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라는 말이 있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과 현실적인 삶의 선택 사이에 왜곡이 종종 발생합니다. 믿고 있는 진리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입니다. 잘못을 인정하자니 부끄럽기도 하고 손해 보는 것 같고, 잘못을 알면서도 옳다고 주장하려니까 양심에 가책이 느껴집니다.

이러한 부조화를 극복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과감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수정하는 것입니다. 삶에 건강한 변화가 있고 성장하게 됩니다. 둘째는 부당한 사실을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의식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입니다. 셋째는 부당한 상황 속에서 진리를 실천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속이는 것입니다. 누가 봐도 부당한 일을 하고 있는데, 자신은 양심적이며 진리를 추구하며 가치 중심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첫 번째의 방법이 왜곡된 현실을 수정하는 것이라면, 두 번째는 사실 자체를 왜곡하는 것이고, 세 번째 방법은 자신의 양심을 왜곡하는 것입니다. 진리는 진리이며 왜곡된 현실도 그대로인데, 진리 가운데 살고 있다고 자위하면서 왜곡된 현실이 주는 이익과 그것과 싸우지 않음으로 발생하는 안전한 삶을 누리고 삽니다.

한국은 꽤 선진국입니다. 정치 제도와 경제 발전의 정도가 세계적인 수준이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작금에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한국의 지식인들, 소위 전문가들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하나님은 인류에게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허락하셨습니다. 인류는 역사를 거치면서 그 모든 지식을 다음 세대를 위해 자산으로 만들었습니다. 누군가가 특정한 한 분야에서 지식을 축적하고 소위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그 깊고 전문화된 지식으로 다른 모든 사람을 섬기기 위함입니다. 지식인의 책임은 인류가 축적한 지식으로 인류를 섬기는 일입니다. 만일 그가 의학에 전문인이라면 의학으로 사람들을 섬겨야 하고, 정치에 전문인이라면 정치 행위를 통해 사람들의 보편적인 이익을 위해 복무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사회 공동으로 합의한 법에 전문인이라면 그 법을 소수의 이익이 아닌 공공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의 전문인들에게 바로 이것이 부족합니다. 전문 지식은 갖추었으되 그 지식과 정보의 목적과 사용 방법을 잘 모릅니다. 전문인으로 인정받게 되었으니 이제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로서 성공하는 때는 그것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할 때가 아니라 그 지식의 주인인 인류를 위해서 사용할 때입니다. 그런데 많은 전문인들이 오직 자신과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사용합니다.

가습기에 사용하는 소독약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독극물임이 밝혀졌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이미 검사했던 한국에서 제일가는 권위를 가졌다는 과학자가 무해하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기업에서 돈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경찰의 잘못된 공권력 행사로 한 사람이 죽었습니다. 진료의 시작과 과정과 끝을 지켜봤던 모든 사람들이 ‘외인사’(外因死)라고 주장하는데, 주치의 아닌 주치의가 나와서 계속 가족들이 치료를 거부해서 죽었다고 주장합니다. 심지어 그의 스승과 제자들까지, 그 부분의 전공자들이 모두 같은 의견을 말해도 정권의 이익에 부합하는 왜곡된 결론을 진리라고 주장합니다. 4대강 공사를 해서 국토가 뒤집어져도 전문가라고 주장하는 일부 학자들과 관료들은 권력자들의 입맛에 맞는 수치를 만들어냅니다. 아무리 객관적인 증거를 가져와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진리라고 철저하게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의 아주 나쁜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요즘 한국인이라고 말하기가 부끄러운 것 같습니다. 나라가 이럴 수 없습니다. 몰랐던 것이 아닙니다. 그동안 참으로 많은 문제를 제기했고, 수정을 요구했지만 그때마다 철저하게 거부당했습니다. 절대로 그런 일이 없다고 했습니다. 오히려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을 고소하고 벌 주고 가둬 버렸습니다. 썩고 부패해서 스스로 드러난 것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그동안 그들의 비리를 감싸고 눈감고 부정해 왔던 관료와 정치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여전히 덮고 왜곡하기 위해 발버둥칩니다. 어려운 말로 자신을 변호하고 그것이 만천하에 잘못으로 드러날 때까지 부정하고 또 부정합니다. 결국 그들에게 지식과 권력을 허락한 국민들이 그것을 회수하지 않으면 그들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물집은 터져야 살이 되고, 넘어져서 깨진 무릎도 딱지가 앉아야 치료됩니다. 한국 사회와 그 사회를 이끄는 소위 전문 지식인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선한 양심이 지식보다 가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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