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영화 <어린 왕자>는 생 텍쥐베리의 동화소설 <어린 왕자>를 바탕으로 2015년에 개봉된 컴퓨터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소설 <어린 왕자>에서 화자였던 비행기 조종사, 이제는 할아버지가 된 조종사와 여자아이다. 똑똑한 여자아이의 엄마는 딸의 평생 스케줄을 짜놓고, 영재 학교에 입학시키려고 한다. 면접에서 받게 될 질문까지 미리 입수해 답을 암기시켜 놓았는데, 면접관이 전혀 다른 질문을 하는 바람에 당황한 아이는 기절하고 만다. 엄마는 바로 두 번째 플랜을 실천에 옮긴다. 학교가 있는 지역으로 이사를 한 것이다. 동네의 이단아 주인공 노인의 옆집이 급매물로 나온 바람에 수월하게 이사한다. 아이는 여름방학 동안 식단이며 공부 내용까지 시간표대로 살아야 한다. 하지만 아이는 엄마의 아바타이다. 버릇도 생각도 태도도 똑같다. 엄마가 바쁘게 일하듯 자신도 바쁘게 시간표대로 사는 게 당연한 줄 안다. 적어도 할아버지와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할아버지 조종사의 잘못된 비행기 착륙으로 벽에 구멍이 나는 사고가 발생하자, 영리한 아이답게 경찰과 보험회사에 전화를 거는데, 할아버지는 보상금으로 동전이 가득 담긴 유리병을 아이에게 건넨다. 그리고 밤. 책상 앞에 앉은 아이에게 종이비행기가 날아든다. 소설 어린 왕자(손으로 쓴)의 첫 페이지다. 옥상에서 날려 보낸 어린왕자의 이야기와 할아버지에 대한 호기심을 지울 수 없는 아이는 다음날부터 할아버지를 찾아가기 시작한다.

 
한편 소설 속, 즉 과거의 조종사와 어린 왕자가 만나는 유명한 장면은 스톱 모션 기법으로 펼쳐진다. 디테일이 떨어지는 목각인형 같은 이미지인데도 심장이 멎는 것 같은 아름다운 색채의 변주. 어린 왕자의 장미, 일출과 일몰의 색이 신비한 느낌을 갖게 한다. 어린 왕자와 우정을 나눈 여우 인형, 어린 왕자와 비행기의 작은 모형을 할아버지에게서 선물로 받은 여자아이는 점점 이야기 속에 빠져들고 이야기가 진실, 아니 사실이라 믿게 된다.

어느 날 할아버지는 아이의 생일을 축하해 주려고 운전면허도 없는 상태에서 아이를 태우고 외출했다가 경찰에게 적발되고,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엄마는 몹시 화가 나서 아이에게 외출금지령을 내린다.

시간표 속에 자신을 가두려고만 하는 엄마에게 화가 난 아이는 가방을 싸들고 가출을 감행한다. 할아버지에게 비행기 타고 어린 왕자를 만나러 가자고 조른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어린 왕자와의 이별 이야기를 들려준다. 할아버지도 어린 왕자처럼 떠나야 할 때가 온다고 말하는데, 이제까지 들려 준 어린 왕자의 이야기가 다 허황된 것이냐면서, 아이는 실망하여 집으로 돌아가 엄마의 시간표에 스스로 갇히고 만다.

여름방학의 마지막 날, 아이는 할아버지가 앰뷸런스를 타고 병원에 실려 가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고, 할아버지가 말하는 이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직감하게 된 아이는 미안한 마음에 비를 맞으며 병원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아이는 여우 인형을 안고 한밤중에 할아버지의 낡은 비행기를 타고 어린 왕자를 찾으러 나선다. 믿음은 바라는 것의 실상이라는 성경 말씀을 떠올려야 할까. 놀랍게도 아이의 눈에 분명 어린 왕자로 보이는 인물이 눈에 들어온다. 어둡고 칙칙한 밤 풍경. 자동차들이 줄 지어 달리고, 사무실에서도 줄 지어 앉은 어른들이 일만 하고 있다. 어른, 일 그리고 숫자의 세계의 어느 건물 옥상에서 아이는 어린 왕자를 발견한다. 그런데 어리지가 않다. 청년이 청소를 하고 있다. 비행기 조종사도, 장미도 기억하지 못한다. 일을 잘하지 못하는 것만 자책하고 있다.

어린 왕자는 아이를 강제로 일중독 어른으로 만드는 방으로 데려간다. 아이도 기계의 의해 어른이 되어야 하는 일촉즉발 위기의 순간에 청년 왕자는 아이가 가져온 어린 왕자 이야기가 쓰인 종이들과 여우를 보고 기억을 되살리게 되고, 아이와 마음을 합해 은행가가 가두어 놓은 별들을 풀어놓는다. 별들이 하늘로 날아오르자, 일 중독자로 은행가의 노예가 되어 있던 혹성의 주인들이 제자리로 돌아간다.

그리고 두 사람은 어린 왕자의 혹성에 착륙한다. 하지만 바오밥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 있고, 장미는 이미 죽어 버렸다. 유리 덮개를 들어 올리자 장미의 꽃잎들은 먼지가 되어 날아간다. 슬퍼하는 어린 왕자에게 아이가 여우의 말을 환기시켜 준다.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마음으로만 알 수 있다고... 조종사의 이야기도 들려 준다. 그렇다. 사랑, 우정, 믿음 이런 건 마음으로만 알 수 있지, 눈으로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어른이 되면 많은 걸 잊어 버린다. 어른이 되는 게 두려워지는 이유는 많은 걸 잊어 버리기 때문이라고... 꿈, 희망, 우정, 사랑을 함께했던 사람과 사물들을 마음으로 떠올리자 청년 왕자는 다시 어린 왕자로 돌아간다.

다음날 아이다운 놀이, 친구를 허락하지 않아 아이가 힘들어했다는 걸 깨닫고 한참이나 미안해진 엄마는 아이의 방이 비어 있고 홈통이 이웃 할아버지 쪽으로 쓰러져 있는 걸 보고 가슴이 철렁하는데, 아이가 뒤에서 나타난다. 엄마! 서둘러! 학교 가기 전에 할아버지 문병 가야지. 어린 왕자는 실존하는 인물인가 아닌가? 이제 엄마의 눈에도 아이의 눈에도 조종사와 어린 왕자는 둘 다 현존하는 인물이다. 아이는 할아버지가 들려 준 어린 왕자 이야기를 묶어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할아버지에게 선물한다. 이승에서의 이별(죽음)을 받아들이며 마음으로 우정을 확인한다.

옥상에 할아버지처럼 망원경을 설치해 준 엄마와 아이는 별에서 할아버지와 어린 왕자가 만났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운 좋은 날에는 그들의 웃음소리를 듣는다.

아이는 학교에서 어린 왕자의 이야기를 급우들에게 들려 준다. fin.

그림과 색이 정말 예쁜 애니메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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