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가슴 아픈 병이다. 치매란 말 자체가 어리석을 치, 어리석을 매. 일본말에서 따온 것이다. 한의학적으로 백심증(白心症)이라 부르는 게 낫다. 어떤 충격적인 일을 당하면 머릿속이 하얘져서 아무 생각이 안 나는 증세가 백심증인데 치매와 비슷하다.

치매는 65세 이상에서 10%, 80세 이상에서 20%, 85세 이상에선 무려 50%의 유병율을 보이는 무서운 병이다. 요양시설에 입원한 환자 대부분이 치매이다.

하지만 치매에 대한 보호자들의 이해도는 낮다. 보호자가 이해를 못해 치매 환자가 무시 당하거나 인격 학대를 당하는 일이 많으며, 아예 내팽개쳐지기도 한다. 현대판 고려장으로 요양원에 모셔놓고 돌보지 않는, 가슴 아프고 눈물 나는 병이다.

치매는 알츠하이머로 인한 것이 50%, 혈관성 치매가 30%, 기타가 20%이다. 알츠하이머는 뇌의 신경세포가 원인도 모르게 죽어가는 것이고, 혈관성은 뇌졸중의 후유증으로 혈액 순환이 안 돼 뇌세포가 죽어가는 것이다. 알츠하이머는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지만, 혈관성은 치료만 잘하면 조금 차도를 볼 수 있다.

우선 치매와 건망증의 세 가지 차이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 가르쳐 주어도 모른다 - 치매는 가르쳐 주거나 힌트를 주어도 모른다. 그러나 건망증은 가르쳐 주면, 다음부터 잊지 않는다. 가장 흔한 증상으로 물건의 이름이 금방 떠오르지 않아 머뭇거리는 증상인 ‘명칭 실어증’이 있다.

2. 지남력(指南力)의 상실 - 지남력(指南力)은 세 가지 차원―시간, 장소, 인간―을 인식하는 기능이다. 섬망에서 음주까지 다양한 원인으로 지남력 상실(disorientation)이 일어난다. 일반적으로 시간에서 시작해, 공간으로 확장되고, 마지막에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치매의 경우, 기억력 감퇴뿐 아니라 언어 능력, 시공간 파악 능력, 다양한 정신능력 장애가 발생해 지적 기능의 지속적인 감퇴가 일어난다. 즉 지남력과 판단력 장애 등이 기억력 장애와 함께 온다.

시공간 파악 능력이 저하되면 길을 잃고 헤매는 증상이 나타난다. 초기에는 낯선 곳에서 길을 잃지만, 병이 진행될수록 자기 집을 못 찾거나, 집안에서 화장실이나 안방 등을 혼동하기도 한다.

계산 능력이 저하되면 거스름돈을 주고받을 때 실수가 잦아지고, 돈 관리를 못하게 된다. 이러한 저하 증상은 건망증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3. 인격의 황폐화 -  성격과 감정의 변화를 말한다. 예를 들어 과거에 꼼꼼하던 사람이 대충대충 일을 처리한다거나, 전에는 의욕적이던 사람이 매사에 관심을 보이지 않게 된다. 특히 우울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잠을 지나치게 많이 자거나 반대로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평소에 성품이 착하고 순하던 사람이 갑자기 화를 내고 고함을 지르거나, 성적인 충동에 빠져 엉뚱한 짓을 하기도 한다. 또한 영적으로 고아(高雅)했던 사람이 갑자기 신을 부인하고 저주하며 믿음없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럴 때 보호자들은 귀신 들렸다거나 마귀짓이라며 귀신 쫓는 기도를 하는데, 이 또한 병증을 이해하지 못해 벌이는 일이다.

치매는 낫지 않는 병이다. 치매는 환자가 아니라 보호자가 알고 이해해야 하는 병이다. 그러지 않으면 보호자들도 매일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리며 지옥 같은 삶을 살게 된다. 그럴 때 환자는 학대를 당하거나 무관심 속에 내버려지게 된다.

치매는 치료하는 병이 아니다. 보호자들이 환자를 행복하게 지켜 드려야 하는 병이다. 지금 당장은 힘들어도 그 고통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치매 걸렸다고 내동댕이치 고 멀쩡한 사람들과만 어울린다면 예수님의 마음이 어떠하실까. 보호자들이 병증을 이해하고 대처할수록 환자와 보호자의 삶의 질이 한결 나아질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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