “온 세상 날 버려도 주 예수 안 버려.”(새찬송가 88장) 이분은 그리스도의 깊은 사랑을 직접 경험한 분이 분명합니다. 이분이 이런 말을 합니다. “예수를 만나니 세상에서 부러운 사람이 없고, 무서운 사람이 없고, 미운 사람이 없고, 보기 싫은 사람이 없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요. 부러운 사람이 없는 사람이 일등 부자입니다. 미운 사람이 없는 사람이 일등 권세입니다. 세상 왕들의 억만 배 권세입니다.” 예수를 만나니 미운 사람이 없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진짜 사랑을 만나서, 이 사랑에 뿌리를 내렸기 때문입니다. 오늘 성령의 열매 가운데 첫 번째인 사랑의 사람이 된다는 것은 이런 것입니다. 성령께서 우리 마음에 폭포수처럼 부어 주시는 예수의 사랑을 느끼고, 이 사랑에 견고하게 뿌리내리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자 할 때에 사람에 대한 섭섭함으로, 미움으로 흔들리지 않는 사랑을 하게 될 것입니다.

유기성 목사님이 요한일서 설교집 『우리 서로 사랑하자』라는 책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사랑이 부흥입니다.” 참 공감이 되는 말입니다. 부흥은 교인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부흥은 사랑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깊은 사랑을 뜨겁게 경험하는 것이 부흥입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사랑에 뿌리를 내려서 사랑의 사람으로 변화되는 것이 진짜 부흥입니다. 성령의 역사는 사랑입니다. 어떤 사람은 놀라운 통찰력과 지식도 있고, 어떤 사람은 산을 옮길 만한 능력도 있지만, 그 무엇보다도 사랑으로 행하는 사람이 성령이 충만한 사람입니다(고전 13:1-2). 사랑이 부흥입니다. 사랑이 회복입니다. 오직 사랑으로만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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