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팀의 일정은 아침 예배로 시작되었습니다. 찬송, 말씀, 기도는 선교지에서의 하루를 승리하는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아침마다 사도행전 13장부터 14장까지의 말씀을 묵상했습니다. 바울과 바나바의 일차 선교 보고서라고 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첫날 아침에 나눈 말씀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바보라는 지역에서 선교를 감당할 때 바예수라는 방해꾼을 만나게 됩니다. 바예수는 박수로 총독이 복음을 듣지 못하도록 집요하게 방해했습니다. 이때 성령 충만한 바울이 바예수의 눈을 멀게 하고, 이 신비한 사건을 본 총독은 예수님을 믿게 됩니다. 선교지에선 복음을 방해하는 악한 영의 세력들과 더 치열하게 전쟁하며 사역을 펼쳐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선교팀에게 필요한 것은 성령 충만함입니다.”

첫 행선지인 마게도니야 교회로 출발했습니다. 산 라파엘은 고산지대에 위치한 마을이었습니다. 그날은 날씨가 서늘해서인지 산길을 오르는 내내 짙은 안개가 버스를 휘감았습니다. 가시 거리가 5 미터도 안 될 정도로 짙은 안개 속에서 우리 선교팀은 힘차게 찬송을 불렀습니다. 마을 어귀에 다다르자 작년에 이 지역을 방문한 팀원들이 놀란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마을 입구까지 온통 흙길이어서 버스 들어오기가 힘들었는데, 이젠 아스팔트가 깔렸네요. 주님께서 선교팀을 위해 길도 정비해 주셨어요.”

선교팀원들과 호세 목사님 그리고 교인들이 VBS에 사용할 기기와 재료들을 준비하는 동안 아이들은 멀찍이 떨어져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수줍음 많은 아이들은 학교 앞 산에 올라가 나무들 사이로 내려다 보았습니다. 준비를 마치고 아이들을 부르자 80명 가량의 아이들이 VBS팀 앞으로 속속 모여들었습니다. 어제만 해도 감기 기운으로 힘들어 보이던 존이 목청껏 소리쳤습니다. “디오스 에스 부에노(하나님은 좋으신 분이시다).” “토도 엘 띠엠뽀 (언제나).” 그러자 아이들도 질세라 더 큰 소리로 따라 외쳤습니다.

그후 아이들은 찬양 한 곡이 끝나기도 전에 벌써 선교팀원들과 가까워졌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작년엔 아이들과 친해지는 데만 한 시간 이상이 걸렸다고 하는군요. 일 년 전 VBS의 기쁨을 이미 경험한 아이들이라 마음이 금세 열린 것 같습니다. 찬양하는 아이들을 지켜보는데 문득 입고 있는 옷에 시선이 갔습니다. 고산지대라 다 스웨터 종류의 겉옷을 입고 있는데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습니다. 다음엔 옷가지를 수집해서 와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찬양 후, VBS팀원들은 이날을 위해 열심히 준비한 재료들을 사용해 복음을 전했습니다. 큰 보드에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사물들을 붙였다 떼었다 하며 전하는 복음을 듣고 있는 아이들의 눈망울이 또록또록 빛났습니다. 내 영혼은 기도로 넘쳤습니다. “하나님, 이곳에 모인 아이들 모두가 예수님 믿고 천국 소망을 갖게 해주세요.”

잠시 시간을 내어 아이들의 점심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호세 목사님 댁을 방문했습니다. 집과 분리된 부엌에 들어가니 나무를 때서 소스를 끓이고 닭을 삶고 있었습니다. 60년대 한국 농가를 보는 듯했습니다. 그렇게 준비한 식사를 받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 안에서 아이들은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일정을 모두 마치고 선교팀과 교회 리더들이 빙 둘러 서서 손잡고 기도하는데 하나님의 임재를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아쉬움으로 손을 흔들어대는 아이들과 구름과 안개에 싸여 끝내 그 정상을 숨기고 있는 산을 뒤로 한 채 산 라파엘을 내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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