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일 가까이 고조되어 오던 한반도 서해안의 긴장이 결국 양측 함정간 교전 사태로까지 번져 그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사태를 지켜보며 ‘도대체 북한은 무엇을 바라기에 이런 짓을 할까’라는 의구심이 솟구치는 한편 유엔사와 북한군 장성급의 회담을 진행하며 벌이고 있는 이 같은 작태는 더욱 궁금증을 더해주고 있다.

그간 사건을 간략하면 북한 경비정들이 14일 8일째 서해 영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 긴장을 고조시키는 한편 남한도 이에 맞서 왔다. 북한측이 공격용 어뢰정의 북방 한계선 침범 등 공격적 자세를 보이자 남한에서도 4천 톤급 구조함을 긴급 투입하고 상륙함 등을 전진 배치하는 등 첨예한 대치 상황을 벌이다 결국 교전 상태에까지 이른 것이다.

이러한 북한측의 행태에 대해 “정상급 회담까지는 이러한 전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국방부 한 관계자는 예측하기도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의 대치 상태는 장성급 회담과 북경의 차관급 회담을 앞두고 양측이 벌이는 ‘기세 싸움’의 성격이 짙다”고 해 어떤 면으로는 예측된 상황처럼 느껴지도록 하고 있다.

도대체 북한측은 무엇을 바라는 것일까? 한국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의도는 미국과 남한을 상대로 문제를 제기한 후 해결 과정에서 실리를 챙기려는 것”이라며 장성급 회담도 바로 이러한 기회를 노리고 수락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한편으로는 북한이 지난 7일부터 고의적으로 북방한계선 남쪽 해역을 침범하기 시작한 것을 국제사회나 더욱이 미국에 ‘영해 분쟁’이라는 또 하나의 이슈를 던져 자신들의 실리를 챙기려는 것으로 분석하는 측면도 있다. 북한측이 지난 5일 이후 평양방송을 통해 ‘남한 고속정이 북한 영해를 침범했다’고 생떼를 쓰듯 주장한 데서 그 속이 드러나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생고집을 부려서라도 유엔사와 북한군의 장성급 회담에서 영해 문제를 직접 논의함으로써 북방한계선을 무력화시키려는 것은 물론, 군사정전협정의 근본적인 재검토를 쟁점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한 일간지는 분석하기도 했다.

문제는 한국이나 미국이 이러한 속셈을 알면서도 질질 끌려 다니는 모습이다. 물론 정치 전문가가 아닌 우리로서는 더 깊은 내막과 의미를 알기 어렵지만 북한은 금창리 지하 의혹시설을 사찰 허용하는 대가로 식량과 비료 지원을 요청하자, 미국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수락하여 북한측의 요청에 말려든 느낌을 배제하지 못했다. 한국은 한국대로 소위 햇볕 정책이라는 태도로 떼쓰는 어린아이 달래듯 북한을 달래긴 했지만, 결국 끌려 다니는 인상을 씻지 못한 채 금번 사건에 대해서도 정부측의 소극적 태도에 일부의 불만을 사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한반도에서 또 다시 그 처참한 전쟁이 발발하는 상상도 하기 싫을 뿐만 아니라 어떠한 경우에서 민족적 몰살을 가져올 차후 전쟁은 이 땅에서 영원히 없어지길 바라고 있다. 장난도 심하면 싸움이 되듯 북한의 불장난 같은 도발 행위를 결코 묵인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금번 영해 침범 문제도 철저하게 규명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작은 불씨라도 일으키지 못하게 하는 것이 큰 불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며 따라서 작은 불씨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다보면 막상 큰 불이 터질 때는 감당 못하게 될 경우가 없지 아니 할 수도 있기에 우려된다.

악한 장난은 결국 싸움을 부르는 것이 성경의 원리이기도 하다. 아브넬이 요압에게 건 장난이 바로 그렇다. 소년들로 하여금 사소한 장난을 하게 한 것이 결국 화근이 되어 당일 수백 명의 애꿎은 생명들이 죽었을 뿐만 아니라 그  후에도 사울의 집과 다윗의 집 사이에 오랜 전쟁이 계속되어 이스라엘 역사에 비극을 남겼다(삼하 2장-3장 참조)

따라서 한반도에서 평화가 유지되려면 남북한의 장난기 서린 교류보다는 진지하고 진실한 대화와 교류가 전제되어야 한다. 눈가림이나 하고 생고집과 억지를 쓴다면 당장은 이로울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이것이 화근이 되어 더 큰 불행이 날 수밖에 없을 터이니 말이다. 그러므로 이번 사태에 대한 공정한 원인 분석으로 상호 속이는 것 없이 진지하고 진실하게 처리되어야 할 것이다. (770호, 1999년 6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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