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필리핀 가톨릭 교회는 최소 3천6백 명의 마약 용의들이 경찰과 자경단의 손에 죽으면서 마약과의 유혈 전쟁으로 인한 신뢰의 위기에 대한 우려를 외신에 전했다.

‘처벌자’로 알려진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필리핀의 마약 문제를 ‘전염병’이라면서 지난 6월 취임 연설에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마약과 관련된 수십만 명은 현상금을 노린 이들에 의해 살해될까봐 미리 자수했다.

필리핀 주교회의 의장 소크라테스 빌레가스 추기경은 지난 8월 조국이 “킬링 필드의 나라”가 되어가는 것이 심히 우려된다는 목회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추기경은 “피에 굶주린 사람들이 킬러를 부추겨 더 많은 피를 요구한다면 인간성이 말살되는 것 아닌가? 당신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런 말을 했다고 나를 연거푸 죽일 참인가?”라고 경고했다.

“마약 중독의 세대로부터 거리의 살인자 세대로 바뀌는 것인가? 스스로 정의를 지키는 제도가 우리에게 더 안전하고 더 나은 미래를 제공할 것이라고 확신하는가?”라고 추기경은 반문했다.

필리핀에서 주로 사용되는 불법 마약은 샤부로 알려진 염산 메탐페타민이다.

현재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사제들은 즉결처형이라는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두테르테는 지난 주 설문조사에서 76%의 만족이라는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마약과의 전쟁은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

마닐라의 루치아노 펠로니 신부는 어린이와 임산부를 포함해 최소 30명이 이웃에서 살해되었다면서, “일단 표적이 되면 잔인하게 살해되기 때문에 두려움이 만연해 있다. 자신을 보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보복이 두려워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성직자는 “살인에 이의를 제기하는 일은 위험하다. 살인을 비난했다가 자신도 죽을까봐 두려워한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일부 성직자들은 마약과의 전쟁을 찬성한다. 다바오의 조엘 타보라 신부는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은 맞지만 대신에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은 세계에서 가톨릭 신자가 세 번째로 많은 나라이다. 1억 명 인구 중에서 80% 정도가 가톨릭 신자이다.

마닐라 산 펠리페 네리 교구 교회의 프란치스코 루카스 신부는 국가가 도덕적 위기에 처했으며, 즉결처형의 이유에도 의문을 표했다. 그는 이제는 교회가 더 이상 사회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외신에 전했다.

에르네스토 아벨라 대통령 대변인은 교회에게 표현의 자유가 있지만 그로 인해 살해의 표적이 되는 조짐은 없었다면서, “교회는 최근의 설문조사 결과가 보여 주듯이 국민이 대통령의 노력에 신뢰를 보내고 감사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15일,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유엔 인권이사회(UNHRC) 제33차 회의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을 지목해, 마약 용의자의 초법적 처형을 비판했다. 자이드 대표는 "국제 인권법을 비웃는 필리핀 대통령의 발언은 인권에 대한 인식 부족을 드러낸다. 증거가 있든 없든 마약 용의자를 사살할 수 있는 권한을 경찰과 자경단에게 주는 건 정의를 손상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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