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강제 추방 이어져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인선교사들에게까지 미칠 것으로 보여 파장이 예상된다. 3월 7일자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지난 1월 옌지에서 사역중인 선교사 32명을 추방한 이래, 빠르면 이달 안에 동북 3성에 있는 선교사들을 추가로 추방할 것이라는 소문이 중국 선교사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인들의 거부감이 매우 크고 한국인을 향한 비난 여론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선교사들에겐 추방 조치가 선교에 치명적인 만큼,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낫다는 것이 현지의 생각이다. 실제로  장로교단 소속으로 중국선교사회 임원을 맡고 있는 선교사 A씨는 추방을 피해 일시 귀국을 택했다. 이 선교사는 동료 선교사들에게 ‘소나기를 피하는 게 좋겠다. 귀국하라’고 당부한 뒤 급히 한국에 들어왔다.

추방을 당하면 중국의 경우 최소 5년 동안 재입국이 불허된다. 후원교회들도 사역지가 없어진 선교사에 대한 후원을 꺼리는 편이다. 추방당한 선교사들 중 일부는 사역을 이어가기 위해 제3국으로 재파송을 받기도 한다. 최악의 경우 선교사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중국에서 24년간 사역한 베테랑 선교사 B씨는 지난 1월 추방됐다. B선교사는 “이번 추방은 과거와 분명 달랐다. 강경했고 이례적으로 부부를 동시에 추방했다. 사드 보복 조치로 보는 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B씨는 “공안에 연행돼 가보니 내 파송장을 보여줘 매우 놀랐다”면서 “중국 정부가 선교 사역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니 당장 나가라는 게 요지였다”고 했다. 그는 “추방된 선교사들은 한국에 마땅한 거처가 없어 선교사 게스트하우스를 전전하는 게 보통인데 자녀들이 어릴 경우 정말 막막하다”고 했다.

C선교사의 경우 결국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동남아시아 국가로 재파송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10년이 넘도록 중국에서 사역했는데 이제 와서 언어가 다른 나라에서 사역을 시작한다고 생각하니 솔직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현지에 남아있는 선교사들도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상해에서 사역하는 D선교사는 “이미 추방당한 선배들을 통해 추방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야기하는지 잘 알고 있다”면서 “몸은 선교지에 있어도 늘 추방의 공포 속에 불안한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이번 추방의 이유가 사드 배치 때문이라고 단정해선 안 된다는 신중론도 있다. 1월에 추방된 선교사 E씨는 “사드 배치가 선교사를 추방한 유일한 이유는 아닐 것”이라며 “사드 문제로 선교사가 추방됐다고 부각하면 복잡하게 꼬인 양국 관계가 더 어려워질까 우려된다”고 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사무총장 조용중 목사)는 최근 회원단체들에게 중국 사역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협조공문을 발송했다. 대외비로 발송된 이 공문에서 KWMA는 중국 전역에서 선교사 모임을 갖지 말고 국내 교회와 단체들도 단기선교팀 파송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내에서도 중국 관련 선교대회를 열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조용중 사무총장은 “전에 없이 대규모 추방이었던 만큼 중국 정부를 자극하지 말자는 취지에서 회원 단체들에 협조공문을 보냈다”면서 “앞으로도 추이를 면밀히 살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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