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올라온 기사들을 읽고 연관어 따라 꼬리를 물고 탐색하다보니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 스트레스라도 풀려야 할 텐데 남은 것은 그 반대였습니다. 허탈감, 답답함, 분노, 수치심, 걱정... 정신 건강에 안 좋은 것 같아 한국 관련 뉴스를 잠시 끊어야 했습니다. 폭로기사와 분석기사들이 넘쳐나지만 그 어느 것을 읽어도 궁금증이 풀리질 않습니다.

‘왜 그랬을까?’‘어떻게 이런 일이 오랫동안 감추어질 수 있었을까?’ 한국에서 선거나 인사청문회를 하면 별의별 공격과 파헤치기 보도로 후보는 만신창이가 되곤 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관련자들은 큰 문제 없이 통과했습니다. 아예 그런 검증조차 없었습니다. 도둑도 손발이 맞아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완전범죄에 가까울 정도로 호흡이 잘 맞았습니다. 범죄영화를 보면 어떤 조직이나 딴 마음을 품은 배신자가 있어서, 밀고하거나 뒤통수를 쳐서 내부의 일들이 바깥으로 드러나곤 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관련자들 속에는 배달 사고나 배신자도 없었던 모양입니다.

이제까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이유가 한국인들이 다른 사람의 허물을 이해하고 그들의 말을 믿는 착한 심성을 가졌기 때문일까요? 그들의 의리와 충성심이 탁월했기 때문일까요? 그보다는 거대한 카르텔이 존재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서로를 이용하는 관계였습니다. 비밀로 하라는 엄명을 따로 내리지 않아도 밝혀지면 모두 망하는 것을 알기에 알아서 숨겼습니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그것도 자신이 믿고 싶은 방향으로 믿었습니다. 그러다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러한 불행의 시작은 의존하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힘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의지하며 위로와 만족, 문제 해결을 얻으려 합니다. 사람일 수도 있고 돈일 수도 있습니다. 알려진 대로라면 대통령은 최태민이라는 한 무속인의 말과 영험해 보이는 능력을 의존했습니다.

신이 아닌데 신처럼 믿고 의지하는 대상을 우상이라고 말합니다. 우상이란 자신의 의지와 소망을 어떤 형상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우상을 편견이라고도 합니다. 그것은 재산, 권력, 명예 등을 갖고 싶어하는 열망과 충동이 표출되어 나타난 것으로, 인간이 올바른 지식을 얻을 때에 방해되는 그릇된 선입관이기도 합니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직접적인 관찰이나 경험 없이 다른 사람 말만 듣고 그럴 것이라고 착각하는 편견을 시장의 우상이라 말하며, 소신이나 아무런 비판 없이 권위나 전통을 받아들이는 맹신에서 생기는 편견을 극장의 우상이라고 말했습니다. 우상을 숭배하는 것은 보편적인 선을 추구하는 것이나 이타심과는 거리가 멉니다. 우상 숭배의 본질은 손에 넣으려는 욕망입니다.

우상이 어디에 많을까요? 우상은 높은 산 위에 쌓아 놓은 돌무덤이나 종교시설 안에 있는 조각상이 아닙니다. 우상은 바로 우리가 의지하려고 하는 사람입니다. 연약한 우리는 정치적으로는 대통령을 의지하고 종교적으로는 사제나 목회자를 의지하면서 평안을 얻으려 합니다. 조금 더 적극적이고 계산이 빠른 사람은 그 우상 근처에서 신전의 봉사자를 자처하며 특별한 신임을 얻어냅니다. 신자들이 바치는 제물들을 나누어 갖습니다. 그리고 우상에게 위임한 종교 권력의 가지들을 자신들이 휘두르며 이번엔 다른 누군가의 우상이 되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의 행위가 우상 숭배인 것을 알지만 크게 잘못이라고 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그들의 비판은 정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기회를 선점하지 못한 질투에서 비롯된 비난입니다.

이번 사태를 보며 우상 숭배에 빠진 우리들의 자화상을 봅니다. 우리도 그 대통령의 힘으로 원하는 무언가를 얻고자 했고 그렇게 된다고 믿었습니다. 단지 기회가 없어서 정무수석이 못 되었고 승마 선수가 못 되었을 뿐입니다. 그나마 욕심이 소박해서 자기가 다니는 교회의 목사나 스포츠 스타를 우상으로 잠시 여겼을 뿐입니다. 권위가 무너지니 비참하고 볼썽사납게 되었습니다. 우상도 무너지고 숭배자들의 마음도 무너졌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신을, 아니 영을 바짝 차려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하나님은 그의 백성들에게 우상을 만들지도 섬기지도 말라고 명령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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