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있다가 한국에 가면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이 공기의 맛입니다. 고국의 냄새여서 좋아야 하는데, 오래 전에 맑은 공기의 맛은 사라졌습니다. 봄이 되면 더 심합니다.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 때문입니다. 각종 오염물질까지 섞여 있어서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황사현상은 한국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큰 문제여서 대책 마련을 위해 애쓰는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크게 주목받고 있는 한 여성이 있습니다. ‘인위쩐(殷玉珍)’이라는 여인입니다.

그녀는 20세가 되던 1985년, 아버지가 친구와 맺은 약속 때문에 그 친구의 아들인 바이완샹에게 시집을 가야 했습니다. 신혼집은 네이멍구(內蒙古) 마오우쑤(毛烏素) 사막의 징베이탕(井背唐)이라는,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집이라기보다 차라리 토굴에 가까웠습니다. 처음에는 사막에서 헤매다 죽더라도 집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착한 남편이 눈물로 매달렸습니다. 떠나지 못한 그녀는 남편에게 제안합니다. 자신들이 사는 곳에 꽃을 심어 사람 사는 곳으로 만들자. 10년 안에 눈앞의 모래 언덕을 숲으로 만들자. 드디어 친척들이 준 양 한 마리를 팔아 나무 묘목 600그루를 사서 심기 시작했습니다.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해서 번 돈으로 풀씨를 뿌리고 묘목을 심었습니다.

30년이 지났습니다. 그녀는 지금 1,400만 평이 넘는, 사막 한가운데 있는 숲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갖가지 채소가 익어 가는 밭과, 가로수가 늘어선 길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또한 많은 환경운동가들의 희망이 되었습니다. 중국의 사막 생태 복원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주요 인사가 되었습니다. 중국의 학생들, 군인들, 정부 관리들, 농부와 유목민들이 끊임없이 찾아와 그녀에게서 배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위쩐을 찾는 이들의 관심과 목적은 어디에 있을까요? 그들은 무엇을 배워야 하는 걸까요?

아마 그녀는 자신이 일군 숲의 혜택을 다 보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녀의 눈물과 땀의 열매는 주변 사람들, 자녀들, 그리고 중국 사회와 한국까지 모두가 함께 나누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녀의 노력의 혜택을 나누어 가지는 것에 그치고, 그 열매를 즐기기만 한다면, 숲은 곧 사막으로 변할 것입니다. 그녀의 땀과 눈물은 곧 사막의 모래로 뒤덮일 것입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한때의 기막힌 성공담에 그칠 수 있습니다. 숲이 살고, 사막을 이기고, 보다 많은 세대가 숲의 즐거움과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는 그녀처럼 수고하고 땀 흘리는 또 다른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내몽고의 사막으로 가서 배워야 할 것은 그녀의 성공담이나 그녀가 일군 숲과 열매가 아니라, 메마른 사막에 씨앗이 되는 그녀의 삶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열매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것 같습니다. 교회 또한 그렇습니다. 결과에 집중하고 수와 양에 집중합니다. 만일 인위쩐이라는 여성이 열매에만 관심이 있었다면 사막에 씨를 뿌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만일 예수님께서 열매에만 관심이 있으셨다면 십자가에 달리시지 않았을 것입니다. 예수님이 굳이 십자가를 지신 것은 열매가 아닌 또 다른 씨에 관심을 집중하셨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의 길을 함께 걷는, 씨가 되는 사람들을 만드는 일에 집중하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의 죽음을 준비하시면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 12:23). NIV 번역본에선 조금 다르게 번역합니다.“unless a kernel of wheat falls to the ground and dies, it remains only a single seed. But if it dies, it produces many seeds.” 개정개역에서는 많은 열매를 맺는다고 번역했지만, NIV는 많은 씨를 생산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NIV 번역이 더 좋습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 한 알의 밀알이 되셨고, 구원의 열매를 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주님과 함께 또 다른 밀알이 되어 생명을 전하는 일에 헌신하기를 원하십니다. 열매의 삶이 아닌 씨의 헌신이 필요합니다.

사막에 숲을 이룬 여인, 인위쩐은 지금도 새벽 4시에 일어나 나무에 물을 주고 모래바람을 맞으며 더 넓은 사막의 땅에 풀씨를 뿌리러 갑니다. 그녀가 씨앗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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