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돌아온 즉시 그 동안의 심장 상태가 너무 궁금하여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심장 검사를 받고 싶었던 이유는 하나님께서 꽉 막혔던 심장의 관상 동맥 네 가닥을 완전히 뚫어 주셔서 아프지 않았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검사 결과, 심장이 삼 개월 전보다 더 나빠졌다면서 당장 수술하자고 해서 수술 동의서에 서명을 하고 수술을 받았습니다. 담임 목사님과 장로님이 참관했다고 합니다. 수술은 관상 동맥 네 가닥을 다 잘라내고 다른 동맥을 잇는 바이패스 수술로 여섯 시간에 걸친 대수술이었다고 합니다. 그 동안 하나님의 은혜를 조용히 묵상해 보니, 주님 나라 확장을 위해서 내가 사역하는 동안에만 아프던 심장을 아프지 않게 하셨던 것이지, 완전히 다 낫게는 하지 않으셨던 것입니다. 게다가 내가 당한 고난은 이것이 마지막이 아니고 더 이상 고난을 감당할 수 없을 때까지 계속된다는 것을 체험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심장 수술을 받은 후 심장의 모든 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되어 다시 테러가 끊이지 않는 러시아의 카프카즈 지역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잠시 머물며 사역했던 바끄라노프 교회의 2층 목욕탕에서 몸을 씻다가 미끄러져 크게 다쳤습니다. 뒤로 자빠졌기 때문에 두개골이 깨질 정도로 심하게 다쳤지만 죽지 않고 살았습니다. 하나님께서 또 이렇게 나를 시험하고 연단시켜 쓰기를 원하시는구나 하고 깨달으니, 그저 감사하기만 하였습니다. 그 후 머리가 너무 아픈 것은 둘째치고 팔 다리가 점점 마비되어 갔습니다. 정밀검사를 받기 위해 미국으로 돌아오자마자 담당 의사를 만났습니다. 사고 경위를 말한 다음 MRI 사진을 찍었습니다. 의사는 “사진에서 보다시피 이렇게 머리에서 피가 흐르고 있는데, 아무 일 없었던 사람처럼 여기 서 있다는 것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죽거나 식물인간으로 살 수밖에 없을지 모릅니다. 당장 수술해야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수술을 서두르는 의사에게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내 몸에 절대로 칼을 대지 마십시오. 나를 넘어지게 한 분도 하나님이시고 또 나를 고쳐 낫게 할 수 있는 분도 하나님이시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나는 수술을 거부했습니다. 대책 없고 막무가내인 나를 말릴 수 있는 분은 하나님밖에 없다는 것을 아는 가족들은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간절히 기도에만 힘을 썼습니다.

우리의 기도는 곧바로 하나님께 전달되고 응답을 받아, 3개월 후에는 핏자국마저 사라졌습니다. 이 사실을 확인한 의사는 이런 현상은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다고 했습니다. 이제 눈으로 직접 확인했으니 하나님이 이 모든 일을 주관하셨다는 것을 믿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다음해에 다시 마음의 고향인 러시아 카프가즈 지역의 오세찐 공화국에 가서 무사히 사역을 마쳤습니다. 그런데 미국으로 돌아오는 수속을 끝내고 비행기 탑승을 기다렸던 기억은 나는데, 그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지금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전해 들은 바에 의하면, 차례가 되어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내가 보이지 않아 찾아 봤더니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고 합니다. 공안요원이 달려와서 소지품 조사를 하고 내가 미국 시민임을 확인한 다음, 곧바로 주러시아 미국 대사관에 연락했으며, 근처의 미국계 병원인 American Medical Center로 후송했다고 합니다.

미국 대사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딸 소라가 목사님을 비롯해서 알 만한 사람들에게 연락을 취했으며, 의사인 사위는 수시로 병원 당국에 나의 상태에 대해 물었다고 합니다. 환자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위급한 상태이기 때문에 뇌수술을 빨리 하지 않으면 안 되니 환자를 살리고 싶으면 5만 달러를 보내라고 하면서 크레딧 카드 번호를 빨리 가르쳐 달라고 재촉했다고 합니다. 환자 가족의 애타는 심정을 이용해서 돈이나 챙겨 보려는 사기꾼이 미국 이름을 팔아 “아메리칸 메디컬 센터”라는 간판을 걸고 러시아에서 의료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사위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나는 다시 러시아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사위는 러시아 병원 당국에 나의 상태를 알아 보았다고 합니다. 러시아 의사들은 “현재로선 단 1%도 소생할 가망이 없다. 하지만 숨이 붙어 있는 사람을 그냥 죽게 내버려 두는 것은 의사의 양심상 도저히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죽고 사는 것은 하나님께 맡기고 최선을 다해 수술을 하겠다”고 하면서 환자 아내의 수술 동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내는 수술을 거절했으며, “내 남편은 러시아 땅 어느 후미진 곳에서 죽어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썩을 수만 있다면 그 이상의 소원은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으니 그냥 죽게 내버려 두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아내의 수술 거부에도 불구하고 나는 뇌졸중 수술을 받고 건강한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긴 잠에서 깨어난 나를 제일 먼저 반겨 준 사람은 나를 수술한 의사였습니다. 현지 고려인 허가이 목사님의 말에 의하면, 수술을 집도한 의사는 수술의 모든 과정에 하나님의 돌보심이 있었기 때문에 기적처럼 환자가 살아난 것이라고 하면서 모든 공로를 하나님께 돌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수술 담당 의사는 유난히 친절하게 대하면서 나를 볼 때마다 엄지 손가락을 펴들고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내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접한 딸들은 죽기 전에 아버지를 만나야 한다고 울고불고 했답니다. 막내딸 내외가 먼저 러시아로 출발했으며, 곧 이어 아내가 주미 러시아 대사관의 특별 배려로 비자를 빨리 받아 모스크바로 달려왔다고 합니다. 아내가 왔다고 간호사가 전해 주는데도 나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습니다. 그 순간 아내가 다가와“여보! 내가 왔어요.”라고 말하는 거였습니다. 생각하지도 못한 뜻밖의 선물을 받은 기쁨이라고 할까요. 너무 반갑고 좋아서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러시아에는 여행의 자유도 없고 함부로 나다니다간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는 공포심이 아내를 사로잡고 있었기 때문에, 아내에겐 목숨을 내건 여행이었을 것입니다.

그 동안 숱한 고난을 겪으면서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이렇게 건재한 이유는 앞서 진술했듯이 하나님께서 나를 사용하여 이루고자 하시는 뜻이 있기 때문이라고 믿습니다.

이미 러시아 선교 사역에서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마당에 무슨 미련이 남아서인지, 러시아 말을 배우고 싶어서 안달이 났습니다. 젊은 시절엔 공부라면 진저리가 난다고 했는데, 지금 이 나이에 세계에서 제일 배우기 어렵다는 러시아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미치지 않고서야 누가 시킨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하나님이 내 마음을 주장하고 계신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사람의 말을 들을 것인지 아니면 하나님의 말을 들을 것인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는 저를 위해 조언을 부탁드리면서 이제 간증을 끝맺습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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