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가 가까워지자 아이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가가호호 전도하는 동안 아이들에게 맛있는 점심 식사를 대접한다고 약속했거든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예배를 드리는 장소가 몰려온 아이들을 다 수용할 수 없는 데다가, 비가 제법 거세게 내리기 시작해서 마당에서 밥을 먹는 것도 용이하지 않았던 겁니다. 그래서 선교팀원들과 엘림 교회 리더들이 나서서 마당을 가릴 비닐 천막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버스 기사가 좋은 아이디어를 내주어서 작업 속도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집의 지붕과 버스의 지붕을 잇는 비닐 천막이 드디어 완성되었습니다. 이젠 아이들 100명이 와도 거뜬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점심 메뉴는 근사했습니다. 이곳 결혼 잔치 때 주로 먹는 메뉴라고 합니다. 고기를 넣고 우려낸 스프, 고기, 그리고 타말레(옥수수 가루를 바나나 이파리에 싸서 쪄낸 음식)... 생전 처음 보는 음식들이었지만 입에 맞았습니다. 특히 뜨뜻한 국물은 비가 몰고온 으슬으슬한 기온과 딱 어울렸습니다.

식사 후에도 비는 계속 내렸습니다. 아이들 30명 정도 들어가면 꽉차는 교회 건물에서 VBS를 진행하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급히 근처 학교에 연락해 보았습니다. 다행히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사용 허가가 떨어졌습니다. 할렐루야! 그런데 가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우중에 아이들을 걸어오라고 할 순 없었습니다. 그래서 선교팀과 아이들이 다 버스에 타고 움직이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이 많아서 버스는 두 번 왕복해야 했습니다.

학교에 도착해 보니 교회 마당은 콘크리트로 포장되어 있고 그 마당 전체를 지붕이 덮고 있어서 VBS 하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모인 아이들은 약 90명 정도.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마이크 시스템이 망가진 겁니다. 고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VBS 팀들은 의연했습니다. 주님께 기도드리고 육성으로 진행했습니다. 비가 지붕에 떨어지는 소리, 학교 밴드부들이 연습하는 소리 때문에 목청이 터져라 소리치며 찬양하고 복음을 전해야 했지만, 팀원들의 얼굴은 미소로 넘쳤습니다. 성령님께서 팀원 모두를 보호하고 힘 주고 계심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선교팀의 복음 선포가 끝나자 호르헤 목사님이 아이들에게 예수님 믿고 교회 다닐 건지를 물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손을 들었습니다. 너무 기뻤습니다. 이후 아이들은 분반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복음의 내용을 상징하는 구슬들을 가지고 목걸이를 만들고, 십자가를 장식하고, 왕관을 장식하고, 하트 모양의 카드에 하나님께 편지를 쓰는 아이들의 눈망울이 내내 초롱거렸습니다. 폴라로이드 사진기로 사진을 찍을 땐 웃음 소리가 넘쳤습니다. 선교지의 시간은 너무 빠르게 지나갑니다. 오후 4시쯤, 아쉬움으로 손을 흔들어대는 아이들을 뒤로 한 채 빹쭌을 떠나야 했습니다.

늦은 밤 하루를 정리하는 미팅에서 VBS 팀장인 J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준비한 복음의 메시지에서 부활이 빠져 있었어요. 그런데 오늘 아침 Q.T.를 통해 깊이 깨닫고 복음을 전할 때, 바울처럼 부활하신 주님을 강하게 전했어요. 그런데 그 순간 울컥하는 거예요. 감사함이 몰려와 제 영혼을 채우는데…절 터치하시는 주님의 손길을 강렬하게 체험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아이들을 보는데 너무 사랑스러운 거예요. 오늘의 체험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겁니다.” 간증하는 동안에도 계속되는 은혜의 감격으로 눈물을 흘렸습니다. 선교의 현장은 주님의 임재를 강렬하게 체험하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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