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9일, 소저너스의 편집장 짐 월리스는 주간 칼럼을 통해 대선 토론에서 인종 차별에 대한 두 후보의 발언에 주목했다. 아래 글은 칼럼을 번역 요약한 것이다.

9월 26일, 기록적인 숫자의 미국인들이 첫 번째 대선 토론 생중계를 시청했다. 많은 이슈들이 거론되었으나, 인종 관련 질문과 두 후보의 대답이 마음에 남는다. NBC의 토론 사회자인 레스터 홀트가 각 후보에게 물었다. “샬롯과 털사에서 이미 보았듯이, 경찰의 흑인 총격으로 증폭되어 이 나라에서 인종 간의 관계가 좋지 않다고 말하는 미국인들이 수십 년 이래 가장 많다. 올해 대선 캠페인에서 인종 차별은 커다란 문제이다. 당신들 중 한 사람이 다리를 놓아야 하는데, 분열을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직설적인 해답은 두 가지였다. “법과 질서” 그리고 "stop-and-frisk(정지신체수색)”이었다. “법과 질서”라는 구절은 암호화된 인종차별적 어휘다. 이 문구에는 흑인은 범죄를 저지르고, 백인은 보호받을 필요가 있다는 가정이 내재되어 있다. 1968년에 조지 월리스와 리차드 닉슨은 대선 캠페인에서 백인들을 선거에 끌어들이기 위해 “법과 질서의 회복”을 내세웠다. 시민권 운동과 반전 데모에 대한 반발과 인종적 유감에서 비롯된 문구였다.

그 이후 “법과 질서”라는 문구에는 인종차별적 공포와 프로파일링이 담기게 되었다. 이런 전략은 1988년 대선 캠페인에서도 “윌리 호튼” 광고와 함께 사용되었다. 흑인 범죄자에게 주말 휴가를 주면 위험하다는 생각을 백인들에게 주입시킨 광고였다. 이는 트럼프의 ‘센트럴 파크 파이브(1989년에 발생한 센트럴 파크 강간범으로 부당 기소된 흑인과 히스패닉 청년 다섯 명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 비방에 다시 사용되었다.

정치심리학자 마크 페플리와 존 허위츠는 수십 년 동안 고의적인 의도 하에 이 암호화된 어휘가 사용되었다고 설명한다. “백인 다수가 폭력적인 범죄자를 다루기 위한 범죄 처벌 정책을 생각할 때, 그들은 흑인 범죄자들을 생각하고 있다”고 기록했다.

법과 질서를 환기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트럼프는 “정지신체수색” 전략의 부활을 제안했다. 이는 뉴욕의 전 시장 루디 줄리아니와 마이클 블룸버그가 사용했던 방식이다.

뉴욕에서 실시한 정지신체수색은 범죄율을 낮추는 데 비효율적이었다. 흑인이나 히스패닉 청년들에게는 실로 불공평한 처사였다. 뉴욕 경찰국의 자료를 보면, 정지수색을 당한 청년의 90%는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은 유색인이었다. 다분히 인종차별적인 사고에서 비롯된 일이다. 2011년 흑인이 정지수색을 당한 건수는 뉴욕에 거주하는 흑인 청년 숫자보다 많았다. 이는 한 사람이 여러 번 정지 수색을 당했다는 걸 의미한다. 그해에 정지수색을 당한 흑인과 히스패닉 청년 중 무기를 소지한 이는 1.8%였는데, 백인은 3.8%였다.

힐러리 클린턴은 우선 정지수색을 비효율적이라고 비난했다.“정지수색은 비헌법적임이 드러났다. 그리고 비효율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클린턴 후보는 정책 속에 내재된 인종차별적인 프로파일링을 명쾌하게 비난하지는 않았다. 이어서 그녀는 형사사법제도에서의 처벌을 포함하여 “제도적인 인종차별”로 화제를 전환했다. 사법제도 개혁이라 불리는 그녀의 해법에는 “꼭 필요할 때에만 사용하도록 준비하고 있도록 최고의 훈련, 최고의 기술을 우리의 경찰이 사용하고 있다는 믿음을 주는 일”이 포함되었다. “경찰이 시민들을 존중하고 시민들이 경찰을 존중한다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고 그녀는 말했다. 클린턴은 또한 정신 건강, 개인적인 안전 문제를 감안하여 경찰관을 이해해야 하며 편견의 문제에 대한 훈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상식적인 총기안전법을 시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클린턴의 대답이 올바른 방향을 가리킨다고 생각하지만, 진정한 해법에 도달하기엔 요원하다고 본다. 인종차별적인 프로파일링이나 유색인종에 대한 모욕적인 처사는 범죄를 줄이지도 못하고 사회엔 안전한 느낌을 더해 주지도 못한다. 오히려 불신과 저항, 분노라는 공격적인 환경이 조성된다. 아무 잘못 없이 정지수색을 반복적으로 당한 이들은 자신들의 삶이나 공동체에 경찰은 억압적이고 심지어 불법적인 존재라 생각하게 된다.

1990년대부터 범죄율이 전국적으로 감소하고 있기는 하지만, 범죄와 폭력은 실제적인 문제이다. 특히 도시의 유색인종 집단에서는 큰 문제이다. 유색인종사회의 주민들이야말로 범죄 문제가 해결되고 안전하게 살기를 원한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려면 경찰관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이 “전사”에서 “지킴이”로 변해야 한다. 시민들은 지킴이를 원하고 필요로 하며 치안 유지를 기대하지만, 맡은 구역의 주민들을 적으로 취급하는 전사는 반기지 않을 것이다.

토론에서 또 한 가지 짚어야 할 것은, 도널드 트럼프가 버서(birther, 오바마 대통령의 출생을 둘러싼 음모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신조어) 음모론을 부인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인종차별적인 버서 운동을 이끌면서 정치 경력을 쌓기 시작했으며 오바마 대통령이 출생증명서를 공개한 후에도 학력 의혹을 제기하는 등 5년간 버서의 기수 역할을 했다.  오바마가 외국에서 태어났다고 믿은 사람이 트럼프가 처음은 아니었으나, 매스컴을 통해 이 같은 주장을 반복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트럼프가 결국 대선 후보가 되었다.

이후 트럼프는 팜 비치의 골프 클럽에서 골프 경기에 흑인이나 무슬림을 배제시키지 않는다는 말로 인종 차별 관련 기록을 부인했다. 그러나 클린턴은 미스 유니버스에 선출된 알리시아 마차도를 언급하면서 트럼프가 마차도를 라티노라는 이유로 “미스 가정부”라 부르곤 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이로 인해 마차도는 수치심을 느끼고 마음이 상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인종차별이 미국의 원죄라고 말해왔다. 이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는 대선 토론에서도 인종차별의 죄를 목격했다.

우리는 모두 인종, 성, 능력, 성 정체성, 종교, 경제적 성공, 이민 지위, 외모에 관계없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만들어졌다. 이런 문제들은 도덕적, 신학적 문제이지 단순한 정치적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부활시켜야 하는 정책들은 인류의 번영을 권장하고 하나님의 형상으로 이웃을 돌보는 것이어야 한다. 하나님의 형상을 창살 뒤에 가두는 것이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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