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워싱턴의 인격과 신앙(11)

조지 워싱턴의 고조부 로렌스 워싱턴(Lawrence Washington :1602~1653)은 성공회 신부였다. 그는 영국의 청교도 혁명을 피하고 가족의 미래를 위해 식민지 버지니아로 이주했다. 그래서 조지 워싱턴은 성공회 신앙을 실천하는 집안에서 태어나 세례를 받았고, 평생 성공회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 조지 워싱턴의 신앙을 이해하려면 성공회 신앙의 전통과 핵심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

성공회란?

성공회는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그리스도교회 중의 하나이다. 생소하게 여기는 독자분들도 있겠지만, 성공회는 초대교회부터 영국에서 형성된 2천 년 역사를 가진 교회이다. 초대교회부터 내려오는 역사적 전통과 종교개혁의 개신교 전통이 어울려 있다. 무엇보다 성공회는 하느님 나라를 이루기 위해 열려 있는 교회, 개혁하는 교회이다.

성공회(聖公會)는 거룩하고(聖: holy), 변함 없고, 우주적이고, 공번된(公: catholic) 교회(會: Church)를 뜻한다. 영국에선 The Church of England 또는 Anglican Church로, 영연방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지에선 Anglican Church로, 미국 및 기타 나라에선 The Episcopal Church로 불린다. 성공회는 주교 중심의 교회제도이고 영어로 주교제도의 교회를 Episcopal Church라고 한다. 한자문화권인 한국, 중국, 대만, 일본에서는 성공회(聖公會)로 불린다. 영국에선 영국 국교로서, 미국에선 건국을 주도한 교회로서, 한국에선 작지만 아름다운 교회로서 이웃과 사랑을 나누는 교회이다. 현재 성공회는 전 세계 164개 국가에 38개의 독립적이고 자치적인 교회로 이루어져 있으며 신자는 약 7천 5백 만 명 정도이다. 로마 가톨릭교회 다음으로 많은 신자들이 소속된 교단이기도 하다.

성공회 신앙의 기준

성공회는 예수 그리스도가 주님이심을 고백하는 신앙에 기초한다. 성공회는 사도로부터 내려오는 신앙을 계승한다. 성공회의 기본교리를 가장 간결하고 포괄적으로 표현한 것은 람베스-시카고 4개조항(Lambeth-Chicago Quadrilateral, 1888)이다. 이 4개 조항은 1888년 전 세계 성공회 주교들이 모인 람베스 회의에서 승인되었다. 아래에 소개하는 이 선언은 세계성공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 그리스도교의 일치를 위한 신앙적 기준으로 마련되었다.

1. 구약과 신약 66권은 ‘구원에 필요한 모든 것을 담고 있는’하느님의 계시된 말씀이다.
2. 초대교회의 신앙고백인 사도신경과 니케아 신경은 그리스도 신앙을 드러내기에 충분한 선언이다.
3. 세례와 성찬례는 그리스도께서 친히 제정하신 두 가지 성사(성례전)이다.
4. 역사적 주교직(historical episcopate)은 교회의 일치를 위한 적절한 치리 방법이며, 그 형태는 다양할 수 있다.

성공회는 어떤 교파라도 이상의 4개 조항을 믿는다면 형제교회로서 상호 일치와 협력의 관계를 이루고자 한다. 성공회는 교리보다 함께 예배하는 공동체 경험을 더욱 중요하게 여긴다. 이런 신앙적 이해는 서로 다른 신앙을 존중하는 태도로 나아가게 한다. 조지 워싱턴이 다른 신앙인들의 자유를 인정하고 존중하게 된 배경에는 성공회의 신앙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자유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포용적인 성공회 신앙의 권위

우리들은 어떻게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있을까? 어떤 기준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실천할 수 있을까? 16세기 영국성공회가 독립, 발전해 갔을 때, 기독교 안에는 상반된 두 가지 권위의 이해가 있었다. 즉 로마 가톨릭 교회는 하나님의 진리를 알 수 있는 권위를 성직자에게 부여해, 주로 주교들이 해석한 성서적 가르침을 받아들였다. 이는 교황 무오류설(敎皇 無誤謬設)로 대변된다.
 

반면 개신교는 ‘오직 성서로만’(sola scriptura!)이라며, 성서의 권위에만 의존하고 교회 전통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성공회는 로마 가톨릭 교회가 주장하는 교회의 권위와 개신교가 주장하는 ‘오직 성서로만’의 권위를 극단적인 견해로 여겨 배제하고, 성서, 이성 그리고 교회 전통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고자 한다.

성공회는 성서의 근본적인 권위를 인정하지만, 교회 공동체의 전통 안에서 이성을 사용해 성서를 해석한다. 전통은 하나님을 경험한 교회공동체의 계속된 성찰의 산물이며, 오늘도 성찰의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이성은 교회 안에서 일하시는 성령께서 하나님의 마음과 뜻을 알 수 있도록 해주시는 통로이다. 교회공동체는 전통의 빛 안에서, 오늘날의 이성과 경험을 사용하여 성서의 의미를 해석해야 한다고 성공회는 믿는다. 성공회는 성서, 전통, 이성의 조화 가운데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고 실천하고자 한다.

이는 성공회가 종교개혁의 역사적 과정을 거치면서 얻은 지혜이기도 하다. 헨리 왕 치하에선 가톨릭적인 요소를 가진 개혁된 교회, 에드워드 4세 치하에선 개신교회, 메리 여왕 치하에선 다시 로마가톨릭교회가 되었는데, 그 후 엘리자벳 여왕은 신앙 때문에 분열하고 서로 죽이면 안 된다는 지혜를 체득하고, 초대교회의 전통을 지키며 종교개혁의 길을 따르는 교회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 결과 영국 성공회는 개혁된 가톨릭교회(the Reformed Catholic Church), 양자를 포용하는 개신교 신앙(comprehensive faith)을 갖게 되었다. 성공회 신앙의 권위는 극단을 주장하지 않고 서로를 포용하도록, 극단을 배제하고 가운데 길을 가도록 인도한다.

조지 워싱턴이 소속되었던 성공회는 신앙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포용성을 중시하는 교회였다. 조지 워싱턴에게서 성서를 중요시하는 신앙적 전통을 보게 된다. 동시에 이성을 바탕으로 해석하고 표용하고자 하는 실천을 보게 되는데, 이것 때문에 조지 워싱턴은 이신론(deism)을 믿는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또한 역사적으로 축적된 인간의 지헤와 전통을 중시한 조지 워싱턴은 그리스 로마 시대의 공화정 정치를 이상적으로 여기고 실천했으며, 근세 계몽주의 철학은 그의 신앙을 폭넓고 빛나게 만들어 주었다. 성공회 신앙의 포용성은 조지 워싱턴이 포용적인 합의를 이끈 제헌의회 때, 대통령 재임시 실천한 포용적인 인사 정책 등에서 드러나는 덕목이었다.

민주적인 성공회의 조직

성공회는 가장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교회 조직이다. 모든 단위의 교회 조직에서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교회이고 평신도들의 참여와 역할이 중요한 교회이다. 교회는 교우들의 직접선거에 의하여 선출되는 교회위원들이 교회의 책임을 맡고 있는 사제와 협력해서 교회 안팎의 여러 가지 사업을 계획, 집행, 발전시킨다. 성공회는 평신도의 참여와 역할이 큰 교회이고, 민주적인 절차와 과정을 소중히 여기는 교회이다. 조지 워싱턴은 평생 교회 활동에 참여했고, 평신도 대표와 교회위원으로서 여러 가지 교회 운영에 참여했다.

신앙은 한 사람의 핵심 가치의 근원이다. 신앙을 통해 한 사람의 핵심 가치가 형성되고, 그 가치는 실천적인 삶으로 드러나는 덕목이 된다. 성공회 전통은 조지 워싱턴이 제헌의회 의장 및 초대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수행했을 때, 합의와 중재를 통한 그의 포용성에서 드러났다고 본다. 그의 폭넓은 포용성은 극단적인 두 지방, 두 정파로 하여금 포용과 협력으로 나아가게 했고, 오늘날 포용과 관용이라는 위대한 국가적 가치를 실현하도록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크리스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