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ass Beach, 캘리포니아 주

‘달라졌어요’라는 한국 EBS의 상담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내용이 유익하고 실제적이어서 자주 보는 편입니다. 일정한 상담 기간을 통해, 구체적인 상담 사례들의 변화와 성장의 과정이 함께 방송됩니다. 그 중에 한 사례를 소개할까 합니다.

30대 초반의 부부가 두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습니다. 남편은 다소 세심하고 신중한 성품이고, 아내는 적극적이고 표현이 많은 성품입니다. 남편은 아내의 다양한 표현과 적극적인 태도가 좋았고, 아내는 남편의 주도면밀함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결혼 6년이 지난 현재 두 사람은 각각 다른 방에서 남편은 작은 딸을, 아내는 큰 아들을 품고 삽니다. 서로의 경계가 분명해서 영역을 침범하지 않습니다. 두 사람은 성격이 맞지 않아서 도저히 더 이상 살 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가정생활과 자녀들에 대해 좀 더 세심하게 신경을 쓰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아내는 실수가 많고 거칩니다. 아내는 남편의 잔소리가 싫습니다. 자신의 실수를 꼭꼭 집어내고 지적하는 남편이 답답합니다. 남편은 날카롭게 짜증을 내고 침묵하며, 아내는 거친 말로 공격하고 화를 풀지 않습니다. 서로가 책임을 전가하면서 가정은 늘 팽팽한 침묵과 긴장의 연속입니다.

사람은 서로 ‘다른 것’에 많은 매력을 느낀다고 합니다. 서로에게서 자신에게 없는 부분을 발견하고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관심은 매력으로, 사랑으로 발전하고 결혼하게 됩니다. 결혼 후에 두 사람은 중요한 기로에 섭니다. “다르기 때문에 더 행복하게 살 것인가?” “다르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삶을 살 것인가?” 두 사람이 서로의 차이에 대해 어떤 이해와 협력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이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결정합니다.

두 사람이 상담자 앞에 앉았습니다. 남편은 신중형이며 완벽주의자입니다. 고통이 내면화되는 사람입니다. 실수와 잘못이 용납되지 않습니다. 아내는 사교형입니다. ‘재미’과 ‘인정’이 중요합니다. 어떤 결정을 할 때, 남편이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동안 아내는 너무 답답했습니다. 뭐 이런 걸 가지고 그렇게 오래 고민하느냐고, 남자가 왜 그렇게 못났냐고 퍼부었습니다. 남편이 아내의 사소한 생활의 잘못을 지적하고 고칠 것을 요구하면 아내는 도리어 화를 냈습니다. 남편의 세심한 성품을 공격했습니다. 남편은 많은 것을 기억하고 아파하고, 아내는 금방 화를 내다가도 돌아서면 잊어버립니다. 결혼 6년 동안 반복된 이러한 일상은 6년이 지난 지금 대화의 단절과 관계의 균열로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각자의 성품에 대한 상담자의 설명을 듣던 아내가 갑자기 기억이 난다는 듯 말합니다. “전에 남편이 가슴을 잡으면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내 마음에는 유리조각이 있어...” 저는 그때 남편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뭐라는 거야... 유리 조각이 왜 마음에 있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 알 것 같아요.”

아내는 비로소 자신이 남편의 마음에 박아놓은 유리조각들이 보입니다. 그 유리조각들은 여전히 남편의 심장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 그 남편과 함께 살아가는 자신과 자녀들의 가슴에도 상처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그런 남편과 부둥켜 안을 때마다 그 유리조각이 자신에게도 심각한 상처를 남긴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실은 남편의 마음에만 유리조각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거칠고 부정적인 말로 남편의 마음에 유리조각을 박아넣은 것은 아내이지만 아내의 마음에도 남편으로 말미암은 보이지 않는 차가운 유리조각들이 박혀 있습니다. 완벽을 추구하는 남편의 성품은 늘 즐거워야 하고 사랑과 인정을 받아야 하는 아내에게 숨 막히는 고통이었습니다. 이 두 사람은 함께 살아가는 동안 서로의 가슴에 유리조각을 박으며 서로에 의해 상처를 입으며 살고 있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에 Fort Bragg이라는 해변이 있습니다. 20세기 초 이 해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버린 유리제품과 가전제품이 가득했습니다. 사람이 사용할 수 없는 위험한 해변이라 판정되어 1967년 폐쇄되었습니다. 이후 해변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파도의 힘이 컸습니다. 유리와 유리가 파도에 의해 서로 부딪히고 갈려서 날카로운 부분이 사라지고 유리구슬로 변했습니다. 사람의 발을 디딜 수 없었던 해변이 유리구슬 반짝이는 아름다운 해변으로 변했고, 2003년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이 해변을 사들여 MacKerricher State Park의 일부로 삼았습니다. 쓰레기로 버려졌던 유리조각들은 반짝이는 유리구슬이 되어 주 정부의 재산으로 등록되었습니다.

가슴에 박힌 유리조각을 더 날카롭게 벼리고 서로를 향해 공격하며 살 것인가? 아니면 서로 부딪히고 갈려서 아름다운 유리구슬의 반짝이는 마음으로 살 것인가? 각각 다른 사람이 만나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선택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다르기 때문에 더 행복하고 더 창조적이고 더 형형색색 아름다운 가정으로 성장하는 것, 하나님이 우리에게 세월의 파도로 날마다 어루만져 주시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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