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s on Spirituality 60

오늘부터 출애굽기 20장에 소개되는 “십계명”을 함께 묵상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십계명을 무언가 지루하고 경직된 율법의 말씀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십계명을 깊이 묵상해보면, 여기에 우리의 삶과 신앙을 변화시키는 큰 은혜가 담겨 있음을 발견합니다.

오늘은 십계명의 서론으로 십계명의 도입 부분인 출애굽기 19장의 말씀을 함께 묵상하고자 합니다. 십계명을 받기 전까지 출애굽기는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의 노예생활에서 해방시켜 주시는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모세가 애굽의 바로 왕 앞에서 열 가지 기적을 일으키고, 홍해가 갈라지며, 이스라엘 백성이 바다 사이로 난 길을 걸어가는 장엄한 광경이 등장합니다. 이렇게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에서 40년간의 광야생활을 하게 됩니다. 십계명은 바로 이 광야생활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으로부터 직접 받은 말씀입니다. 신구약을 통틀어 하나님께서 직접 돌판에 말씀을 새겨 주신 것은 십계명이 유일합니다. “십계명 서론”(출 19:1-6)에는 이스라엘이 출애굽한 지 3개월 되던 때에 시내광야에 이르러 십계명을 받는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여기에는 십계명에 대해 가르쳐 주는 두 가지의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은혜가 먼저다

먼저 십계명은 구원의 사건을 경험한 사람에게 주어진 말씀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출애굽이라는 엄청난 은혜를 경험한 사람에게 하나님은 당신이 무엇을 원하시는지를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십계명 서론은 먼저 이스라엘이 받았던 은혜를 환기시킵니다. “내가 애굽 사람에게 어떻게 행하였음과 내가 어떻게 독수리 날개로 너희를 업어 내게로 인도하였음을 너희가 보았느니라”(출 19:4). 하나님은 십계명의 말씀을 본격적으로 주시기 전에 어떻게 하나님께서 출애굽의 구원의 은혜를 베풀어 주셨는지를 먼저 기억하게 하십니다. 특별히 이 말씀에 담겨 있는 이미지가 참 은혜롭습니다. “내가 어떻게 독수리 날개로 너희를 업어 내게로 인도하였음을 너희가 보았느니라.” 독수리 날개로 업었다는 것은 하나님의 능력과 하나님의 돌보심을 함께 강조하는 말입니다. 강인한 독수리처럼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이 그 능력으로 이스라엘 백성을 도우셨고, 그리고 사랑으로 업어주듯이 그들을 세심하게 돌보고 인도하셨다는 것을 가르쳐 줍니다. 하나님은 십계명을 주시기 전에 바로 하나님이 베푸셨던 이 은혜와 돌보심을 먼저 떠올리기를 원하십니다.

이 말씀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십계명을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어떤 것으로 생각합니다. 내가 지켜야 하는 율법이고, 하나님의 명령이고, 그래서 우리를 자유롭게 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십계명이라는 요구가 주어지기 전에 먼저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우리를 돌보시고 살리시는 하나님의 엄청난 은혜입니다. 이 은혜를 먼저 경험하는 자만이 하나님의 요구에 응답하는 자로 설 수 있습니다.

팀 켈러 목사의 저서인 『탕부 하나님』은 누가복음 15장에 나오는 두 아들의 이야기에 대한 설교입니다. 흔히 누가복음 15장의 이야기를 사람들은 “탕자 이야기”라고 부릅니다. 왜냐하면 둘째 아들이 아버지의 유산을 미리 받아서 먼 나라에 가서 허랑방탕하게 써버리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팀 켈러 목사는 이 이야기를 “탕부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무모하게 써버리는 것은 아들만이 아니라 아버지도 그렇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 내용이 다릅니다. 아들은 유산을 탕진해 버렸지만, 아버지가 무모하게 써버린 것은 바로 사랑입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유산도 미리 내어주고, 탕진하고 돌아온 아들을 다시 사랑으로 받아들여 줍니다. 이 이야기의 아버지는 바로 하나님을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그래서 팀 켈러 목사는 하나님도 우리에게 앞뒤 재지 않고 아낌없이 다 내어주는 분임을 강조합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무모한 은혜”입니다. 우리에게 앞뒤 재지 않고 내어주는 하나님의 무모한 은혜 때문에 우리가 비로소 살아갈 수 있습니다. 팀 켈러 목사는 하나님의 이 무모한 은혜야말로 우리가 가진 소망이고, 우리를 변화시키는 힘이라고 말합니다. 하나님의 이 무모한 은혜를 받은 사람만이 변화됩니다. 사랑을 받은 사람만이 사랑하는 사람으로 변화됩니다.

오늘 하나님께서 십계명의 요구를 말씀하시기 전에 우리에게 먼저 강조하시는 것은 구원의 은혜입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구원의 은혜를 가슴 깊이 경험한 사람만이 하나님의 요구를 감당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십계명의 요구를 말씀하시기 전에 먼저 하나님이 베푸셨던 무모한 은혜를 떠올리게 하십니다. ‘아, 하나님께서 나에게 이런 은혜를 주셨는데.’ 이것을 떠올리면 하나님의 요구가 더 이상 의무나 강요가 아니라, 기쁨에서 나오는 자발적인 응답이 됩니다. 기억하십시오.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한 사람만이 하나님의 요구에 응답하는 삶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십계명은 자유의 선언이다

십계명 서론의 또 다른 가르침은 십계명의 목적입니다. 십계명이 우리에게 주어진 데는 분명한 목적이 있습니다. “세계가 다 내게 속하였나니 너희가 내 말을 잘 듣고, 내 언약을 지키면, 너희는 모든 민족 중에서 내 소유가 되겠고, 너희가 내게 대하여 제사장 나라가 되며, 거룩한 백성이 되리라”(출 19:5-6).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는 자에게 하나님은 “내 소유가 되고, 제사장 나라가 되며, 거룩한 백성이 될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것은 십계명을 지키는 자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축복의 말씀입니다. 그런데 이 세 가지의 축복, 곧 나의 소유가 되고, 제사장 나라가 되며, 거룩한 백성이 되는 것은 모두 하나님과의 깊은 관계를 의미합니다. 하나님은 십계명을 통해서 하나님과의 깊은 관계 속으로 초대합니다. 이것이 십계명의 목적입니다. 하나님의 관심은 처음부터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해서 하나님 자신에게로 나아오는 것이었습니다(출 7:16). 왜냐하면 하나님께로 나아갈 때, 우리는 그 속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와 자유를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김용규 교수는 『데칼로그』라는 자신의 책에서 십계명을 “자유의 선언”이라고 부릅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의 종살이에서 자유를 주셨는데, 이 육신적인 자유에 그치지 않고 하나님 안에서 경험하는 진짜 자유를 누리게 하기 위해서 십계명을 주셨다는 것입니다. 십계명의 한 계명, 한 계명을 따라가다보면 인간을 죄의 사슬에 얽매게 하는 모습을 하나 하나 벗어버리고, 하나님 안에서 발견하는 진짜 자유와 풍성한 삶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이것이 얼마나 엄청난 은혜입니까? 십계명은 우리를 귀찮게 하고 억압하는 어떤 강제 조항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를 얽매고 있는 모든 사슬을 풀고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경험하게 만드는 은혜이고 능력입니다. 이번 십계명 묵상을 통해서 하나님의 무모한 은혜에 감격하면서 기쁨으로 하나님이 원하시는 삶으로 응답하고, 그 속에서 내가 하나님 안에서 발견하는 진정한 자유와 행복이라는 축복을 경험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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