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종때 반석평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19세기에 발간된 족보 「만가보」에 따르면, 그는 충북 음성에서 반서린의 서자로 태어났습니다. 13세에 아버지를 여읜 후 노비가 되어 서울의 이 참판 집에서 종으로 지내게 되었습니다. 본래 똑똑했던 그는 너무나 공부하고 싶어 비슷한 또래였던 이 참판의 아들 이오성이 방에서 글을 배우면 밖에서 몰래 듣고 익히고 외웠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 참판은 반석평을 기특하게 여겨 그의 노비문서를 불태워 없앤 후 아들이 없는 친척 양반집에 양자로 가게 해주었습니다. 1507년 반석평은 식년문과(3년에 한 번씩 열리는 과거) 병과에 급제했습니다. 이후 예문관검열(예문관에서 사초를 기록하던 정9품 벼슬)이 되었고, 1516년에는 문신 안당의 추천으로 경흥부사가 되었고, 다시 함경남도 병마절도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병조참의, 함경북도 병마절도사, 충청도 관찰사 등을 지내다가, 1531년에는 성절사로 명나라에 다녀온 후, 예조참판, 전라도 경상도 평안도 관찰사, 형조참판, 한성부 판윤 등을 거친 후, 형조판서(정2품, 지금의 법무부 장관)가 되었습니다.

그가 형조판서로 있을 때였습니다. 한 번은 초거(종2품 이상의 벼슬아치가 타던 수레)를 타고 가는데, 옛 주인이었던 이참판의 아들 이오성이 거지가 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반석평은 그 자리에서 초거를 세우게 한 후 이오성 앞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길바닥에 무릎을 꿇고 절하며 자신이 예전에 그 집의 종이었던 석평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형조판서가 길바닥에, 그것도 거지 앞에서, 무릎을 꿇은 사실이 알려지자, 반석평은 왕에게 자신의 원래 신분을 밝힌 후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자기 대신 이오성을 벼슬길에 나갈 수 있도록 청하였습니다. 이를 기특하게 여긴 왕은 반석평의 행동을 용서하고 이오성에게 사옹원 별제라는 벼슬을 내려 주었습니다. 물론 반석평의 출세가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었습니다. 이 참판이 자원하여 반석평의 노비문서를 불태워 양인이 되게 해주었고, 반석평은 스스로 노력해서 정식으로 문과에 급제했기 때문입니다. 그가 했던 잘못이라면 예전에 자신의 처지를 보살펴 준 이 참판의 은혜를 잊지 못해 그의 아들 앞에 엎드려 감사의 예를 표한 것뿐이었습니다 (「동아일보」 2013년 9월 1일자).

영국의 수상을 지낸 윈스턴 처칠이 어렸을 때 런던의 템즈 강에서 수영을 하다가 목숨을 잃을 뻔한 적이 있습니다. 살려 달라는 소리를 들은 한 청년이 템즈 강으로 뛰어들어 처칠을 구해 주었습니다. 이 사실을 안 처칠의 할아버지가 그 청년에게 "은혜를 보답하고 싶으니 소원이 있으면 말해 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청년은 "선생님, 저는 의학을 공부하고 싶습니다. 제 소원은 의학자가 되는 것입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처칠의 할아버지는 그 청년이 의과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모든 학비를 대 주었습니다. 이 청년이 바로 나중에 페니실린을 발명하고 노벨의학상을 받은 알렉산더 플레밍(Alexander Fleming)입니다. 2차대전이 한창일 때, 플레밍 박사는 윈스턴 처칠이 아프리카에서 큰 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그러자 그는 직접 비행기를 타고 아프리카로 건너가 페니실린으로 처칠의 병을 고쳐 주었습니다. 처칠과 플레밍은 서로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도움을 주고 은혜를 갚은 아름다운 관계를 맺으며 남은 여생을 보냈습니다(『예화포커스』한태완).

이 세상에는 속절없이 사라지는 물거품처럼 받은 은혜를 쉽게 저버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위에서 이야기한 반석평과 알렉산더 프레밍처럼 받은 은혜를 평생 잊지 않고, 갚고자 애쓰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당신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어떤 은혜를 받았습니까? 당신에게 가장 큰 은혜를 베푼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그 은혜에 당신은 얼마나 보답하며 살아왔습니까?

뿐만 아니라, 당신에게 베푸신 하나님의 은혜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합니까?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속량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은혜로 값 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은 자 되었느니라”(롬3 :24)는 성경 말씀이 당신에게 해당되는 말씀이 맞습니까? 그렇다면 지옥으로 달려가는 당신을 구해 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의 크기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합니까? 그 은혜에 얼마나 감사하며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까? “여호와께서 내게 주신 모든 은혜를 무엇으로 보답할꼬”(시 116:12)라고 고백한 시편 기록자의 고백이 당신에게도 있습니까?

벌써 2017년 1월도 저만큼 지나갔습니다. 하나님께서 베풀어 주신 은혜로 시작한 새해, 하나님께서 베풀어 주시는 은혜로 보낼 뿐만 아니라, 그 모든 은혜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매순간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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