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눈여겨 본 사람이라면 이스라엘이 국가의 형태를 갖추고 안정을 누렸던 시기는 사울, 다윗, 솔로몬으로 이어지는 약 120여 년뿐이었음을 알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솔로몬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뉩니다. 북왕국은 B.C. 722년 앗수르에 의해 망하고, 남왕국 유다는 B.C. 586년 바벨론에 의해 유린당합니다. 지금의 중동 지역을 지배한 패권국가는 앗수르, 바벨론, 페르시아, 헬라 그리고 로마로 바뀌게 됩니다.

통일왕국의 측면에서 보면 이스라엘은 처음 얼마 동안의 기간을 제외하고는 1세기가 될 때까지 약 900여 년 동안 정치적 불안과 민족 공동체의 붕괴, 외세의 침입으로 인한 수탈과 경제적 빈곤, 사회적 불안 속에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은 지배 제국의 주인이 바뀔 때마다 혼돈과 약탈, 압제의 풍랑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뜻이 있고 나름의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백성들의 지도자로 인식되며 사회 개혁과 정치적 독립을 위해 수고했지만, 결과는 원했던 만큼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사회를 바꾸기에는 그들의 힘이 너무 제한적이었습니다. 역사를 바꾸기에는 주변 정세의 역학과 세력이 너무 견고했습니다.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일이 반복되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신들의 모습에 깊은 우울감과 패배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외부의 적들보다 그들을 더 허탈하게 만든 이들은 내부의 적들이었습니다. 똑같이 지배받는 입장 속에서도 남들보다 한 발 앞서서 권력자에게 줄을 대어 권력의 부스러기를 취하고 돌아서서는 동족에게 권력자 행세를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잔머리를 굴리며 기만과 폭력으로 자신의 안위만을 추구했던 이기주의자들이었습니다. 지배세력이 바뀔 때마다 줄타기를 하며 기득권의 끈을 이어가려는 기회주의자들 그리고 민족의 배신자들이었습니다.

이들과는 달리 약삭빠르지도 못하고 고급 정보에 다가설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사람들, 설령 좋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도 그것을 취할 수 있는 재력이나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언제나 대형사고의 주된 피해자들이며 고유한 이름보다는 군중으로 불리는 익명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무슨 힘으로 하루 하루를 살았을까요? 그들에게는 정치권력의 구조가 어떻게 바뀌는지, 최고권력자가 누가 되는지는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릴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 당장의 소망은 끼니를 거르지 않고 하루 살 힘을 공급받는 일, 자신의 배로 나은 자녀들이 배고픔이나 사고로 죽지 않고 어른이 될 때까지 살아 남는 일, 밤이 되면 서로 부둥켜 안고 누워 고단한 하루의 이야기를 나누며 잠드는 것뿐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살아야만 하기 때문에 하루 하루를 견뎠을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불안을 이기기 위해 무엇이라도 붙잡고 믿으면서 마음의 위로를 얻으려 합니다. 심지어 “아무 것도 믿을 게 없다”는 결론이라도 믿으면서 두려움을 이기려고 하는 것이 우리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이런 심리를 이용한 거짓 광고(소문)와 예언자들이 넘쳐나던 혼돈의 시기가 1세기 이스라엘의 모습이었습니다. 씁쓸한 것은 그 시대의 모습이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시대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타국에 와서 살고 있는 이민자의 삶이 그렇고, 참다 못해 광장의 정치 현장에 나올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백성들의 모습이 그렇습니다.

기대와 실망 또 다른 희망과 좌절의 반복 속에서도 살아야만 하는, 그리고 살고 싶어하는 이들 앞에 등장한 청년 예수의 외침을 다시 한 번 들어봅니다. 그는 하나님 나라를 이야기합니다. 불의 나라도 물의 나라도 아닌 하나님의 나라, 민중의 나라도 아니고 대통령의 나라도 아닌 하나님의 나라를 말입니다. 예수는 선포합니다. ‘때가 찼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막 1:15). 이 메시지는 우리가 이루어야 할 비전(하나님 나라)과 진정 믿어야 할 대상(복음)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고(회개), 언제 해야 하는지(때가 찼음)를 담고 있습니다.

요즈음 조국의 현실에 대해 한마디 안해 본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나름대로의 소감과 소견이 있을 것입니다마는 저는 각자의 소리와 마음의 소원을 내려놓고 예수의 이 말씀을 마음에 두며 그분과 함께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정말로 복음을 믿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저작권자 © 크리스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